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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J크로닌워너비 Jun 19. 2023

죽음을 보며 삶을 생각하다

요양병원에서 일하며

당분간 요양병원에서 야간당직의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의사 입장에서 요양병원 야간 당직은 자유시간이 좀 있는 아르바이트 느낌입니다. 콜이 있으면 가서 일하고, 약 처방 내고, 가끔 위급 상황에 정신없이 뛰어다니고. 그 외의 시간은 자유이기에, 글도 쓰고 책도 읽으면서 여유롭게 보내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생각지 못했던 점있었습니다. 요양병원은 인생을 정리하시는 환자분들이 많이 계신 곳이라는 점입니다. 근무를 하다 보니 환자분들의 죽음을 자주 접하게 되었어요. 제가 처치를 잘못해서 돌아가시는 게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환자분들이 나이도 많으시고 기저질환도 많으신 분들입니다. 무엇보다 연명의료포기의사를 밝히신 분들이 절대다수입니다. 이런 환자분들이 상태가 악화되시는 경우 제가 할 수 있는 조치가 없어 그대로 돌아가시곤 합니다. 사망선고도 내리고 사망 진단서도 써보니까 이런저런 생각이 많이 들습니다.


죽음이란 과연 무엇일까. 좋은 죽음, 즉 "호상"이라는 것이 존재할까? 의미 있는 죽음이 있는가? 죽음이 삶의 끝이라면, 삶은 무엇인가. 의미 있는 죽음처럼 의미 있는 삶은 있는가? 어떻게 해야 의미 있는 삶을 살 것인가. 생각이 이어지다 보니, 죽음을 뭐라고 정의할 수 있는가에 대해, 그리고 죽음과 대치되는 삶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생각할수록, 궁금한 점은 계속 떠올랐습니다. 과연 죽음이란 그저 삶의 끝이라고 간단히 퉁치고 넘어갈 수 있는 걸까요? 죽음은 그저 육신의 생의 불꽃이 꺼지는 상태변화만을 의미할까요? 왜 우리는 언제나 죽을 수 있지만, 마치 죽음을 맞이하지 않을 사람처럼 행동할까요? 삶과 죽음이란 큰 주제에 맞닥뜨리니 계속 그 의미를 찾고자 저는 발버둥 쳤습니다.


그러다가 레프 톨스토이의 격언을 찾게 되었습니다.

죽음을 망각한 생활과 죽음이 시시각각으로 다가옴을 의식한 생활과는 두 개의 서로 완전히 다른 상태이다. 전자는 동물의 상태에 가깝고, 후자는 신의 상태에 가깝다.

'죽음을 항상 의식하는 상태 = 신과 가까운 상태'는 등식이 성립하네요. 톨스토이는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걸까요? 순간, 머릿속을 지나는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생각이 어느 정도 정리되자, 제 생각을 글로 나누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앞으로 이 매거진에는 죽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제가 고찰한 내용들, 그리고 그로부터 깨달을 수 있는 삶의 의미에 대해 적고자 합니다. 또한 <죽음이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비롯해 죽음을 다루는 많은 작품들을 참고하여 사유를 더 풍부하게 펼쳐보려고 합니다. 제 글이 독자 여러분에게 죽음에 대한 화두를 던지기를, 그래서 제 글을 읽으시는 모두가 무언갈 얻어가시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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