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다 Dec 30. 2020

회사가 아니라 공산국가에 사는 기분

불독같은 사장

어제오늘 회사에서 피 바람이 불고 있다.
한동안 조용하던 고요함이 와장창 깨져버렸다.

한 겨울 동안 꽁꽁 얼어있던 강 위를 조심조심 걸어 다니던 시기가 지나고, 엄청난 망치로 쾅 내려쳐 얼음덩어리들이 산산조각 나서 물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는 나를 보는 것 같다.

회사를 다니는 건지 독재 시대에 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 모든 직원들이 사장의 기분과 말 한마디에 벌벌 떤다.

우리 회사 사장은 아버지의 회사를 물려받았다. 사장을 소개하자면 어느 독재시대의 독재정치 아래 한 나라의 대통령보다 더 높은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사장이 왕을 넘어 이 세상의 신이 된 대접을 받아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사장이라고 하기보다 노예를 다루는 대표라고 해야 하는 게 맞다.



한국에서 중소기업은 처음이라, 또 정규직으로 입사하여 다니는 회사가 처음이라 어떤 정도까지가 정상인 건지 모르겠다. 다른 회사들도 다 그렇겠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적정한 범위 내의 사건들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알고 있다. 내가 무서운 것은 이 회사를 다니면서 정상적이지 않은 것에 익숙해져 비정상에 물들게 될 내가 두렵다.

회사를 다니면서 이해가 안 되고 납득이 안되는 사건들이 몇 가지 있다.


•군대보다 더 군대 같은 회사

구내식당 식탁과 의자, 식탁 위에 올려진 냅킨 통을 포함하여 모든것이 오와 열이 맞춰져있어야 한다. 식당내에 히터가 켜져 있어야 한다. 식당 반찬통이 열려있어야 한다.
이 모든 것은 회사 남자 신입사원들이 맡아서 하고 있다. 사장님이 식사하기 전에 모든 것이 세팅이 되어있어야 한다. 사장님이 우리 부서에 들어오면 전 직원은 일어나서 인사를 해야 한다.




•현대판 히틀러

어느 날은 사무실 건물의 중앙현관 말고 뒷문이 열려있었던 모양이다.



“야!!!!!!! 문 열어논 ㅅㄲ 누구야?”라고 큰 소리로 호통치며 한껏 화가 가득한 목소리가 사무실 내부에 울려 퍼졌다. A동에 있던 사장님이 B동(구내식당)으로 식사를 하려고 왔는데 뒷문이 열려있어서 추웠다는 것이 불만사항이었다.


하필 이 날 점심시간 전화 당번이었던 나는 다른 직원들보다 10분 정도 밥을 빨리 먹는 날이었고,
사장님과 임원급 직원 2명과 함께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밥을 먹는 내내 내 두 귀로 들은 내용은 아래와 같다.



"잘라야 된다.잘라야 돼. 대가리만 있으면 뭐 하냐. 남에 대한 배려가 없다.

나만 아니면 된다 ㅅㅂ 이런 생각 가지고 회사 다니는 애들은 내보내야 한다.

다 내보내버려 문 열어둔 색히 어떤 색히야 걸리기만 해.

하루 종일 문 열어놓고 일하게 해.

문을 폐쇄시켜버리든가

밥 먹으려고 들어왔는데 한겨울에 누가 문을 열어놔

생각이 있는 거야 없는 거야

애사심이 없는 거지 그게

제 정신이면 문을 열어두냐고

문 열고 닫는 것도 알려줘야 돼?

정신머리 없는 색히 걸리기만해 ㅅㅂ"




• 어디까지 거칠어지는지 모르겠는 폭언


복도에서 또 큰 소리가 났다. 무슨 일인지 모르겠지만 엄청난 큰 소리로 또 직원들이 혼났다.
나중에 듣자 하니 유리 문을 손잡이로 밀지 않고 손으로 밀어서 여는 모습을 보고 문에 손지문이 남는다며
소리를 질렀다.



