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계속 이렇게 다녀도 되나. 서류는 왜 넣는 족족 광탈일까. 언제쯤 길이 열리나. 너무 답답하고 막막하던 차에 회사 동료의 추천으로 점성술을 보러 갔다.
주말에 애 맡기고 점성술 보러 가는 아줌마. 그게 나예요. 친정 엄마껜 점성술을 설명하기가 좀 그래서 사주 보러 간다고 둘러댔다. 엄마도 사주는 좋아하고 자주 보시니깐!
낯선 동네 오피스텔을 찾아가며 뭔가 비밀스러운 취미 생활을 하는 기분이 들었다. 점성술이라고 특별할 건 없었고 사주랑 비슷하게 태어난 날짜와 시간으로 별의 위치를 어쩌고... 여튼 통계학이랑 가까웠다.
나는 "일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했다. 내가 이 지구상에 태어난 이유는 일을 하기 위함, 노동자의 운명을 타고난 사람이라고. 어딜 옮기려고 해도 지금은 잘 안 될 거고, 하반기는 돼야 이동하는 운이라고 했다.
근데 그 이동 꼭 안 해도 된다고. 계속 이 조직에 있는 게 더 나은 선택일 수도 있다, 일단 6월까진 기다려 보라 했다.
"혹시 현 조직에서도 변화가 있을 수 있나요?"
그럴 수도 있다고. 그게 이 조직을 벗어나는 것보다 더 나을 수도 있으니 일단 버텨라, 는 말에 약간의 위안을 얻었다. 6월, 6월만 바라보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담주면 6월이네?
2시 반으로 예정됐던 상사와의 미팅이 4시 반으로 밀리면서 2시간이 또 발생해 버렸다. 오늘은 정말 담판 지을 게 많은데. 묵묵히 말고 담대히, 쟁취해야 할 것이 있는데. 출근해서 점심에 한식 뷔페 먹고 브런치 쓰고 이거 말고 뭘 했냐 대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