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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하루 Feb 12. 2023

네 아이를 손님 대하듯 하라

우리 집에 제일 어렵다는 어린이 손님이 방문했다. 동생의 아이니까 나에게는 조카이다. 둘째와 생일이 사흘 밖에 차이 나지 않은 탓에 두 아이는 키도 몸무게도 고만고만 꼭 쌍둥이 자매처럼 보인다. 둘이 방에 들어가 문을 콕 잠그고 한참을 나오지 않는다. 간간이 깔깔거리는 소리가 문틈에서 새어 나온다. 오빠만 있는 둘째는 친한 동성 친구가 놀러 온 듯 신나 보인다. 조카도 마찬가지여서 가끔 우리 집에 오면 무조건 둘째와 같이 놀다가 자고 간다고 한다.


동생은 엄마집에서, 조카는 우리 집에서 하룻밤 이별을 하기로 했다. 엄마 껌딱지인 우리 아이들은 조카와 다르게 다른 집에서 혼자 떨어져 자본 적이 없다. 우리 아이들과 다르게 부모에게 뚝 떨어져 하룻밤을 보내는 조카가 신기하고 기특했다.


혹여 어둠이 밀려오면 자연스레 엄마냄새나 아빠품이 그리울까 싶어 조카의 안색을 살피며 잘하고 있다는 격려를 해주었다. 조카가 고모하고 부르면 친절하게 답하고, 더 안아주고, 뜰하게 챙겨주었다. 고모집이 불편했다거나 제 엄마가 그리웠다는 기억을 남기지 않게 하려고 애썼다. 남편도 나와 같은 마음이었는지 우리 아이들을 대할 때보다 한결 자상하고 부드러운 태도로 조카를 대했다.


고모와 고모부의 계속된 칭찬 덕분일까 조카는 제 할일을 야무지게 해내며 제 부모는 깜박 잊은 듯 즐겁게 하루를 보냈다.


잘 시간이 되었다. 우리 침대 옆에 있는 둘째 침대에 두 아이가 함께 누웠다. 조카는 지난번 자고 갔을 때 핸드폰 불빛에 그림자놀이를 해주었던 것이 기억났는지 또 해달라고 했다. 평소에 아이들이 그랬다면 피곤하니 그냥 자자고 했겠지만 조카의 부탁이라 열심히 어설픈 그림자 연기를 했다. 엄마 없이 역시 씩씩하고 멋지다며 칭찬 세례를 하니 두 아이들이 훌쩍거린다.


"엄마, 아빠 나빠. 우리는 칭찬도 안 해주고, 신경도 안 써주고!"

"우리는 보이지도 않지?"


아뿔싸 내가 너무 했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에게 대하는 것과 다르게 조카에게 친절한 엄마의 모습에 서운함을 느낄 법도 했다. 잠시 반성을 했지만 짐짓 모른척하며 그런 적 없다고 시치미를 뗐다. 되려 너희가 엄마랑 떨어져 외삼촌 집에 가서 잔다면 외숙모는 엄마보다 더 친절하게 너희를 대할 거라고 말했다.



박혜란 작가가 아이를 손님처럼 대하라고 했다. 꼭 그랬다. 조카에게는 내 자식에게 보이지 않았던 부드러움, 강요하지 않는 부탁, 친절한 거절을 했다. 엄마와 떨어져 하룻밤을 보내는 조카의 마음을 헤아리느라 정작 우리 아이들의 마음까지 읽어주지 못했다. 내 아이니까, 당연하니까, 가족이니까와 같은 핑계로 아이들을 손님처럼 공손하게 대하지 못했다.


오늘 조카에게 했던 것처럼 그렇게 아이들을 대하면 되겠구나 싶다.


손님 대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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