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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n 05. 2024

첫 인터뷰

작년 2월, 다니던 스타트업이 휘청여 이직을 해야 했다. 희망퇴직을 받고 있었고, 희망퇴직 이후 황폐해질 조직문화를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400여 명 가까운 사람들이 이탈했다.


희망퇴직 마감일, 자정이 임박한 시간에 고민 끝에 희망퇴직 신청서를 작성했다. 다음날 오후, 상사에게 연락이 왔다. 우리 집 앞으로 갈 테니 잠깐만 보자고 했다. 그날은 주말이었다. 주말에 날 보러 오겠다는 상사의 말에 조금은 기뻤고, 죄송하고 또 난감했다.


상사의 설득 때문은 아니었다. 당장 갈 곳도 없는데 두 달치 월급 받고 백수 되면 어쩌지 라는 생각에  희망퇴직을 철회했다. 하지만 다시 잘해볼 마음은 없었다.


그 애매한 상태로 지금 다니는 회사에 면접을 봤다. 현재 나의 상사인 면접관은 에고가 대단해 보였다. 인터뷰는 거진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질문은 별로 없었고, 주로 면접관의 이야기를 듣는 시간이었다. 연신 고개만 끄덕였다. 레퍼 체크는 이미 끝나 있었고 분위기는 나쁘지 않았다.


나는 주어가 1인칭인 말을 거의 하지 않았다. 인터뷰가 끝나갈 때 즈음, 어쩜 저렇게 쉬지 않고 청산유수로 말을 할 수 있을까 싶었던 면접관이 질문을 던졌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최고 강점이 뭐라고 생각해요? 한 가지만 말해 보세요."


(드디어 말할 기회가 왔구나.. 입에서 단내가 나려던 참이었다)


"추진력입니다."


"오~~ 추진력. 근데 추진력 강한데 추진이 잘 안 되면 힘들 텐데?"


"저는 그래도 추진합니다."


요즘 이때의 대화를 자꾸 곱씹는다. 추진력 강한 사람한테 이 조직은 쥐약이거든. 나의 상사는 첫 인터뷰에서 미리 복선을 깐 게 아닐까? 뭘 하겠다고 가져가면 번번이 튕겨 나오는 이 상황. 계란으로 바위 치다가 닭이 되어 머리가 으깨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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