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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과 이유 Aug 11. 2022

아이에게 본보기가 되다

엄마도 꿈을 꾸다

꿈이라는 것은 학교를 다니는 시기부터 귀가 따갑도록 들었던 말이다. 최근에는 SNS 단톡 방에서도 엄마의 꿈에 대해 이야기 듣고, 요즘은 아이들에게도 꿈이 무엇인지 질문을 듣는다. 학창 시절, 대학교에 다니던 시절, 결혼하기 전에 꿈꾸었던 일들이 아득하게 느껴졌다.


일을 쉰 적이 없었다. 항상 빠듯하게 하루를 보내며, 내일을 걱정하며 살았다. 둘째 아이를 낳고 독서 교사로 직업을 바꾸면서 내가 하는 일이 전문직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도 잘 키우고 싶었고, 전문직으로서 인정도 받고 싶었다. 매일 종종걸음을 치듯이 바쁘게 살았다. 시간에 인색했다. 여유 있게 산책을 하거나 휴식을 취하는 것은 시간을 아끼는 게 아니라고 생각했다.


독서논술교사로 자리를 잡아가고는 있었지만, 삶을 감사하게 받아들이지 못하였다. 뭔가 불만이 계속 생겨났고, 예전에 직장 생활을 했던 시기와 자꾸 비교가 되었다. 집에서 일을 하므로 아이들을 돌보는 장점이 있는 것은 분명한데, 일을 하는 시간이 직장을 다녔을 때와 그대로인 것 같았다. 오히려 주말은 반납되었고, 밤 9시, 10시까지 수업을 하는 날도 많았으며, 수업 후에도 수업 준비를 하고, 아이를 돌보는 등의 일은 계속 남아 있었다. 


이렇게 종종거리면서 열심히 살았으면 대단한 전문가가 되어 있어야 하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바쁘게 살다 보니, 책상에 앉아 있는 날이 많다 보니 몸은 늙어가고 병들어 갔고, 마음은 여유가 없어져 갔다. 두 아이를 챙기며 바쁘게만 살던 어느 날, 나는 아이들에게 무엇을 남길 수 있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이들이 엄마를 어떻게 기억하게 될는지 궁금했다. 엄마가 좋아했던 것은 무엇이고, 엄마의 꿈은 무엇이고, 엄마는 무엇을 위해 그렇게 열심히 살았는지 아이들이 이해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았다.


가족을 너무 사랑하지만 꿈과 생각까지 공유하지는 못했다는 깨달음이 생겼다. 아이를 낳기 전의 엄마의 꿈은 뭐였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부족했다. 같은 시기를 살아가면서 엄마가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었다고는 하지만 책 읽기 속도가 느린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하루에 한 권, 또는 며칠에 한 권은 읽지 못하였다. 단지 하루에 몇 페이지라도 매일 읽으려고 노력했다. 책을 읽다 보니 글쓰기가 하고 싶어졌다. 힘들었던 경험을 글로 표현을 하거나 지난날의 상처를 글로 쓰고 싶기도 하고, 마음을 글로 통해 전달하고 싶어지기도 했다.


아이들 책만 빌려오던 도서관에서 내 책도 빌려와서 읽었다. 어떤 책은 자극을 주기도 했고, 어떤 책은 마음을 편안하게 했다. 책에 따라서 마음이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하는 경험을 했다.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서 책을 읽었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 독서를 했다. 그랬더니 조금씩 길이 열렸다. 엄마로서 성장하고, 책과 함께 아이들을 키웠다. 



다시 꿈을 꾸고 있다. 불안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발버둥 치는 꿈이 아니라 치열하게 살면서도 희망적인 꿈. 거창한 꿈은 아니다. 나의 꿈은 책을 읽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글을 쓰는 것이다. 아이들이 엄마의 뒷모습을 보면서 아이들도 꿈을 꾸게 되기를 바랐다. 엄마가 본보기를 보이고, 아이는 엄마를 보면서 자신의 일을 생각하는 모습은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좋았다.


교육 회사에 다닐 때도 보람이 있기는 했지만, 직접적으로 주변 사람들에게 더 많이 나눠주는 직업을 선택하고 싶었다. 그렇게 두 번째 직업인 독서논술교사를 시작했다.


방 하나는 독서교실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는 재미를 알려 주고 있다. 수업에 온 아이와 책을 함께 읽기도 하고, 커리큘럼과 연계되어 있는 다른 책들을 도서관에서 빌려오거나 구매를 해서 수업에 오는 아이 손에 쥐여 주기도 한다. 아이가 나와 수업을 하면서 책을 좋아하는 아이가 되고, 책과 친해지기를 바랐다. 책을 통해 공감하고 글자 속에서 행복을 발견했다.


40대가 지나가고 있는 나이에 꿈을 가졌다. 엄마가 꿈을 가지면 아이들은 엄마의 꿈을 지켜보리라. 


아이의 꿈에 작가가 추가되었다. “엄마도 꿈이 작가이고, 저도 꿈이 작가예요. "



여전히 일을 하고 아이들을 돌보는 워킹 맘의 삶을 살고 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찾았고, 조금씩 그 일을 위해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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