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구 aGu Jul 10. 2021

내일은 말할 수 있으려나

6월이다. 입을 떼지 못했다. 마음이 무거워서였을까. 앞날을, 계획을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할 말은 아닌 듯했다. 따로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모두가 있을 때 이야기하는 게 좋을까. 좋은 얘기가 아니라 누구에게도 먼저 알리고 싶지 않다. 만류할 것이 분명하니까. 놀람, 섭섭함, 걱정이 차례로 번져갈 테니까. 돌이킬 수 없는 말을 뱉음으로 개개인에게 부담 주고 싶지 않다. 


죄지은 듯 양손 모으고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당당할 수는 없는 건가. 쉬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건 스스로도 흔들리고 있기 때문인지 모르겠다. 잘하는 선택인지, 감당할 수 있는 결정인지. 확실한 계기가 있으면 차라리 좀 편하려나. 다들 좋은 사람이라 거북한 마음이 앞선다. 아 한 명 빼고. 근데, 그 사람도 나쁜 사람은 아니다. 스타일이 맞지 않을 뿐이지. 그도 내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많을 거다. 첫 회식을 홀로 안 간다고 했을 때 그의 얼굴에 순간 번져가는 표정을 잊을 수 없다. 마스크도 소용없더라.


짬밥으로 눈치챈 건가. 어제는 그가 그러더라. “10년만 있으면 월급이 확 뛰네. 딴 데 갈 생각하지 말고 붙어있어라. 너희 퇴직할 때쯤 되면 1억은 되겠다” 언제나 이런 식이다. “여러분들은 이십 년, 삼십 년 일해야 하는 곳이니까 지금 조금 힘들어도 버텨라” 그런 소리를 들을 때마다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당장 내일을 알 수 없는데 오지 않는 그 시간을 생각하라니. 앨빈 토플러야 뭐야.


언제부터 슬며시 ‘좆같다’가 새어 나왔다. 나도 모르는 사이 입을 통해 마음의 소리가 스며 나왔다. 욕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는데 아. 그때마다 어딘가 파열되는 기분이었다. 몸과 마음이 곪아 가는 기분이었다. 그 소리를 뱉으며 일어나는 날도 진짜 며칠 안 남았다. 내일은 말할 수 있으려나. 뱉고 나면 마음의 짐을 덜 수 있으려나. 앞으로의 시간이 더 가시밭길일 텐데. 그쯤이야 뭐. 파이팅해야지.


이전 04화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