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사소 20-12
아침에 배가 아파서 깼다
너는 이주마다 생리를 하냐, 엄마가 그랬다 나도 바람빠지는 소리로 웃었다
과일값이 비싸진다는 뉴스를 들었다
아무쪼록 생길 수 있었던 저녁약속과 그것들을 뿌리치고 한잠 잘 생각을 한다
볼일을 보러 밖에 나와 팜플렛을 나눠주는 사람을 마주쳐 꾸벅 인사를 한다
인사를 하지말고 받아주는 게 나았을 텐데 그렇지만 받기 싫어서 인사라도 한 거니까 말이지 쥔 것도 없으면서 두 주먹을 말아쥐고 계속 걷는다
이틀 전에 왔던 길이지만 잠깐 또 헤맨다
번호표를 뽑고 기다리면서 책을 읽는다 남편이 아내의 몸 속에 아이를 만든다, 고 적힌 구절에 마스크 안으로 콧방귀를 뀐다
세우고 쑤셔넣는 게 다구만 그걸 그런 말로 해? 만드는 건 아내인데다 밴다고 낳으란 법은 없다 아 참 있지 그런 법이 카악 퉤 그래서 부랴부랴 인생이 바뀌지 양육자의 가난과 질병과 억울함 위에 얹혀진 아이들은 볼 거 다 보고 자라나서 그런 생각을 하겠지 밴다고 낳으란 법은 없는 건데 아 참 아직도 있지 카악 퉤퉤 그렇게 이 지구는 침과 눈물과 땀에 잠기고 말 거라고
몇 장 안 넘겨서 여자가 자살을 했다 이거 덮어야 하나 슬몃 짜증이 난다 여자는 싸이코패스가 아니면 책도 읽을 수 없다 그렇지 않으면 늙은 싸이코패스들이 쓴 책을 읽으면서 침만 뱉어야 한다
없는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니지 그런데 왜 있는 이야기들만 해 재수없게 무력한 사람들이 무력한 자신을 문학적으로 써내려가는 게 짜증난다 그런 글에 상을 주고 박수를 치는 사람들도
세상은 그렇게 돌아가는 거야, 너라고 별 수 있겠어?
난 뭐가 다르지?
난 짜증이라도 내지!
눈을 수번 찌푸리다가 아차 하고 안경을 꺼내 썼다 안경을 쓰면 먼지가 보이고 머리카락이 보이고 벌레도 보여서 잘 안 쓴다
치매 걱정을 일찍 시작했다 늙을 수는 있을까 생각하면 부질없다 내가 늙어서 세상이 다 그런 거라고 또 누워있는 여자애 이야기나 쓰고 그러면 참 그게 치매겠지 앉고 서고 뛰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데
아무렇지도 않다는 말은 아무러면 안되는 사람들이 만든 말이라 믿으면 안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