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하기를 잘했습니다
아파트 단지 내에 야시장이 열렸습니다. 동네 사람들이 나와서 간식도 사고, 모여서 야식도 먹고 있는 풍경이 예스럽다 느껴집니다. 예전 같으면 동네 행사에 일부러 찾아가지는 않았으나 이번 야시장에는 나가보았습니다. 철판 아이스크림 집은 초중등생들로 줄이 몇 미터는 되어 보였고요. 닭코치와 육전, 닭강정도 인기가 많았습니다. 아이들은 바이킹을 탄다면서 조그마한 배 모양 놀이기구 앞에서 줄 서 있었습니다. 얼굴만 익혔던 동네 사람들도 만나고, 아이 친구 엄마, 아이 친구의 친구 엄마까지 두루두루 인사하는 시간 가졌습니다.
2019년, 블로그를 시작해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그전까지 혼자 도서관 다니며 책 읽었지만 책 읽은 내용을 기록해 봐야겠다 생각했거든요. 혼자서 시작하기에는 어렵다 느껴졌습니다. 네이버에 검색을 해서 블로그 강의를 찾았습니다. 블로그 강의는 교대역에서 한다 하였습니다.
집이 일터인 저는 집 밖을 잘 나가지 않았습니다. 아이들 등하교, 놀이터 투어, 마트를 제외하고 동네 밖을 벗어난 적이 없었습니다. 매일 집에만 있었지요. 아이들 돌보고, 일하며, 공부하느라 바빴고요. 뭔가에 쫓기듯 불안했습니다. 첫째가 여섯 살 때까지는요.
그렇게 사는 삶도 나쁘지 않았지만 마음은 무거웠습니다. 불안이 삶을 누른다 느껴졌습니다. 그러다 깨달았습니다. 뭔가 변화가 필요하다고요. 그저 머무르기만 해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것을요.
강남 방향 2호선을 타고 교대역까지 간다는 건 나름대로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서는 잘 가지 않았던 장소입니다. 뿐만 아니라 돈을 내고 뭔가를 배운다는 부담감으로 망설였지요.
새로운 일을 도전하기 어려웠던 시기였습니다. 한 번만 배워보자 결심하고 실행을 했습니다. 블로그 강의 수강했습니다. 5만 원이었습니다. 강의를 듣고, 한 달 동안 매일 블로그를 쓰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누구 하나 강요하지 않았는데 열심히 했습니다.
한 달 블로그 쓰기 미션을 성공하자,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의 블로그 시작은 그러했습니다. 이후 더 배우기도 하고, 커뮤니티에도 들어갔지요.
새로운 일에 도전한다는 건 큰일이 아니어도 됩니다. 사업이나 공부를 시작할 수도 있겠지만요. 저에게 블로그 시작은 사업을 시작하는 것 같은 무게감이 느껴졌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를 시작하면서 사는 게 조금 달라졌습니다. 예전보다 모니터를 더 많이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키보드 자판을 두드려서 뭔가를 적은 다음 공개를 한 다는 건 용기뿐만 아니라 노력도 필요했습니다. 내가 쓴 글이 누군가에게 가치가 있으면 좋겠다 생각한 것도 이때가 처음이었습니다. 혼자 책 읽고 끝나면 아무것도 발전이 없겠다 생각이 들었거든요.
블로그 글을 쓴다는 건 누군가가 읽는다는 의미잖아요. 혼자서만 쓰고 끝내려면 일기를 써도 되는 거니깐요. 그렇다면 내가 쓴 글이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겁니다. 서평 하나를 쓰더라도 글을 읽고 한 명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면서요.
블로그에 글을 쓸 때마다 이웃분들이 반응을 해 주었고요. 이웃 수가 점차 늘어나는 것도 신기했습니다. 무슨 일이든 처음 시작하는 일에는 심호흡이 필요합니다. 처음 해 보는 일이라 어려운 일 투성임에도 잘하고 싶은 욕심도 붙기 때문입니다. 그럼에도 일단 강남역까지 강의를 들으러 간 그날. 용기 내어 다행입니다. 블로그 시작 잘했습니다.
야시장에서 따뜻한 봉지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습니다. 총총 발걸음으로 집에 도착해서 가족들과 식사를 할 테지요. 맛있는 음식을 나눠먹으려는 마음, 행복을 공유하고자 하는 사람들의 움직임이 더 눈에 들어왔습니다. 블로그 글쓰기를 하면서도 나누려는 마음, 도우려는 마음 잊지 않아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