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이십 년도 더 저쪽
네가 말없이 누워 있던 병원을
우연히 다시 지나는 밤
떠올린다
아주 때때로 기억했으나
대체로 잊고 있었던 이름
난감한 침묵 속에 비우던
서로의 술잔들
또 이십 년 뒤에 나는
어떤 죽음을 떠올리며
서러운 밤을 맞을 것인가
병원을 지나 또 다른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한다
아직 잊지 못한 이름들과
이제 기억하게 될 이름들에 대하여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언제고 익숙해질 수 없는
이 씁쓸함에 대하여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말로 옮기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는 다만 그리워할 뿐,
아마도 오래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