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저기요 Jun 19. 2024

누가 이기나 보자

제목을 쓰면서 생각했다. 이미 진 게임인데 뭘 이겨. 패배 속 작은 승리를 기원하며 쓴다. (내가 진 게임이지만) 누가 이기나 보자!


나는 시간이 많다. 지난 직장생활을 통틀어 가장 한가한 시기다. 나는 할 일이 없다. 하찮은 것에 몰입해서 작은 성과를 낼 수 있다. 방망이 깎는 노인에 빙의해 끝까지 해보기로 했다. 누가 이기나 보자.


이미 졌으니까 남들이 인정하는 이김은 내 목표가 아니다. 그냥 소소한 정신 승리 그 정도면 된다. 내가 이 조직문화의 개마고원 같은 회사에서 그래도 뭐라도 성과를 냈어! 씨앗을 심어서 싹을 틔웠어! 하는 자기 효능감의 충족 말이다.


씨발 좆같네. 어제도 오늘도 속으로 15번쯤 외쳤다. 상사와 일주일에 한 번씩 하는 대면 미팅 시간. 90분을 얘기했는데 결론은 1) 하기로 한 거 하지 마 2) 그러니까 하지 말라니까? 이거였다.


그래, 그럴 줄 알았다. 20킬로쯤 달렸는데 마라톤 코스가 갑자기 폐쇄되어 버리는 이런 상황이 나에겐 일상이다. 씨발 이럴 거면 2킬로 뛰었을 때 말해줬어야지, 장난해? 씩씩대봤자 얻는 건 없다. 메달은 고사하고 완주를 기대한 내가 병신이었다.


노가다가 예상되는 업무를 자청했다. 물론 방식은 그가 제안했지만, 내가 수락했다. 소위 몸빵이 예상되는 업무다. 하지, 하지 뭐. 시간도 많은데, 몸빵 까짓 거 왜 못 해? 내가 아주 제대로 몸빵 해줄게. 그래서 뭐라도 성과 보여줄게. 내일 또 엎어질 수 있는 업무지만 오늘은 드릉드릉한다.


어제와 오늘과 내일의 마음가짐이 매번 달라진다. 그래야 산다.



이전 28화 난 왜 이모양일까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