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세 경자호는, 어떻게 다가구 주택을 탈출했나?-5

7화) 내려놔야 쥘 수 있는 인생의 법칙

by 경자호

객관적인 상황을 철저하게 분석하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해 사업은 큰 위기 속에 있었다. 대한민국의 많은 건설회사들이 무너지고, 아파트는 미분양이 넘쳐났다. 이 영향으로 무분별한 부동산 PF [프로젝트 파이낸싱]들이 부실화되어 제2금융권인 저축은행 또한 연쇄적으로 부도를 맞았다. 이때 '하우스푸어'라는 용어가 시장에 처음 등장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철저하게 객관적으로 분석하여 대응방안을 마련해야 했다.


당시 경영학의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되던 SWOT분석을 통해 상황을 냉정하게 보기로 했다. 강점, 약점, 기회, 위기 요인으로 현황을 나누어 복잡한 상황을 단순하게 분류하도록 정리했다. 각각의 도출된 요인들을 가장 유리한 구조로 조합하여 실현가능한 전략을 구체적으로 세웠다. 우선 주변의 경쟁상대에 해당되는 다세대 주택들을 선별적으로 정하여 우리 집과 비교했다.


강점 : 높은 상품 경쟁력

당시 평당 400만 원이라는 최고가의 건축비용을 들여 외장부터 내부 인테리어까지 경쟁대상 다세대 주택보다 고급스러웠다. 특히 그중에서도 아트월 대리석 마감처리는 당시로서는 주변에서 처음 선보인 고급마감으로 다양한 선택지 중 조건이 같다면 우리 집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판단했다.


약점 : 낮은 접근성과 가시성

집의 위치가 지하철역으로부터 도보 20분 거리로 역세권이 아니었다. 주변에 큰 상권이 없이, 주택가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일반적인 상황에서 외부인 눈에 띄는 것도 힘든 상황이었다. 매매수요자 측면의 접근성과 가시성이 떨어지다 보니 주변 부동산에 매매등록을 해도 수요층에 도달하기 어려웠다.


기회 : 투자수요 대신 실거주자 수요 확인

재개발 기대감이 현저히 떨어지며 다세대 주택 투자수요는 확실히 저하됐지만 수요가 모두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주변 부동산 중개사 상담을 통해서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 측면에서 저렴한 가격의 다세대 주택을 찾는 수요를 확인했다. 다세대 주택의 경우 매매가와 전세가가 거의 붙어 있어 차라리 신축 다세대 주택에 실거주하며 대지지분을 보유하고 있다가 추후 재개발 시 시세차익을 원하는 사람들이었다. 당시 패닉에 빠져 전체 세대를 전세임대하지 않고 공실주택을 4세대를 남겨둔 것이 실수요자 분양에 알맞은 상황이었다.


위기 : 주변 미분양 다세대 주택 매물의 지속적 증가

수요는 남아 있었지만 그만큼 주변에 경쟁하고 있는 신축 다세대 주택도 많았다. 시장이 좋았을 시점에 수많은 개발자들이 기존 다가구 건물을 헐고 다세대 주택으로 신축했다. 주위에 많은 경쟁자들을 제치고 신속하게 매매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가지고 자 한다면, 일단 내려놔야 한다.

입구가 좁은 유리병에 손을 넣어 그 안에 들어있는 사탕을 잔뜩 쥐고 손을 빼면 어떻게 되는가? 그렇다 손은 빠지지 않고 아무것도 가질 수 없다. 손에 힘을 빼고 사탕을 조금 내려놓고 먹을 만큼만 가볍게 쥐고 손을 빼면 자연스럽게 빠지고 유리병 안의 사탕도 손에 넣을 수 있다. 가지고 싶은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다. 냉정하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것을 선택하고 다른 것은 철저하게 버려야 한다. 그래야 생존할 수 있다. 다가구 주택을 탈출하는 일도 동일했다.


SWOT분석을 통해 도출된 상황분석을 토대로 구체적인 매각전략을 세웠다. 매각전략은 마케팅에서 많이 사용하던 4P를 도구로 이용해서 도출했다. 강점, 약점, 기회, 위기요인들을 조합하여 상품, 가격, 유통, 촉진 전략을 구체적으로 수립하는 과정이다.


상품전략 [Product]: 상품은 4채의 공실주택과 3채의 임대주택 마지막으로 1채의 거주주택으로 이루어져 있다. 각각의 주택들은 실거주자, 투자자를 대상으로 주택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조건으로 매칭해야 한다. 그중 기회요인에 들어맞는 실수요자 대상 판매에 우선 주력하기로 결정했다.


가격전략 [Price]: 강점을 최대한 활용하여 최고급 상품성을 앞세워 홍보하지만 가격에는 반영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주변에 경쟁하던 일반적인 주택들의 가격분포를 분석하여 매각금액을 시장 평균가에 근접하게 책정했다.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하여 엑시트에 주력하기로 한 것이다.


