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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구 aGu Jul 08. 2021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누군가의 수고로움

강민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강민선)


도서관을 자주 간다. 갈 때마다 보이는 사람, 도서관 사서다. 주로 기계로 대출과 반납을 해 마주할 일은 잘 없지만, 타관 도서를 반납하거나 가끔 서고 책을 빌릴 때면 말을 섞는다. 그들은 그들의 일을 하는 거라 딱히 좋고, 나쁨의 인식은 없다. 다만 데스크에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이나, 퇴근 시간을 재촉하는 몇 장면들이 그들이 편하게 일을 한다는 인상을 내게 심어줬던 것 같다. 코로나로 도서관 문을 닫는 때도 있었고, 운영시간이 단축되는 일도 있어 그 생각이 더 짙어지기도 했다.


어떤 일이든 직접 겪지 않고는 그 고충을 헤아리기 어렵다. 대표적으로 편하게 일한다는 인식을 주는 일은, 모두 우리가 보고 싶은 모습만 봐서 생기는 오해가 아닐까 싶다. 짧은 시간 눈에 들어오는 몇 장면으로 판단하고 결론지어버리는 착각이 아닐까 싶다. 도서관 사서가 대표적이다. 종일 앉아서 책만 보는 일이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이렇게 짠내 날지 몰랐다. 그들도 하나의 회사에 소속된 직장인이고, 직장인이라면 저마다의 눈물을 삼키며 일한다는 걸 왜 헤아리지 못했을까. 그건 아마도 책과 관련된 일이라 낭만적으로 보이고, 공공의 성격을 띠고 있어 더 편해 보였겠지. 우리가 도서관에서 이용하는 서비스는 대개 간단한 작업이니까. 


하지만 그 간단함을 가능하게 하는 과정과 실무를 우리는 모른다. 그저 제공하는 서비스를 편하게 이용할 뿐이다. 누군가 편함을 느낀다면, 거기에는 편의를 제공하는 사람의 수고로움이 반드시 들어있다. 보이지 않기 때문에, 아무도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말 그대로 편해 보이는 거다. 어떤 일이든 자기가 하는 일이 제일 힘든 법이다. PX 병사한테 물어봐도 그 병사 나름의 고충과 힘듦이 있다. 


직장은 그런 곳일 수밖에 없었다. 인간적으로 좋은 모습을 때로는 감추어야만 살아남는 곳. 감추고 감추다 사라지는 곳. 나 역시 그랬고. - 강민선,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도서관 사서 실무』


‘그 좋은 직장을 왜 그만둬?’ 하는 사람이 있다. ‘할 거 없는데 장사나 해볼까’ 하는 사람이 있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버는 만큼 힘든 일이 직장이고 사업이다. 부모님과 음식 장사할 때가 떠오른다. 장사 잘되는데 왜 물려받아하지 않느냐고 다그치던 사람이 많았다. 누구는 내게 미쳤다고 했다. 직접 해보기 전에는 모른다. 그 짠내 나는 수고로움을. 밖에서 보고 싶은 모습만 볼 뿐이다. 


서로의 수고를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많아졌으면 한다. 결코,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다 해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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