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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구 aGu Jul 10. 2021

월급은 끊겨도 카드값은 나가는 중입니다

25일이 월급날이다. 아, 월급날이었다. 이제는 과거의 이야기다. 정해진 날에 월급이 들어오지 않으니 기분이 이상하더라. 다행히 열흘 전쯤 급여가 아닌 회사 이름으로 돈이 들어왔다. 2주 일한 임금과 수당이 포함된 금액. 수당이 밀린 탓에 월급과 비슷한 금액이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이번 달은 월급을 받은 기분이다. 다음 달이 되어야 실감 날 것 같다. 파이프라인이 사라졌다는 걸. 통장을 스쳐 지나가던 소중한 월급이 끊겼다는 걸. 


퇴직금을 받으려면 개인형 퇴직연금 (IRP) 통장이 필요하다. 첫 회사, 첫 퇴사라 모든 게 처음이었다. 당연히 급여 통장으로 들어오는 줄 알았다. 요즘 빠져 있는 <아무튼, 출근> 첫 회를 봤다면 당황하지 않았을 텐데! 아무튼, 살짝 당황하긴 했어도 영업점 방문 없이 개설하고 해지 신청까지 마쳤다. 회사에서 받는 마지막 돈인 퇴직금까지 수령하고 나니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3년 6개월 동안 일하고 남은 돈이 고작 이건가 싶기도 하고, 이 돈이라도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안도감이 들기도 한다. 그 시간을 잘 지나온 스스로에게 대견한 마음이 순간 들었지만, 마음 한구석이 초라함으로 차 들어가는 걸 막을 순 없더라.


월급은 끊겨도 카드값은 나간다. 아니, 별로 쓰지도 않은 거 같은데 3분의 1이 사라졌다. 체크카드까지 하면 도대체 얼마야. 이러니 돈이 안 모이지 아. 소득이 없으니 씀씀이를 줄일 수밖에 없다. 줄이고 싶지 않아도 알아서 줄여지더라. 구매력에 맞춰 구매욕은 제일 먼저 사라지고, 소비하는데 생각이란 걸 하고 있다. 그전에는 별생각이 없었다. 좋든, 싫든 회사에 붙어있으면 월급이 나왔다. 그 덕분에 생각 없이 살았다. 사고 싶은 걸 사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충분하진 않아도 모자라지 않은 생활이었다. 


우라는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누구는 퇴사를, 누구는 짧은 여행을, 누구는 쉼을 반납한 채로 일을 하면서. 중요한 것은 어떤 결정을 하고 말고가 아니라 어쨌거나 우리는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살아가고 있다는 거다. - 무과수, 『무과수의 기록 프라하』


지금은 탕수육과 짬뽕을 먹을 때 짬뽕만 먹고 있다. 짬뽕마저 먹지 못하는 날이 오기 전에 열심히 살아야지. 회사에 다닐 때보다 별로인 시간으로 일상을 보내고 싶지 않다. 월급 없이 언제까지 버틸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선택에는 포기와 책임이 따르는 법. 이왕이면 그 책임을 잘 지고 싶은 마음이 그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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