유통전략[Place]: 신축주택의 최대 약점은 외부에서 접근하거나 찾아보기 어렵다는 점이다. 접근성과 가시성 측면에서 부족한 점이 많았다. 약점을 극복하고자 접근성과 가시성이 높은 지역들을 선정하여 구역을 나누었다. 우리 집을 기준으로 반경 3km 원을 그려 동서남북으로 구역을 나눠 거래부동산을 하나씩 선정해 나갔다.


1) 집에서 가까운 위치의 전월세 거래를 많이 했던 부동산

2) 주이용 지하철역 근처의 접근성과 가시성이 좋은 부동산

3) 뉴타운 인근 다세대 매매거래를 많이 했던 부동산

4) 조금 떨어진 아파트 밀집지역, 투자상담을 많이 했던 부동산


1번은 그동안 자주 거래했던 동네 부동산이다. 2번은 지하철 인근 지역을 원하는 수요 중 가격이 맞지 않아 어쩔 수 없이 저렴한 주택을 원하는 수요층을 목표로 접근했다. 3번은 개발 확정지역의 주택가격 대비 저렴한 금액대로 살 수 있는 잠재개발지 수요층을 공략했다. 4번은 부촌 지역의 투자자들이 투자물건을 찾는 수요를 예상하여 접근했다.


촉진전략[Promotion]: 주변에 신축 다세대 빌라가 우후죽순 생기며 경쟁이 치열해지는 시장환경이 위기요인이었다. 동일한 조건으로 접근한다면 한정된 수요에 제살 깎아먹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무언가 차별화 요소 없이는 시간만 축나는 상황이었다.


첫 번째 전략은 거주하고 있던 4층 1세대를 모델하우스로 꾸며 고객의 입장에서 거주만족도를 눈으로 볼 수 있게 했다. 거주주택에 입주할 때 대리석 아트월에 벽걸이 TV를 설치했다. 주방에는 아일랜드 식탁을 짜 맞추고 양문형 냉장고도 들여놨다. 살림을 깨끗하게 유지하여 상품성을 극대화시켜 공실인 다른 집을 검토하는 잠재구매자에게 4층의 거주주택을 모델하우스로 이용해 룸쇼를 진행했다. 실거주 중심의 수요층 중 다수가 4층의 모델하우스를 룸쇼하고 계약하는 경우가 많았다.


두 번째 전략은 4개 구역 거래 부동산에 매매가 제한을 없앴다. 당시 판매금액으로 산정한 1채당 2.5억 원의 입금액만 보장하면 더 높은 금액에 판매한 이익 모두를 부동산이 가지도록 설계했다. 이를 통해 수많은 주택들이 경쟁하는 와중에 중개인이 우리 주택을 먼저 영업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다가구 주택을 탈출하다.

최상의 퀄리티의 상품을 실거주자 우선으로, 가격은 주변 평균가에 맞추고, 구역별 거래부동산에 독점거래를 맡기며, 모델하우스로 설득하고 부동산에 높은 이익을 보장했다. 비용은 높고 이익은 낮은 전략이었다.


전체 매각대상 물건의 80%는 3번 뉴타운 인근 부동산이 매매했다. 뉴타운 구역 투자 수요층을 지속적으로 3km 떨어진 지역까지 데리고 와서 영업했고, 그럴 때마다 나는 4층 우리 집을 모델하우스처럼 꾸며놓고 드림하우스를 마음껏 상상할 수 있게 했다. 3번 부동산과 환상의 콤비가 되어 투자자에게는 전세를 임대한 집을 적은 비용으로 살 수 있게 도와주고, 실거주자에게는 공실인 집과 마지막에는 우리의 거주주택까지 모두 매각할 수 있었다. 8채 다세대 주택 전부 단 1년 만에 완판 한 것이다.


우리 집을 건축한 뒷집의 디벨로퍼는 마지막까지 집을 한 채도 팔지 못했다. 입지도 좋지 못했고, 가격도 좋지 못했다. 건축비용에 토지매입비용까지 채무가 많아 마지막에 부도위기까지 갔었다. 극적으로 LH가 임대주택으로 사용할 용도로 건물 전체를 헐값에 매입하면서 디벨로퍼는 겨우 부도만은 면할 수 있었다.


이 일을 계기로 부동산 투자든, 주식투자든, 건축사업이든, 유통사업이든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보다 생존이라는 점을 배웠다. 살아남기만 하면 언제든 돈을 벌 수 있다. 하지만 생존하지 못하면 시장에서 퇴출된다. 눈앞에 돈을 보고 아집을 부리는 순간 욕심의 크기만큼 돈을 잃는다. 가장 중요한 건 생존하는 것이다. 즉 워렌버펫이 그렇게 강조하는 1원칙,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다가구 주택을 다세대 주택으로 전환하여 전부 팔고 빠져나와 다가구 주택을 탈출했다. 시간이 지나 전세사기의 온상이 된 다세대 주택의 뉴스기사들을 접하며, 개인적으로는 다행이면서도 한편으론 씁쓸했다. 충분히 좋은 상품이 나쁜 일에 이용되는 모습을 본다. 실제 피해를 입히는 사람들을 보면 결국은 주택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문제라는 생각 한다. 더는 피해를 보는 사람이 없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정책들이 근본적으로 나오길 바란다.


이렇게 다가구 주택을 탈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