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적지 않으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 사이 글 쓰는 근육이 사라져 버린 걸까. 알게 모르게 숨어 있다고 믿고 싶은 잔 근육. 어디로 갔나. 자유롭게 끄적이던 때가 그립다. 검열하지 않고 날 것 그대로의 감정을 표출하던. 의식의 흐름대로 적어가던. 그럼에도 하고 싶은 말이 때로 명확하던. 번잡함으로 좋아하는 것에 마음을 줄 수 없었다. 읽고, 보고, 들어도 적을 수 없었다. 만개한 꽃들을 보고도 감정이 동하지 않았다. 고독으로 모든 일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곤 했다. 숨만 쉬고 있지 살아가는 재미를 잃어버린 시간이었다.
바닥을 치니 슬며시 웃음이 새어 나왔다. 좋아하는 말은 아니지만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산다는 건 다 그런 거라고. 세상살이 홀로 고달픈 게 아니라고. 인생은 그런 거다. 고독하고 미욱하고 가끔 좋을 뿐이다. 무언가 움켜쥐고 있으면 채울 수 없다. 외로움을 받아들여야지. 대화의 목마름을 받아들여야지. 오락가락하더라도, 구겨진 마음이라도 언젠가 바르게 펼 수 있도록.
주말에 비가 오고 벚꽃이 우수수 떨어질 줄 알았다. 웬걸. 흩날리고 나뒹구는 잎이 무색할 정도로 찬란하게 붙어 있더라. 꺾이지 않고. 낙화하지 않고. 선연히 활짝. 이르게 다가온 봄이라 해서 꼭 이르게 가고 싶지는 않았나 보다.
온통 잿빛으로 보이는 하루다. 미세먼지 가득한 날씨가 탁한 마음과 앞날을 보여주는 것 같아 민망하고 아릿하다. 그래도 어쩌겠나. 살아가야지. 새봄을 느끼며. 우리 함께. 재미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