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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혜진 Sep 23. 2020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어느 날의 일기 

코로나 때문에 계절이 오는 냄새도, 사람들의 표정들도, 사랑하는 사람의 입모양도 잘 보지 못하는 이 시간들이 아쉬운 것 같다. 어쨌든 하루하루를 잘 살아내고 있다. 글을 쓰는 것도, 책을 읽는 것도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들이 지나가고 다시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는 순간들이, 좋은 문장들을 만나는 그 순간들이 다시 행복하고, 감격스러워졌다. 그래서 요즘 읽은 책들 중 잊기 싫은 문장들을 하루에 한 번씩 적고 있다. 잊어버리는 것은 잃어버리는 일과 같기에. 

무기력한 나날이지만 그래도 다시 일어날 수 있는 나를 믿는다. 책을 읽는 내내 안전했으면 좋겠다고, 부디 행복하라는 작가님들의 소망으로, 든든하게 나를 응원하고 있다는 말로 또 힘을 내고, 울고, 웃는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좋아하는 친구들과 놀았으며, 엄마의 병간호를 직접 할 수 있었다. 친구의 상경을 축하해 줄 수 있었고 좋은 책들을 많이 만났으며 기댈 수 있는 연인과 친구가 늘 항상 내 곁에 있었다. 오늘이 너무 불행하거나 행복하다면 어제의 추억이 힘이 없기 때문이라는데 나는 평평한 오늘들로 어제의 추억에 힘을 싣는다. 그리곤 문득 어제, 어제의 어제 일들을 생각했는데 마치 없었던 일처럼 떠올랐다. 아득했다. 행복했던 기억이 무뎌지고 바래지는 것은 참 슬픈 일이었다가도 상처투성이였던 기억들도 결국 무뎌지고 바래진다고 생각하니 다행이었다. 오늘을 잘 살아내는 것 밖엔 답이 없겠다,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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