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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선과 이유 May 03. 2024

SNS 시작한 이야기

내가 공개글을 쓴다고? 

공개적인 삶을 산다는 건 생각도 못했습니다. 얼굴이나 이름이 공개되면 무슨 큰 일이라도 날 것처럼 꽁꽁 감췄지요. 어느 곳에 가나 조용히 있는 편을 택했습니다. 사람들 많은 데로 들어가서 묻히면 편안했고, 너무 눈에 띄면 불안했습니다. 


중, 고등학교 시절 선생님이 날짜에 맞춰 번호를 불러대며 발표를 시키면 순서가 다가올 때마다 두근거리는 소리가 커졌고요. 앞에 나가서 노래를 부르거나 장기자랑을 한다는 건 생각도 못 했습니다. 


두 아이를 키우며 녹색 어머니회는 참여는 해 봤습니다만 학부모회 모임은 나가지 않았습니다. 소수 엄마들 모임이 편했고요. 반모임을 하거나 전체 모여야 하는 자리가 있으면 불편했습니다. 


이렇기에 공개글을 써야 하는 SNS를 한다는 건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생각해 보니 공개글을 쓰기 어려웠던 이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타인의 시선 때문입니다. 잘못한 게 아니면서도 잘못한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걱정하고요. 잘하리라 기대하지도 않았는데,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갖는 거지요. 사는 게 모두 각자의 프리즘으로 해석을 한다 하지만요. 프리즘에 어떻게 걸려서 보이는지를 중요하게 생각했던  같습니다. 정작 타인은 나에게 관심이 없는 데 말이지요. 


둘째, 공개적인 삶이 싫었던 이유는 불안과 걱정 뒤에 숨어 있고 싶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블로그를 다시 시작한 2019년은 둘째 딸이 예비 초등생일 때입니다. 둘째가 학교에 가면서 조금 다른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과 현재의 불안이 섞여있었겠지요. 불안할수록 움츠러들게 되어 있으니깐요.


셋째, 자기 검열 때문입니다. 나의 눈높이가 높은 것일 수 있습니다. 많은 걸 기대하지는 않더라도 현실과는 다르게 눈높이를 높게 갖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자기 기준에서 항상 스스로가 부족해 보이는 거겠지요. 


이랬던 제가 불안이 범벅된 아이들의 유년 시기, 즉 저의 초창기 육아를 보낸 후 앵글이 조금 바뀌었습니다. 집에서 공부방을 하고는 있었지만, 조금 더 달라진 삶을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뭔가 더 채우고 싶다는 마음이 차 올랐습니다. 불안이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었지만요. 그저 두 아이의 엄마로서는 한쪽이 비어있는 것 같은 마음이 들었어요. 



그렇기에 기록을 해 봐야겠다 마음먹었습니다. 블로그를 도구로 삼았습니다. 블로그를 시작하다 보니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고요. 단톡방에 들어가거나 카페에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즉, SNS를 시작하게 된 것이지요.  


블로그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어떻게든 잘 쓰고 싶은 마음에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자기 계발서를 읽기 시작했고요. 어린이책은 평소에 많이 읽고 있었으니 어른 책과 어린이 책이라는 두 가지 테마로 블로그를 운영하겠다 마음먹었습니다. 주로 도서 서평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2019년 본격적으로 블로그 글을 썼습니다. 도서 서평을 쓰므로 얼굴을 공개할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책 이야기를 쓰다 보니 '나'의 생각, '내'가 지나온 날이 연결이 되어야 하더라고요. 나의 이야기를 빼고 책 이야기만 할 수는 없었습니다. 


2020년 인스타와 브런치를 시작했습니다. SNS가 다양해질수록 나의 이야기를 공개하고 나를 표현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생겼습니다. 뭐를 공개해야 하는 건지도 잘 모르면서요. 



공개된 글이라는 게 개인정보를 말하는 건 아니잖아요. 나의 생각과 나의 이야기를 공개하는 걸 의미하는 것일 테지요. 나를 드러내는 일이 쉬운 건 아니었습니다. 뭐가 그리 부끄러운지 저도 답답했습니다. 


그러나 서서히 용기 냈습니다. 블로그와 브런치에 나의 이야기를 적었습니다. 책을 쓰면서 두 아이를 키운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여전히  SNS에 공개하는 게 부끄럽다고 생각이 들어도, 이제는 발행 버튼을 누릅니다. 


앞으로도 부끄러워하며 SNS 생활을 할 테지만, 다양한 삶을 체험하고 싶기에 SNS의 발행 버튼 누르기를 계속 이어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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