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그랩을 타고 로비에서 내렸다.
그런데 로비가 시끌시끌.
조용하던 참파 아일랜드가 사람들로 북적거린다.
차들이 들어오면서 줄을 서 있고, 그 차를 유도하는 주차요원들도 있다.
멀리서 얼핏 살펴보니 결혼식인 것 같다.
그런가. 금요일 저녁인데.
이 사람들은 금요일 저녁에 결혼을 하는 걸까.
왠지 더 좋아 보인다.
불금을 맞아 저녁 파티 겸 결혼식 파티.
대신 주말엔 좀 쉬자.
어쩌다 보니 주말 결혼식은 서로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건지.
신기해서 좀 가까이에서 보기로 했다.
결혼식이 맞다.
한국 결혼식보다 하객들이 상당히 많은 것 같았다.
아직 결혼식에 우르르 몰려가는 문화일까.
아니면 신랑 신부가 나짱 핵인싸 일수도.
한국과는 달리 신부까지 입구에서 하객들에게 인사를 드린다.
웨딩드레스를 입고 쾌활하게 하객들을 맞는 신부의 모습이 보기 좋았다.
우리나라에선 신부들이 너무 신비주의 아닐까.
뭐, 그것도 나름 미스테리해서 좋긴 하지만.
결혼식 때 평소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 하는 마음도 이해가 된다.
하객들을 구경하다 보니 신기한 점.
거의 다 명품백과 명품 구두로 꾸미고 있다.
우와. 설마 저거 진품인가.
참 파 입구에 있는 메인동은 물론,
그 옆의 이벤트홀 두 개도 모두 결혼식으로 꾸며지는 것 같았다.
보기 좋았다.
이런 식으로 떠들썩한 분위기도 좋고.
별과 함께 식장 안도 기웃거렸다.
커다란 식장에 사람들이 바글바글했다.
거의 연말 시상식급의 모습이다.
축하합니다. 두 분.
많은 분들의 축하를 받는군요.
부디 행복하시길.
둘이 살다 보면 흔들릴 때도 있을 겁니다.
단단하시길 기원합니다.
나와 엠은 비교적 작은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 자체를 할까 말까 하다가 영화 보고 들어가는 길에 작은 호텔 결혼식장을 예약했다.
80명 규모로 생각했는데, 막상 당일에 손님들이 많이 오셔서 좁았다.
결혼식 날에는 시를 쓰는 친구가 축시를 했고,
일본에서 온 친구 히데가 축가를 불러줬다.
내가 이적의 정류장을 깜짝 노래로 선곡해서 불렀고,
노래 중간에 엠의 친구들이 엠에게 장미꽃을 건넸다.
그리고 엠과 함께 정형돈의 바베큐를 불렀다.
음악이 나올 때 친척 꼬마들이 나와서 춤을 췄다.
주례는 없었고, 둘의 선언문으로 간단히 대신했다.
당시 결혼식은 뭔가 그로테스크한 느낌이었다.
지금도 주변 사람들은 '가장 쇼킹했던 결혼식'으로 꼽는다.
어쩌다 보니 튀는 결혼식을 해버렸다.
주례가 없는 것에 대해 회사 고참이 술을 마시며 한 소리하기도 했다.
신성해야 한다는 말.
그런가. 신성한가.
하지만 베트남 결혼식을 보니 신성함보다는 금요일 밤의 파티를 떠올리게 했다
참파 가든 놀이터에도 평소와 달리 아이들이 많았다.
별이 손을 잡고 놀이터로 끌었다.
롯데마트 다음엔 참파 가든, 약속이었다.
놀이터에 가보니 베트남 꼬마들이 많았다.
아이들과 함께 섞여서 놀았다.
그중 한글로 쓰여 있는 티셔츠를 입은 여자아이가 눈에 띄었다.
우와, 한글이네. 하고 아는 척을 하자 부끄러운 표정을 지었다.
한류 팬일까.
말로만 듣던 BTS 팬?
아이는 잠시 시간을 들이더니 우리를 보고, 안녕, 하고 수줍게 한국어를 건넸다.
오오, 반가운 마음에 나도 안녕, 하고 인사를 해줬다.
한국을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니 반가웠다.
잠시 후 러시안으로 보이는 어린이들도 왔다.
3개국 어린이들이 모여서 노는 모습이 됐다.
그런데 러시아 어린이들은 좀 거칠었다.
별보다 덩치가 하나씩 컸는데, 와일드했다.
별도 불편했는지 내 손을 끌었다.
나중에 들어보니 좀 나쁜 언니들이었다고.
하하. 역시 세계화는 쉽지 않지.
별과 술래잡기를 했다.
해가 져서 날씨는 선선했다.
결혼식은 대체 언제 끝나는지 사람들이 계속 몰리고 있었다.
참파 아일랜드의 장점이 이런 것일까.
섬 안에 있다 보니 아무리 시끄럽게 파티를 해도 괜찮다는.
대신 투숙객들에겐 치명적일 수 있겠다.
놀이터에서 더 놀다가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숙소로 걸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