• 우리는 쓸모없는 색히들이다.

오늘은 출근하자마자 동기가 불독한테 결재받으러 갈 사람이 있냐고 물어보길래 왜? 무슨 일이지? 생각했다.

아침부터 엄청 화가 나 있다며



" 쓸모없는 새끼들만 뽑아놨다.

앉아있으면 뭐 하냐 ㅅㅂ.

이거 하나 못 보냐 ㅅㅂ 떨어져 있으면 얘기를 해야 될 것 아니냐"


=상황=

(커피 머신 옆에 벽 부분이 벽돌처럼 인테리어가 돼 있는데)

맨 밑부분의 작은 부분의 벽돌이 떨어져 있었던 모양이다.)


그게 그렇게 화낼 일인가? 본인이 발견했으면 된 것 아닌가?
도대체 이해가 안 된다.


이 외에도 작고 큰일들이 많고 엄청난 폭언들이 참 많지만 이제 기억도 안 난다.



사장과 불독(부사장)은 본인들을 왕처럼 대우해 주지 않으면 혹은 그런 대우를 못 받는다고 생각하면 부하직원들을 미친 듯이 괴롭힌다. 조직폭력배의 대장처럼 최고급 대우를 받고 싶어 한다.

압존 법과 일어나서 인사하는 것은 기본이다.
사장은 한 손은 주머니에 손을 넣고 터벅터벅 걸어오고, 직원들은 앉은 자리에서 일어나서 일제시대의 총독을 보듯이 인사를 한다. 사장은 군중들의 환호를 받으면서 왕의 존중을 받고 싶어 하는 눈치이다.




• 내 차도 왕 대접해 줘라

오늘은 사장이 이런 말을 했다.

"내 차 워셔액 없는 것 같은데?

브레이크도 삐긋 삐긋하던데?

내가 전용 기사가 없으니까 알아서 좀 해라.

내가 말하기도 민망하고 안 그러냐?

안쪽 유리도 좀 닦아라 내가 담배를 피우잖아

앞에 가 뿌옇더라고~"



내 남자 동기들이 가끔 사장님 차 세차를 하러 간다고 들었을 때,
사장 차를 직원들이 관리한다고? 굳이? 회사 법인 차량도 아니고?
왜 사장 차를 직원들이 관리하지? 사장 차는 알아서 못하는 건가?
월급 주면 월급 받으니까 사장 차도 관리해라 이건가?
손 하나 까딱 안 하겠다는 건가? 다른 회사도 회사 대표 차를 직원들이 관리하는 건가?

이제야 모든 것이 다 납득이 되고 설명이 됐다.

이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저런 사람이었다. 본색이 이제야 드러났다.
숨겨있던 사장의 다른 모습에 이제야 왜 임원급 상사들이 우리에게 모질게 굴었는지 알겠다.



우리가 사장님 눈에 잘못 띄면 우리의 바로 위 상사들이 사장님한테 엄청나게 혼난다.
그래서 그런 사장의 코털을 건드리면 화가 나는 사장의 심기를 불편하지 않게
우리가 혼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 상사들은 꼰대질을 하는 것으로 설명이 된다.

한 회사의 사장이라는 사람이 직원을 대하는 태도와 말투가 공격적이고 상스럽다.
사장이라는 사람의 수준이 그 정도인데 어떻게 이 회사가 성장하고 있지?
사장보다 나이가 많은 직원도 사장님 앞에서는 굽신굽신 거리는 모습을 보자니,
난 회사를 다니는건지 타임머신을 타고 일본독재정치 시대의 독재자의 노동 착취를 당하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직원을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고 월급을 주니까 온갖 잡일을 하는 기계의 부품처럼 정말 일만 해야하는 취급을 하는 그런 사장은 벌을 받아야 한다. 사장 대접을 받고 싶으면 직원 대접을 제대로 해주시죠?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