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아 Jul 29. 2020

<15화>다시 기본으로

100만 유튜버쌤의 댄스기초교실에 입성하다

아이고, 2월 5일에 제14화를 쓴 뒤 6개월이나 지났다.

원래는 한두 화 정도 더 쓴 다음 이 '중년 아줌마 케이팝 댄스 입문기'를 끝내려고 했는데, 왜 신나 떠들던 얘기를 갑자기 멈추게 되었는지는 다들 짐작할 것이다.


코로나19 사태로 휴원이 1~2주씩 반복됐다. 가까스로 재개강해도 학생들이 오지 않아서 수업마다 겨우 두셋이니, 흥도 나지 않는 데다 KF94 마스크를 쓰고 춤추는 것은 너무 숨이 찼다. 간신히 새로운 곡의 진도를 조금 나갔나 싶으면 또 휴원. 그럼 그 사이 배운 건 다 잊게 되니, 계속할 할 맛이 나지 않았다. 마침 수강기간도 만료되고 해서 재등록을 미뤘다.


'표정도 볼 수 없고 숨 막히는 마스크까지 하고 춤 배우는 건 싫어! 마스크 벗고 수업하게 되면 그때 다시 등록해야지.'


그때만 해도 한 2~3개월 정도만 기다리면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줄 알았으니까. 그래서 11개월간 주 3회 수업, 매일 개인연습(안 하면 절대 못 따라가서 그랬다)으로 숨 가쁘게 돌아가던 나의 댄스 라이프가 멈춰 섰다. 그 11개월 동안 출장과 여행으로 4번 빠졌던가.


3월 한 달 동안은 대부분이 그랬듯 집콕이었다. 필라테스 학원도 휴원이니 매일 집안에서 몇 걸음도 안 걷고 걱정스레 뉴스만 쳐다보는 일상이었다.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일상에 적응하느라 마음은 바빴는지 괜찮았는데, 4월쯤 되니까 좀이 쑤시기 시작했다. 댄스 감을 잃으면 안 되는데. 기껏 만들어놓은 근육도 빠지면 안 되는데 어쩌지.


다른 사람들도 대안으로 많이 찾는다기에 나도 유튜브에서 '다이어트 댄스' 같은 걸 검색해봤다.

주르르 나오기는 하는데... 마음에 드는 것이 없었다. 타이틀은 '뱃살 쫙쫙 빠지는..' 'X키로 감량 보장!' '폭풍 칼로리 소모' 따위의 자극적인 제목으로 돼 있지만 내용은 보잘것없었다. 안무가 촌스럽거나 약했고, 유튜버의 몸매를 보면 신뢰가 안 갔으며(뱃살 아저씨가 파마머리 여장에 앞치마 걸치고 춤추는 걸 따라 하라고?) 패션이나 영상의 분위기도 지루하기 일쑤였다. 서양 영상은 퀄리티 있는 것이 좀 있었으나 나와는 바이브가 또 맞지 않았다.


그러다 두둥, 찾았다! <마일리 댄>

마일리쌤의 'Dance Workout' 시리즈는 모든 면에서 압권이었다.


운동을 위한 댄스이니만큼 몇 가지 동작만 반복하지만 고급 댄스 스킬들이 필요한 동작도 많아 도전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음악도 가장 핫한 최신곡에 붙여서 저절로 신이 나는 데다 영상마다 바뀌는 힙합 패션(브라탑-조거 팬츠의 일정한 스타일인데도 영상마다 어쩜 그리 다른 디자인과 컬러가 있을 수 있는지!) 보는 재미에다 선생님의 트레이드 마크인 식스팩 복근과 팔근육을 보면 신뢰감이 팍팍 들었다.


댄서들의 몸은 대부분 날씬하고 매끈하다. 여자 아이돌들의 몸매와 비슷하다. 그런데 마일리쌤의 몸은 날씬하면서도 울퉁불퉁 수준의 근육으로 꽉 차 있는데, 그 몸매가 바로 최신 트렌드이자 새로운 워너비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나랑 신체구조가 비슷했다. 160이 넘지 않는 아담한 키, 길지 않은 팔다리, 탄탄한 근육.


