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yJoYo Feb 15. 2023

033 나는 다만 그리워할 뿐, 아마도 오래도록


벌써 이십 년도 더 저쪽
네가 말없이 누워 있던 병원을
우연히 다시 지나는 밤

떠올린다

아주 때때로 기억했으나
대체로 잊고 있었던 이름
난감한 침묵 속에 비우던

서로의 술잔들

또 이십 년 뒤에 나는
어떤 죽음을 떠올리며
서러운 밤을 맞을 것인가


병원을 지나 또 다른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생각한다

아직 잊지 못한 이름들과

이제 기억하게 될 이름들에 대하여


도저히 익숙해지지 않는,
언제고 익숙해질 수 없는

이 씁쓸함에 대하여


(말해질 수 없는 것을 말로 옮기는 것은

얼마나 힘든 일인가,
나는 다만 그리워할 뿐,

아마도 오래도록)


매거진의 이전글 032 어제는 봉인해 두었던 시절들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