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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과 이유 May 17. 2024

나는 나를 설명하기 어려워!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요? 


인생을 살아오면서 어떤 힘든 점이 있으셨나요?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 꺼내놓으라고 판이 펼쳐져 있어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려웠습니다. 



2014년. 돌도 안 된 둘째 아이를 맡길 데 없어 버스를 타고 육아종합지원세터에 갔습니다. 둘째 어린이집 배정이 빨리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서너 시간 맡겨야 했습니다. 


그사이 집으로 와서 수업을 했습니다. 수업 끝나고 현관문을 나오는 순간 뛰어야 했습니다. 예약된 시간 맞춰야 했기 때문이지요. 혹시 몇 분이라도 늦으면 기다리지 않을까 걱정되어 여유 있게 걸을 수 없었어요. 다시 버스를 타고 세 정류장 떨어진 육아종합지원센터로 갔습니다. 조급한 마음과 달리 아이는 엄마를 보며 방긋 웃습니다. 선생님들이 아이가 잘 지냈다 전해 주셨습니다. 아이를 맡기기 위해 버스를 타고 다녔던 건데요. 돌도 안 된 아이니 짐이 많았어요. 어깨가 빠질 것 같이 아팠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 도착한 뒤에는 유모차를 끌고 어린이집에 첫째를 데리러 가야 했습니다. 아이는 집에 그냥 들어가지 않으려 하곤 했지요. 놀이터에서 한바탕 놀았더랬지요. 유모차를 밀며 '빨리 집에 들어가자'를 반복해서 말을 해야 겨우 들어가곤 했습니다. 


집에 와서는 빠르게 저녁 준비를 했습니다. 국 데우고, 반찬 꺼내 식탁에 차려 두었습니다. 그리고 저녁에 아이들을 돌봐주는 돌보미 선생님을 맞이하였습니다. 돌보미 선생님의 역할은 남편이 퇴근하기 전까지 두세 시간 아이들과 놀아주시는 겁니다. 저는 저녁 수업을 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은 잠들지 않고, 엄마를 기다리곤 했습니다. 밤 10시 일을 마쳤습니다. 늦었지만 30분이라도 아이들과 노는 시간이 필요하니깐요. 엄마와의 시간을 기다렸을 테니깐요. 그렇게 한바탕 놀아주고 아이들이 자야 하루가 마무리되었습니다. 




일을 잘하고 싶었고, 빨리 자리를 잡고 싶었기에 힘들다 생각 안 했습니다. 주말에도 틈틈이 자료 만들고, 일을 했고요. 이렇게 몇 년을 지냈는데 어느 날부터 자려고 누우면 눈물이 베개옆에 떨어졌습니다. 어떤 감정인지 설명하기는 힘들었지만, 이렇게만 살아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면 좋아지려나 생각했지만 일에 집중해도, 육아에 몰입해도 허전한 마음은 계속되었습니다. 


내가 원하는 삶이 이런 모습인가? 그렇다면 행복한가? 나는 뭘 더 원하는 거지? 


아이도 잘 키우고 있고, 원하는 일 하고 있는데, 왜 힘든거지? 


왜 그러한지 저의 마음을 설명해 보고 싶었습니다. 나답게 살아가는 모습이 아니었던 것 같아 혼란스러웠던 것 같습니다.  그저 '공허하다'는 말로는 감정을 설명하기 어려웠고, 원하는 바를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도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나답게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보자 싶었습니다.


방법을 모르니 우선 책을 읽었습니다. 책에서 글을 쓰라 하더군요. 어떻게 글을 써야 할지 몰라서 무작정 블로그 쓰기를 시작했습니다. 읽고 쓰다 보면 내가 원하는 모습이 그려지지 않을까 싶었거든요. 한 권, 두 권 읽은 책이 쌓이고요. 책에 대한 서평 글이 블로그에 쌓여갔습니다. 


나를 설명하기 어려웠던 사람입니다. 뭘 원하는지조차 몰라서 눈물만 흘렸었고요. 그랬는데 블로그에 글을 쓰다 보니 나의 이야기를 조금씩 꺼내게 되었습니다. 


어떤 사람인지, 어떤 가치관을 가진 사람인지 설명하기 어려웠던 이유가 있었습니다. 첫째, 용기가 없었기 때문이고요. 둘째, 생각을 안 해봤기 때문이고요. 셋째, 사고의 범위가 좁았기 때문이었습니다.   


이제 용기를 냅니다. 나에 대해 생각을 하고요. 사고의 범위를 넓히려 노력합니다. 조금씩 내가 어떤 사람인지 들여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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