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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yJoYo Aug 10. 2024

⟨Take Five⟩ &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다섯 박자는 어떻게 세야 하는가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Take Five⟩.

1959년 싱글로 먼저 발표되고

그해 발매된 앨범 ⟪Time Out⟫에 실려

재즈 역사상 “역대 최다 판매 싱글”이라는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스탠더드로,

재즈에 관심이 없다 하더라도

어디선가 들어보았을 명곡이다.


Dave Brubeck Quartet, ⟨Take Five⟩


데이브 브루벡이 1958년

유럽-아시아 투어에서 접한

다양한 리듬과 박자에서 영향을 받아

전통적인 3박이나 4박 계열이 아닌

독특한 박자들로 앨범을 구상했고,

드러머 조 모렐로가

5/4박자도 포함하자고 하자

색소포니스트 폴 데스먼드가

멜로디 라인을 쓰고

브루벡이 4중주곡으로 풀어냈다.


제목 ⟨Take Five⟩가 뜻하는 바에는

여러 가지 설들이 있지만,

5/4박자로 쓴 곡이어서

‘5박자로 연주’라고 붙였다는 게

정설인 듯하다.


다섯 박자는

서양 주류 음악의 전통에서는

그다지 흔한 박자가 아니었고,

서구 음악을 바탕으로

음악 교육을 받은 우리에게도

조금은 낯선 박자여서

곡을 들으며 박자를 따라간다는 건

그리 쉽지 않은 일이다.


다섯 박자는 과연 어떻게 세야 할까.

‘하나-둘-셋-넷-다섯’?

잠깐은 음악을 따라가겠지만

곡의 흐름이 살짝 변하는 지점에서

이내 박을 놓치기 일쑤일 것이다.

박을 놓치지 않았다고 해도

더 중요한 곡의 그루브,

음악의 자연스러운 박동을

타고 있었는지는 별개의 문제일 터.

(이 곡이 5/4박자라는 걸 알게 된 후

수없이 세어 보려다 실패한

나의 이야기다.)


나와 비슷한 경험을 겪으면서

‘나는 박치인가 봐’라고

좌절했을지도 모르는 이들에게

위안이 될 만한 이야기 하나 하자면,

이 곡을 쓰고 연주한

데이브 브루벡 쿼텟 멤버들조차

1959년 6월 25일의 첫 녹음 세션에서

40분 동안 스무 번 이상 연주를 했으나

계속 박자가 어긋나자 일단 녹음을 접고,

7월 1일의 다음 세션에서

곡을 조금 수정한 뒤에야 녹음에

성공했다는 일화가 전한다.


평범한 이들보다 훨씬 박자감각이

발달한 이들 뮤지션조차도

이 곡의 그루브를 어떻게 타야할 지

처음에는 갈팡질팡했다는 이야기다.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야

5박자를 어떻게 세야 하는지

비로소 배우게 되었는데,

간단히 정리하자면 5박을

그 곡이 바탕한 리듬에 따라

분할해야 한다는 것이다.


⟨Take Five⟩의 기본 리듬은

다음과 같다.


출처: Quora.com


리듬을 보면서 다시 들어보면,

악보에서 높은 음자리표에 그려진,

앞의 네 음표(3박자)와

두 개의 4분음표(2박자)로 나뉘는 것을

쉽게 알아챌 수 있을 것이다.


그러니 5박자는

하나-둘-셋-넷-다섯’이 아니라

하나-둘-셋, 하나-둘’로,

즉 3박+2박으로 쪼개서

세어야 한다는 것.

더 확실하게 그루브를 타려면,

영어로 One-Two-Three, One-Two

라고 세는 것이 조금이나마

더 도움이 된다.

 (밑줄은 강세를 표시한 것)


이렇게 박자를 분할하면

앞으로 앞으로 끊임없이 전진하며

흘러가는 느낌과 동시에,

‘3:2'의 비율로 인해 뒤뚱뒤뚱

혹은 비틀비틀,

4박의 대칭감이 아니라

비대칭의 리듬감을 선사한다.