그래 나도, 나도 배둘레살 좌/우/앞 한 움큼씩만 크게 들어내면 선생님 몸매처럼 될 수 이써!( ㅠㅠ)


며칠에 한 번씩 쌤의 채널을 들락거리며 땀을 빼다가, 댄스 기본기를 걸음마부터 배울 수 있는 오프라인 베이직 코스를 운영 중이시라는 것을 알게 됐다. 아니 이것은, 내가 처음부터 꿈꾸던 것 아닌가! ABC부터 차근차근, 확실하게 배우는 것.


4화 '머리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온다' 편에서 언급했지만, 일반 댄스학원들은 그런 기초반이 없다. 일반인들이 취미생활을 위해 찾으면 그냥 '케이팝반'에 몰아넣는다. 그게 제일 쉽다면서. 근데 케이팝 댄스는 전혀 쉽지 않다고! 박자는 빠르고 안무는 복잡하며, 온갖 스타일의 춤이 혼합돼 있다. 하지만 기본기만 배우게 되면 워낙 재미없고 힘들고 지루해 지속적으로 배울 사람이 없기 때문에 취미반에서는 볼 수 없는 거란다.


하지만 배우면 배울수록 기초에 대한 갈망이 커졌다.


일주일에 한 곡씩 안무를 외우는 숨 막히는 속도도 조금씩 적응해서 안무 영상 촬영에 빠지지 않고 참여할 정도가 됐지만 딱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안무를 외우는 건 사실 기억력 분야이니까 성실함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매주 한 곡씩 어설피 따라 하는 걸 반복한다고 안되던 동작들이 될 것 같지 않았다. '안 틀리고 끝까지 클린하기'라는 대전제를 채우기에도 허덕이는 마당에 안 되는 동작을 연습할 시간적 여유도, 능력도 부족했다.


걸음마부터 다시 해보자


집에서 1분 거리 동네 댄스학원에 다니던 나는 지하철 환승까지 해 가며 40분 넘는 거리의 신사동 스튜디오로 진출했다. 마일리 댄스 베이직 Level-1반 5기. 

처음 그런 수업이 있다는 것을 인지했을 때 쌤의 채널은 구독자가 80만 명 대였는데, 느는 속도가 무섭도록 빨라지더니 쌤과 겨우 두 번째 만날 때 100만을 찍어버렸다. 로비에 자랑스레 놓인 은색 유튜브 버튼 액자(구독자 10만 명 달성한 우수 컨텐츠 유튜버에게 수여)가 우습게 된 것이다. 채널 개설 딱 2년 만에 100만이라니!! (지금 확인하니 한 달 반 만에 11만 명이 또 느셨네 @.@)


처음 스튜디오를 방문해 마일리쌤을 처음 본 순간 얼마나 신기하던지. 나는 유명인들을 매일같이 취재하던 사진기자 출신이라, 특급 연예인들을 코앞에서 봐도 그닥 감흥이 없는데, 문 앞에서부터 마주친 쌤이 "어떻게 오셨어요?" 하는데 심장이 쿵! 할 정도로 너무 신기하고 우쭐한 느낌이었다. 영상 속 그분이 나와 대화하고 있어!


매주 수요일 저녁 두 시간 동안 오로지 댄스 기본기를 마일리 선생님이 책임지도해주신다고 했다. 그래서 12주 과정의 기수제로 운영하는 것이고, 한 기수는 15명으로 인원 제한이 있으며, 베이직 레벨-2 반도 있는데 반드시 레벨-1반을 이수한 사람만 자격이 주어진다. 춤 좀 춰봤다 자부하는 사람도.


그리고,'책임지도'라는 말이 얼마나 무서운 건지는 나중에야 알았다. (다음 화에)

매거진의 이전글 <14화> 레전드는 과연 레전드였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