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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저기요 Jul 08. 2024

어우 회사 가기 싫어

월요일 아침이다. 최근 바빴던 것은 아닌데 자리가 안내 데스크 위치로 바뀌었고 어떻게든 일을 만들려 애쓰느라 브런치에 소홀했다. 연재 주기를 1주일에 한 번으로 바꾸었다.


월요일 오전. 글 쓰기 좋은 시간대다. 여전히 할 일은 없고, 피드백받지 못해 표류 중인 업무는 앞으로 나아갈 기미가 없다. 상사를 쪼는 미저리 짓도 그만하고 싶다. 논다.


매일 새벽 4시 반 정도에 눈을 뜬다. 시계를 한 번 확인하고 안도하며 다시 눈을 감는다. 5시 반까지 잘 수 있다. 오늘도 그랬는데, 그 한 시간 사이에 꿈을 꿨다.


전전 회사에서 친하게 지냈던 최근 아이를 낳은 지인이 나왔다. 그립고 반가운 마음에 안부를 나누며 점심을 먹으러 갔는데, 중간에 나는 혼자가 됐다. 혼점이 일상이라 한식뷔페로 향하는데 갑자기 꽤 깊은 천을 건너야 하는 상황이 됐다(꿈은 늘 개연성이 없지). 수영을 못해서 천을 그냥 건널 수는 없고, 어떻게 건너지 고민하다 멀리 빙 둘러서 가기로 했다.


빙 돌아서 가는 길도 험난했다. 바닥엔 눈이 쌓여 있고 어디서 왔는지 모를 폐기물과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었다. 굳이 이런 길을 걸어서, 점심을 먹으러 가야 하나? 밥이 뭐라고 이러는 건지... 꿈이지만 스스로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꿈에서 깨어났다.


아, 불길하다. 오늘도 계획했던 일이 엎어지고 지연될 것 같다. 천을 건너서 식당에 가지 못했으니. 오늘도 글렀다.


어우 회사 가기 싫어. 육성으로 외치며 싱크대에 서서 어제 사놓고 안 먹은 참치김밥을 먹었다. 차갑게 식은 김밥과 내 신세가 비슷하다고 여겨졌다. 그래도 먹어 치웠네.


왜 출근했는지 모르겠는데 오늘도 출근했다. 목이 뻐근한데 정형외과 가서 물리치료나 받을까. 습관처럼 이력서 업데이트하고 메일 한 통 썼더니 11시다. 시간아 빨리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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