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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구 aGu Jul 10. 2021

나는 꽤 괜찮은 남자라 생각했다

요즘에도 이런 말을 쓰는지 모르겠다. 효종승, 봉선패. 평균 신장과 체중처럼 외모도 평균이 있다면, 나는 어디쯤일까. 여자는 거울 보면 마음에 안 드는 부분 먼저 들어오겠지만, 남자는 좀 다르다. 대개 ‘나 정도면 괜찮네’ 생각한다. 스스로에 대한 고평가일 수도 있고, 자기 객관화의 부족일 수도 있고, 남자의 자신감일 수도 있겠다. 나도 평균 아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끔 아주 가끔 절레절레하는 때가 있어도 비호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외형에 자신은 없어도 진짜 말 그대로 나쁘지 않다는 생각을 하고 살아왔다. 


학교에서, 학원에서 어렵지 않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났다. 얼빠인 적도 꽤 길어서 외모 비중이 높았다. 스스로 부족하다고 느끼는 부분을 연인을 통해 채웠는지도 모르겠다. 눈은 잘 내려오지 않았고, 내 스타일이 아니면 마음이 가질 않았다. 그 때문에 몇몇 인연을 놓치기도 했다. 다양한 사람과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한 건 아쉽다. 교복을 입고 그때만의 감정을 나누지 못한 것도 그렇고. 지금은 제법 오래 쉬고 있다. 자발적으로 쉬는 건지, 강제적으로 쉬는 건지 모르겠다. 중요하나 그게. 연애가 간절한 적도 분명 있었지만, 지금은 그렇다. 연애보다 잘 해내고 싶은 일이 있고, 회사를 그만두기로 결정한 순간 알게 모르게 놓아버렸다. 자기 위안 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꽤 괜찮은 남자라 생각했다. 찐친은 내게 그 정도 아니라고, 정신 차리라고 매번 그랬지만, 들리지 않았다. 근데, 뒤돌아봤을 때 그 생각이 꼭 좋은 건 아니었다. 나는 꽤 괜찮은 남자가 아니었다. 운 좋게 내가 좋아하는 사람과 만났을 뿐, 연인이었던 사람을 제외하고 마음 닿기가 어려웠다.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누가 먼저 다가오는 경우도 드물었는데 말이다. 상대방에게 후한 마음이 스스로에게도 작용했는지 모르겠다. 글 적으며 나를 돌아보고 반성해도 잘되지 않는 일이 있더라. 


사실 적으면서도 잘 모르겠다. 오락가락한다. 다양한 모습이 있겠지, 생각한다. 마음 맞는 사람이 따로 있는 것처럼. 상대를 보는 눈도 이제는 좀 다르다. 책을 가까이하면 좋겠고, 가치관이 비슷하고, 대화가 가닿으면 좋겠다. 꼭 이러해야 한다는 건 없다. 그래도 여전히 까다로운 부분이 있다. 아무래도 정신 차리려면 아직 멀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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