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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n 10. 2024

회사에서 글 쓰기 어렵다

회사에서 글을 쓰기 어렵게 됐다. 자리가 바뀌었다.


팀이 해체되고 실 내 직할로 소속이 바뀌면서 나는 혼자 일하고 있다. 지난 연휴 때 사무실 인테리어 공사를 했고 자리가 바뀌었다. 혼자 일하는 나는 맨 끝자리에 앉게 됐다.


출입문을 마주 보는 맨 끝 자리다. 스타트업처럼 파티션도 없어졌다. 누가 문을 열고 들어오면 나랑 눈이 딱 마주친다. 오늘만 타 부서에서 온 사람들의 문의를 몇 번 응대했다. 어찌 보면 안내 데스크 같은 자리다.


차라리 잘됐다 싶었다. 문에서 가까운 자리고 내가 지나다니는 걸 누가 볼 일도 없어서 마음껏 외출이 가능하고 5시 퇴근할 때 눈치도 안 보인다. 닌자처럼 쓩 사라지면 된다. 편하다 편해. 좋다 좋아. 최대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 애썼다.


“보안 필름 사야겠네, 파티션도 좀 높이고”


나한테 별 관심 없는 상사가 그래도 내가 좀 신경이 쓰였는지(?) 자리에 와서 말을 걸었다. 네네 그래야죠. 실은 출근하자마자 쿠팡으로 24인치 모니터용 보안필름을 구매했다. 내돈내산으로. 사무용품 구매비가 빠듯해서 내 카드로 샀는데 이게 못내 걸렸다.


회사 방침으로 자리가 바뀐 건데 내 업무는 보안이 필요하다. 그럼 법카로 사는 게 맞지 않아?(게다가 상사가 먼저 사라고 했음) 생각하다 결국 개인카드로 산 걸 취소하고 다시 결제했다. 그래 이런 건 법카로 사는 게 맞지.


자리 바꾸고, 정리하고, 보안필름 구매했네. 오늘 할 일 다했네. 훤히 뚫린 자리라 당분간 회사에서 브런치는 못 할 것 같다. 그래도 집에 와서 틈틈이 써야지. 하루에 글 한 개 쓰는 거 아니면 내 존재 가치를 증명할 길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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