특히 원래대로 따지자면

첫 박과 넷째 박에 있어야 할 강세가,

이 곡에서는 첫 박이 약박인

8분음표로 시작해

강박인 4분음표로 이어지면서

당김음과 같은 효과를 낳는데,

‘3:2’의 비대칭성과 더불어

박자를 벗어난 오프비트로 인해

묘한 긴장감이 생겨난다.


재즈 평론가이자

그 자신 피아니스트이기도 한

테드 지오이아에 따르면,

5/4박자는 당시까지

“미국 대중음악에 한 번도

사용되지 않았으며,

브루벡이 이 곡을 발표할 때까지

재즈라는 음악 속에 아예

존재하지도 않”았던 박자로

⟨Take Five⟩ 덕분에 비로소

널리 사용되는 박자가 되었는데,

“학생들이나 세미 프로 밴드들은

박자를 완벽하게 익히기도 전에

이 곡을 레퍼토리에

포함시키는 일이 너무 많아

⟨Take Five⟩는 오늘날

특유의 활기를 잃어버린 채

연주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재즈를 듣다⟩, 766~767쪽)


그러니 다시 한번,

이 곡의 박자를, 그루브를

쉽게 따라가지 못한다고 해서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잠깐, 

5박을 3:2가 아니라

2:3으로 나눌 수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 차이코프스키가

1893년 2월에서 8월 사이 작곡해

그 해 10월 자신의 지휘로 초연한,

⟨교향곡 6번⟩ b단조, Op.74 “비창”의

2악장 Allegro con grazia가

 바로 그 대표적인 사례다.

(아흐레 뒤 차이코프스키는

세상을 떠난다.)


아마도 서구 클래식 음악 가운데

5/4박자를 사용한 가장 유명한

악곡이 아닐까 싶다.


마렉 야노프스키, 드레스덴 필하모닉의 2019년 실황 (2악장은 17:32부터)


2악장만 있는 동영상 대신

이 동영상을 고른 것은

연주 뿐 아니라 녹음도,

그리고 영상도 매우 훌륭한 까닭이니,

2악장을 바로 들으려면

17분 32초경으로 이동하시길.


작품 자체야 너무나도 유명하고

다른 훌륭한 해설도 많으니

작품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고

5/4박자의 2악장에만 주목해 보자.


곡이 시작되면 첼로 파트에서부터

들리는 주제는 다음과 같다.


차이코프스키, ⟨교향곡 6번⟩ 2악장의 주제 | 출처: imslp.org


보시다시피

‘하나-둘, 하나-둘-셋’으로,

다시 말해 2:3으로 나뉜다.

이를 두고 흔히  “‘limping’ waltz”,

즉 “‘절뚝거리는’ 왈츠”라고

평하기도 하는데,

사실 차이코프스키는 그 유명한

발레곡들에서 뿐만 아니라

이미 ⟨교향곡 5번⟩ e단조, Op.64에서도

3악장에서 왈츠(Valse)의 리듬을

사용한 적이 있지만,

⟨교향곡 6번⟩ “비창”에서는

3박자의 왈츠를 확장해

5박자로 기묘한 춤곡을 만들어낸다.


우아하게 흐르는 3박자의 왈츠와,

그 흐름에 자꾸 끼어드는  2박자가

서로 얽히면서 리듬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마치 끊길 듯 끊길 듯 이어가는 느낌,

“비창(Pathétique)”이라는 타이틀에

더할 나위 없이 적절한 ‘춤곡’이라고

해야 할까.


하지만 어찌 보면

춤이란 근본적으로 ‘절뚝거려야만’

성립하는 게 아닐까.

또박또박, 혹은 뚜벅뚜벅

군인처럼 걷는 발걸음으로는

춤을 추기 곤란하지 않은가.

아니 어쩌면 절뚝이기 때문에

 파트너가 필요한 법이고,

나아가 춤을 추는 상대방을 위해

쩔뚝거려 주어야 하는 것은

아닐까.


