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이 많아서 퇴사하고 싶다고요?

무역사무원은 어떤 일을 하나요?

by 라다


나는 이 회사에 입사해서 단 한 번도 야근을 한 적이 없다. 우리 회사의 유일한 장점이 하나 있는데 그건 바로 무조건 칼퇴라는 것이다. 퇴근시간은 5시 30분이고 퇴근시간이 되면 “내일 뵙겠습니다.”를 말하고 각자 퇴근을 한다. 면접을 봤을 때도 칼퇴를 강조하던 이 회사가 의심스러웠다. 내가 취준생일 때 가장 두려웠던 부분이 야근을 시키고 적절한 수당을 주지 않는 회사가 많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그런 회사는 꼭 피하고 싶었다. 그런데 야근은 커녕 오히려 칼퇴를 한다고 하니 이런 회사가 또 어디 있을까 하는 마음에 입사를 결정했다.




입사 후, 한 달 동안 타 부서에서 수습기간을 거쳤다. 한 달이 지나고 본 팀으로 돌아와 사수에게 업무 인수인계를 받았다.

늘 하는 말은 우리 회사는 바쁠 때는 바쁜데 한가할 때는 진짜 한가하다며 여유롭다고 말했다.

그때는 나는 한가하다는 말이 잘 와 닿지 않았다.


9월에 입사하여 수습을 거쳐 10월부터 현재 부서에서 일을 하고 있다. 4개월 차에 접어들었다. 매일 하는 생각이 있다.

아, 내가 하는 일이 정말 초등학생을 데려와서 몇 시간 설명해주면 무리 없이 해낼 수 있는 정말 간단한 일이라는 것을 알았다.


하는 일이 간단하고 어렵지 않아서 직업이라고 말하기도 부끄러워지는 순간이 많다.


그래서 이런 일이라면 퇴사하고 싶다고 생각하는 날이 많다. 우선, 퇴사하고 싶은 자세한 이야기를 하기 전에 업무에 대한 루틴을 적어 보려고 한다.



나의 직업은 무역사무원이다. 사실 해외 영업으로 입사했지만 내가 생각했던 해외영업의 업무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일을 한다. 속된 말로 모든 업무의 C다바리를 하고있다. 해외영업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해외전시회 출장은 코로나로 인해 안하고 있다. 또 회사 특성상 이미 해외 거래처가 여러군데에서 주문이 주기적으로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있어서 고객 발굴에 엄청 애쓰지 않고 있는듯하다.



내가 하는 일을 찾아보니 해외영업보다는 무역사무원이 하는 일에 더 가깝다.

그리고 이 직업은 물경력 빅 5에 해당하는 것도 알게 되었다.



회사에서 일을 하는 시간보다 퇴근 전까지 어떻게 하며 바쁜 척을 하면서 시간을 보낼지 연구하는 시간이 더 많다.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순간도 메일창을 켜서 메일을 쓰는척하면서 적고 있다.



제2외국어를 전공하고 나의 전공어를 쓰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특정 직업인이 되야겠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고 그냥 내가 전공한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면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국내에서 대학을 입학해서 배운 제2외국어의 실력이 해외에서 자란 사람들을 따라가기에는 나의 노력과 타고난 재능이 부족했다. 돈을 벌어먹고 살 정도로 나의 언어 실력은 뛰어나지 않았다.



차라리 어떤 일을 하고 싶다는 뚜렷한 꿈이 있었다면 여러 관련 일을 하면서 최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달려갔을 텐데 그런 꿈 조차 없으니 그저 시간이 흐르는 대로 기회가 오는 대로 살다 보니 더욱 나의 직업적 성장과 인생의 방향성이 길을 잃었다.



회사에서 내가 하는 일은 부장님이 해외 거래처로부터 주문을 받은 주문서를 바탕으로 invoice와 packing list를 엑셀 파일로 만든다.

이 단계는 모든 업무 과정의 기초가 된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형식에 바뀐 내용만 입력하면 돼서 오래 걸리는 일은 아니다.



다음 단계는 포워더에게 invoocie와 packing list를 함께 보내면서 선적 일정을 알아본다. 2주 정도 후에 출항할 수 있는 일정으로 부킹을 잡는다.



그다음으로는 생산팀에 제품 생산 지시를 하고 선적일정과 생산일정을 고려해서 작업일을 정한다.



여기까지 하면 작업일전에 해야 하는 일이 끝난다. 굉장히 간단하고 단순한 자료 입력만 하면 되며 메일이나 전화로 일정 조율만 하면 된다.


작업일은 보통 주문서를 받고 2주 뒤로 잡는다. 그럼 나는 2주의 시간이 생기게 된다. 다른 주문건들이 더 생기지 않는다면 작업일 전까지 아무 할 일도 없다. 중간에 선적일정이 변경된다면 생산 일정을 조율해야 하겠지만, 보통은 생산일정을 바꾸는 경우는 없다. 선적일이 지연되더라도 창고보관료를 더 내고 생산 일정은 거의 바꾸지 않는다.



작업일이 다가오면 제품이 다 포장되었는지 확인한다. 제품 제조번호와 수량을 확인하고 총 몇 팔레트인지 파악한다.

관세사에게 처음에 만든 CI, PL에 제품 별 세 번 번호를 적어서 보내면 수출신고를 해준다.

수출신고필증을 받으면 이 서류를 바탕으로 원산지증명서를 신청한다. 우리 회사는 상공회의소 원산지증명서센터에 신청한다.

원산지 증명 신청은 어렵지 않다. 매뉴얼대로 내용을 입력하면 2일 뒤에 원산지증명서가 발급된다.

공장으로 물건을 픽업하러 올 컨테이너 운송차량도 배차 신청을 한다.



또 회사의 제품 특성상 위험물 검사도 신청해야 하는데 이건 한국 해사 위험물 검사원이라는 사이트에서 신청한다.



이렇게 선적서류를 하나하나 준비해둔다.



작업일에 하는 일은 다음 편에 계속됩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