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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n 03. 2024

한 것도 없는데

벌써 오후 4시 20분. 슬슬 퇴근 준비할 타이밍이다. 월급루팡 두 달째. 출근해서 메신저 좀 하고, 네이버 쇼핑후기 쓰고, 주말 캠핑 가서 먹을 밀키트 찾아보다가, 사람들이랑 개저씨 뒷담화 하고, 사람인 좀 들여다보면 하루가 간다. 혼점도 익숙해져서 편하다. 


지난주엔 나름 의미 있는 일을 했다. 내가 주최자로서 행사를 진행했고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쫄보에 실수 계속 곱씹는 스타일이라 말 한 번만 더듬어도 집에 돌아오는 전철에서 발차기하는 성격인데 이상하게 곱씹을 게 없었다. 실수를 안 한 것도 아닌데 이상했다. 


내가 갑자기 담대해졌나? 스스로에게 관대해진 걸까? 모든 걸 상대방의 시각으로 바라보며 굳이 할 필요 없는 생각으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게  나란 사람인데. 이상했다. 


그 정도로 잘한 것도 아닌데 만족하다니. 이게 다 일이 없어서다. 파리 날리는 식당 사장님은 손님이 와서 음식을 팔았다는 사실 자체에 기뻐하지, 그 손님이 네이버 평점 높게 달아주는 것까지 기대하지 않는다. 애초에 손님이 많아야 리뷰도 달리는 거니까. 


나는 일이 없다. 그 정도로 없다. 간만에 손님 와서 요리를 했음에 만족했다. 부디 식당 문 닫지만 않았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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