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친구에게 카톡으로 내 처지를 설명하다가 스스로 울화통이 터져 폭주해 버렸다. 개저씨들이, 고인물들이, 회사가, 나한테 이래! 이랬다고!
억울하고 분이 샘솟았다. 한바탕 털어놓고 나니 속을 게워낸 것 같았다. 언제나 차분히 솔루션을 같이 고민해 주는 친구가 물었다.
그래서 니가 그 조직에서 목표로 하는 건 뭐야?
그냥 내 일을 하는 거. 하루하루 주어진 일을 하는 거. 그리고 그 일이 다수의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거. 조금이라도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거.
실제 대화가 이렇게 간결하진 않았지만(욕이 많았다), 친구가 던진 한 마디에 분만실에서 척추 마취 주사 들어갈 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뭔가 아릿하면서 처음 겪어보는 듯한 이상하고 찌르르한 통증이 나를 찔렀다.
너는 바탕에 엄청 선의가 있네. 직장인으로서.
억울한 감정만 잔뜩 배설했는데, 이렇게 명확한 한 줄을 건져 주다니. 속이 울렁거렸다. 그래? 나 바탕에 선의가 깔린 직장인이었어? 그냥 내가 인정받고 싶어서 전전긍긍하는 관심종자 아니고?
인정받고 싶다. 일 잘한다는 소리 듣고 싶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말은 최고의 찬사다. 내가 돋보이고 싶고, 잘났단 소리도 듣고 싶지만 나의 성과는 결국 이 조직에 속한 사람들을 위한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 회사에 다니는 구성원들이 내가 낸 성과를 통해 만족을 느낀다면 그것으로 나는 KPI를 달성한 셈이다. 성과를 잘 내고 싶은 인정 욕구 안에 선의가 없을 순 없는 것이다.
대화를 통해 엄청난 해소감을 느끼고 "그럼 묵묵히 버텨볼게"라고 마무리지었다. 친구가 말했다.
묵묵히 말고 담대히. 버티는 거 말고 싸워서 쟁취해라.
분쟁이 두려워 피하지 말 것. 잘 싸우는 사람이 될 것. 마흔 살에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