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데 영어 공부는 매일 못하는 미스터리
보통 장미꽃 그림 한 장 그리는데 1시간 반쯤 걸린다.
꽤 시간이 들어가는 한 장이지만 우리 같은 미술인들에게는 손이 녹슬지 않도록 반복 또 반복이 필수다.
비록 미술 배운 지 한 달이지만... 초심 한 번 위대함!
여하튼 손에 녹이라곤 1도 없는 새 손이라 그런가~ 지난주에 장미꽃 그림을 7장이나 그려가서 선생님 및 같이 배우는 분들에게 놀라움을 샀다.
아니!! 배운 지 한 달 만에 어떻게 그림을 이렇게나 '잘' 그릴 수가 있지? 가 아니고 '많이' 그릴 수가 있지? 하는 반응이었다.
"어머.. 애기 엄마가 어떻게 이렇게 많이 그렸어?"
"나는 애 5살 때까지 아무것도 못했는데"
7장은 나도 좀 많이 그렸네~ 생각하고 있었지만 이렇게까지 불가능한 일이란 말인가.
내 딸은 30개월이라 아직 낮잠을 두어 시간 잔다.
그래서 그때 한 두장은 그려낼 수 있다고 했더니, 세 분 모두 이구동성으로 애 키우면서 그 시간에 할게 얼마나 많은데 밀린 집안일 끝내고 지쳐서 깜빡 졸기라도 하면 후딱이라며 공통된 경험담을 이야기하셨다.
그 얘기를 듣고 보니 이해가 되었다.
그리고 내가 다작(?)을 할 수 있었던 이유도 드러났다.
나는 그때 만사를 제쳐놓고 내 시간을 갖는다.
딸아이가 열어재껴 놓은 열몇 개의 사인펜 뚜껑 정도만 액이 말라 비틀어지지 않게 후다닥 닫고 바로 책상에 앉는다.
우리 아빠가 보면 또 "이게 뭐고 이게~" 하면서 좀 치우라고 할 난장판 책상 위에 미술 도구가 끼여 들어갈 공간만 확보한 후 그림을 그린다. 그림이 너무 재미있다.
문득문득 어지럽혀진 장난감과 개다 만 빨래들이, 저 멀리 부엌에선 음식 묻은 그릇들이 내 뒤통수를 잡아당기지만 개무시.
옛날부터 맛있는 거 먼저 먹고, 재밌는 거 먼저 하던 습관 때문일까..
나는 나 놀 거, 재밌는 게 먼저 당긴다.
그리고 어쨌든 테스트해 본 결과 30분만 있으면 급한 집안일은 후딱 해치울 수가 있다.
오늘 아침에도 온 집안 청소기를 돌리는데 10분
빨래 돌리고, 건조되어 나온 빨래 개는데 10분 안 걸렸고
설거지 5분?!
이 정도로 들이는 시간 대비 만족스러운 살림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자기 시간에 대한 욕심 보다는 '대충대충 정신'이 그림 7장의 비결이라면 비결일까.
뭔가 얻어 걸린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여하튼 아이가 프리스쿨에 가 있는 동안도 나에게 굵직하게 주어지는 자유 시간이다.
9시에 내려주고 12시에 픽업하는데 왔다 갔다 30분 빼면 2시간 반은 온전히 내 시간이다.
근데 이렇게 시간을 내려면 낼 수 있는 나인데 이상한 건 영어 공부할 시간은 없다는 것이다.
그림은 하루에 두세 개도 그리면서 30분 영어 공부할 시간이 없다는 미스터리...
이 글을 쓰고 나니 금세 또 딸아이가 깰 시간이라 슬슬 저녁 준비를 시작해야겠다.
그러니까... 나 영어 공부는 언제 해야 하지??
시간이 너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