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NS강사 허지영 Dec 17. 2021

내가 사는 곳

지하철역 바로 앞 수도권 하지만 신도시는 아닌..

구도심이라 불리는 곳에 산다.

결혼하고 남편 따라 지방으로 이곳으로 정착을 하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주말부부도 많은데

굳이 지방으로 안 내려가도 되지 않았을까 이런 생각이

들 때도 있지만 처음으로 해본 지방생활에서

우리 가족을 단단히 만들어 줬다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곳은 친한 친구 하나 없지만

코로나로 집안에만 있는 시국이지만

일하러 나간 남편에서 열 번도 넘게 전화를 해서

시시콜콜 하나하나 물어보고 상의하고

아이들과 함께 공존하고 있는 시간이 즐겁다.


그건 아마도

많은 시간을 함께해서 일거다.


우리 동네는 아파트가 옹기종기 모여있고

작은 상가들이 길 사이로 나있다.


나는 8차선 도로 큰 건물이 있는 길보다

작은 건물들이 모여있는 뒤쪽을 더 좋아하는데

그 길을 강아지와 쭉 따라 산책하다 보면

단골 정육점집이 나온다.


작은 정육점에 총각들이 (유부남이 수도 있다.)

7~8명이 일하는데 언제나 긴 줄이 서있다.

바로 옆에 정육점이 하나 더 있는데 그곳은 사람이

거의 없다.

처음에는 어느 곳으로  가야 하나 한참을 망설이다가

사람이 북적이는  가게의 모습을 보고 고기한근을 샀다.

총각들도 엄청 친절하고 고기도 싸고 맛있어서

그 후로 꼭 그 집에서만 고기를 산다.



그렇게 정육점을 지나 오른쪽으로 돌면 오아시스

생협이 나온다.

보통 생협은 일 년 회비를 받거나 회원제로

운영해서 회원이 아닌 경우는 비싸게 산다.

어머님이 거의 장을 봐주시기 때문에 많은 재료를

살 필요가 없어 생협의 연회비는 부담스러워서

거의 이용을 안 하는데 오아시스 생협은 연회비도 없고

회원제도 아니다.


달걀도 2번 달걀이 들어온다. 그것도 싼 가격에

(아이들이 알려줬는데 달걀에 찍힌 마지막 번호가

등급이라고 했다.  1,2,3,4  순서대로 좋은 거라고 했다.

보통 마트는 4번 달걀이다)



홍합도 3천 원 전복 10개가 13000원 두부가 2천 원

콩나물 1500원 주로 내가 사는 것 들이다.

물건도 아주 싱싱하다.


그렇게 삼만 원어치 정도 장을 보면 아이들과 점심 저녁을

맛있게 집에서 먹는다.


신랑은 365 일중 366일을 ㅋㅋ 집에서 밥을 먹기에

항상 저녁은 가족들이 함께한다.


아.  정육집 앞쪽으로 청담 김밥이 있는데

늘 재료가 신선한데 무엇보다 짜지 않다.

내가 외식을 안 하는 가장 큰 이유는 식당음식이

짜기 때문이다.

늘 먹고 와서는 물을 많이 먹기에 외식이 늘 꺼려진다.

그런데 청담 김밥은 입안에 퍼지는 재료의 신선함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가끔 꼬마김밥 9줄(청담 김밥은 10줄은 안 판다)을 사 와

아들과 라면에 꼬마김밥을 먹으면

그야말로 핵 꿀맛이다.


그렇게 강아지와 한 바퀴 돌고  장을 보고 오면

하루 동안 먹을 양식이 든든히 있으니 그렇게

부자가 된 거처럼 든든하고

갑옷을 입은 거처럼 용맹스러워진다.


입 짧은 우리 아들 든든히 먹 일생각에 그냥 뿌듯하다.


나는 우리 동네가 참 좋다.



백화점이 옆에 없는 것도 참 좋다.


청주에 살 때 백화점과 연결된 주상복합에 살았고

대단지 주상복합이라 문만 열면 아는 분을

만나 인사하기 바빴고

이집저집 참  많이 놀러 다녔다.


백화점이 옆에 있으면 자꾸 백화점을 기웃거린다.

그러다 옷도 신발도  아이들 용품도

자꾸자꾸 사게 되었다.

백화점이 없으니 옷을자꾸 보러가진 않는다.

아 대신매일  쿠팡맨이 집에오긴한다.


거절할 때 이런저런 많은 생각을 하는 나에게

이 동네에 친구가 없는 것도 사실 좋다.

혼자 글쓰고 책읽고 영화보는 시간이 참 좋다.


혹시 바빠 만남을 거절해놓고도 미안해서 혼자 집에서 이런저런

생각을 했을 터이다.

다른곳에 에너지를 쓰지않으니 좋다.


오늘은 도미노피자가 1+1 행사하는 날이라

강아지와 도미노피자까지 산책을 다녀왔다.

날씨도 좋았고 커피도 맛있었고

내 새끼들이 좋아할 피자 먹 일생각에 참 행복한

산책길이었다.


이 동네가 참 좋다.




작가의 이전글 수원에 친구가 있니?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