출처를 더 이상 기억할 수 없는

예전에 읽은 어느 글에 의하면,

기본적인 왈츠 리듬 역시

‘1-2-3’의 3박자가

균일하게 나뉘는 것이 아니라,

2번째 박이 조금 빨리 나오면서

예기치 않는 강세로 인한

‘절뚝이는’ 리듬감이 형성된다고,

그래서 왈츠의 본토인

오스트리아의 연주자들과

다른 나라의 연주자들은

리듬을 처리하는 데 있어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어쨌든 다시 차이코프스키의

작품으로 돌아가 보면,

작곡가들이란 그리 단순한

사람들이 아닌지라

곡을 들으며 박자를 계속 세다 보면

‘1-2, 1-2-3 / 1-2, 1-2-3 …’이

어느덧

‘1-2 / 1-2-3, 1-2 / 1-2-3 …’이 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2박과 3박이 서로 얽히며

때로 화합하고 때로 충돌하는

근본적인 박동만 남고

마디의 경계가 희미해지는,

기본적인 박자감은 유지되지만

그 박자의 구분을 초월하는 셈이랄까.

그러므로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너무 박자에 집착하다 보면

오히려 곡의 흐름을 놓치고 만다.


중요한 것은 박자 하나하나가 아니라

마디와 마디의 경계를 넘어,

곡의 전체적인 그루브에 몸을

맡기는 것이 아닐까.




아마도 이렇게 마디의 경계를 흩뜨리는

5/4박자를 하나 더 꼽으라면

쇼팽의 ⟨피아노 소나타 1번⟩ c단조 Op.4의

3악장 Larghetto가 아닐까 싶다.


쇼팽, ⟨피아노 소나타 1번⟩의 3악장 |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의 연주


3악장은 동영상의

14분 22초부터 약 4분 20초가량.


그런데 이걸 도대체

어떻게 박을 세야 할까,

솔직히 아직도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


출처: imslp.org


초반부를 듣다 보면

2:3 분할이 기본 리듬형인 것 같지만,

또 계속 듣다 보면 꼭 그렇지도 않다.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

카를 할레(훗날 찰스 할레)에 따르면

쇼팽은 3/4박자인 마주르카를

다른 사람에게는 4박자로 들리게끔

연주했다는 일화도 전하는 데다,

나아가 폴란드 민속음악과 언어의

리듬감을 깊이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쩌면 ⟨소나타 1번⟩ 3악장 역시

온전히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소나타 1번⟩의 이런 모호함은

1828년 당대의 음악계뿐만 아니라,

현대의 음악애호가들에게도

좀 낯선 느낌을 선사한다.

그 때문인지 다른 두 곡의 소나타보다

인기가 좀 덜하지만,

이것이 초기 쇼팽의 ‘미숙함’ 탓인지,

혹은 시대를 앞서간 창조성으로

해석할지는 각자의 몫이겠다.




마지막으로 다섯 박자와 관련된

이야기는 아니지만

흥밋거리를 더하자면,

보통 9/8박자는 3박씩 묶어

3박자 계열로 세는 것이 일반적인데,

앞서 얘기한 ⟨Take Five⟩와 함께

데이브 브루벡 쿼텟의

⟪Time Out⟫ 앨범에 같이 실린

⟨Blue Rondo à la Turk⟩는

9/8박자이기는 하지만,

총 네 마디를 함께 묶어서 세야 한다.



그러니까 한 마디의 동일한 리듬이

전체에 반복되는 구조가 아니라,

’2+2+2+3’의 세 마디와

‘3+3+3' 한 마디로 구성되는,

절묘한 리듬이 돋보이는 곡이다.


Dave Brubeck Quartet, ⟨Blue Rondo à la Turk⟩





참고자료


테드 지오이아, ⟨재즈를 듣다⟩,

강병철 옮김, 꿈꿀자유, 2023


https://en.wikipedia.org/wiki/Take_Five


Quora.com : Is Take Five (Dave Brubeck Quartet) a real 5/4 or a 3/4 + 2/4?


https://en.wikipedia.org/wiki/Symphony_No._6_(Tchaikovsky)


https://en.wikipedia.org/wiki/Piano_Sonata_No._1_(Chop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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