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짓을 한 거지. 쉬이 잠이 오지 않았다. 누우면 기절하는 사람인데. 뒤척이며 여러 번 깼다. 꿈도 꿨다. 너무 생각 없는, 대책 없는 결정이었을까. 갑자기 불안감이 몰려왔다. 회사 그만두고 한다는 소리가 글을 적어보고 싶다니. 등단 작가도 글만으로 먹고살기 힘든 현실에서 그런 미친 생각을 하다니. 그래 생각은 할 수 있다, 치자. 다른 많은 일처럼 생각으로만 그쳤으면 전혀 문제없는 일이었다. 근데, 이미 사직서를 써버렸다. 그것도 제법 당당하게. (손은 계속 모으게 되더라) 그만두고 뭐할 거냐는 걱정과 의심의 눈초리 앞에서 다른 일을 해보고 싶다고 답했다. ‘글 쓰는 일을 하려고요’ 담담히 말했다. 진짜 나 무슨 짓을 한 거지?
출근을 두 시간 앞둔 어두운 밤 깨어, 잠들지 못하는 불안함으로 적고 있다. 사직서가 수리되었으려나? 출근해서 없던 일로 해달라 말해볼까? 잠시 미쳤었다고 매달려볼까. 쪽팔림은 잠시잖아. 먹고사는 게 중요하지.
이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 거지? 오락가락하는 마음은 대체 왜 이러는 거지? 흔들릴 거라 생각은 했지만 벌써부터 이런다고? 현명한 결정이 아님을 알았지만 진짜 이런다고? 현실적으로 생계유지는 하면서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 앞뒤 안 가리고 좇기에는 더 이상 철없는 20대가 아니라고. 좋아하는 것도 생업이 되는 순간 더는 좋아할 수 없는 일이라고. 그러니 어떻게든 회사를 다니며 버티라고.
깜박 잠이 들었다가 알람 소리에 깼다. 깨자마자 알았다. 아 그만두는 게 맞는구나. 출근하니 더 절실히 알겠다. 먹고살기 위해서만 회사를 다니기엔 사는 재미가 없구나. 파이팅할 상태가 아니구나. 꽤나 지쳐있구나. 머리가 그러지 말래도 마음이 말을 안 듣는다. 날씨처럼 오락가락하고 변하기 쉬운 게 사람 마음이라지. 앞으로도 그런 순간이 많을 테고. 어떤 선택을 하더라도 후회할 수밖에 없다면, 마음을 따라가야지. 자주 흔들리더라도. 오락가락하며 살더라도. 마음이 이끄는 곳으로 가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