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와의 조금 긴 여행, 세계일주는 아니지만
썸 데이즈 오브 사일런스.
(Some days of silence).
조용한 어떤 날.
정반대에 출근길의 서울 지하철의 풍경.
인디밴드의 이름 같은 이곳은,
나짱 시티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진 독렛(doc let) 비치라는 조용한 어촌 마을에 있다.
이번 나짱 여행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기대하면서도, 걱정하던 곳이다.
좀 특이한 곳에서 자고 싶었다.
시내 리조트와는 다른 곳.
그렇게 이리저리 검색을 하다가 이끌렸다.
기본적으로 독렛이라는 곳을 가려면 차를 타고 1시간을 이동해야 했다.
다행히 리조트에서 개인차를 시티까지 보내줬다.
픽업비는 35달러.
나중에 들어보니 시내에서 버스를 이용해 이동하는 사람도 있단다.
대단하다. 나도 젊었다면 그렇게 했겠지.
참파 로비로 버기카를 타고 이동하니 낡고 좁은 승용차가 보였다.
앞엔 리조트 이름이 쓰여 있었다.
아, 저 차구나.
우리를 보더니 '썸 데이즈?' 하고 묻는다.
체크아웃을 하고 바로 차에 올랐다.
트렁크에 간신히 짐을 싣고, 가방은 무릎에 얹었다.
뒷자리에 별과 엠이 타고, 나는 아저씨 옆자리에 앉았다.
차는 아침에 걸어갔던 길을 지나갔다.
정말 차가 많구나. 저 사이를 뚫고 걸었다니.
아침에 있었던 일이 까마득한 예전 일처럼 느껴졌다.
포나가르 사원에는 사람들이 더 몰려 있는 것 같았다.
저곳을 가려면 최대한 아침 일찍 가야겠다.
사실 1월 1일 저곳에서, 내년의 첫 해가 뜨는 걸 볼 계획이다.
과연, 가능할지.
왼쪽으로 짝통을 파는 옷가게도 보였다.
나중에 따로 가봐야지.
차가 조금 더 달리다 보니 가게를 벗어나 한적한 곳으로 접어들었다.
베트남의 고속도로 같은 곳인가 보다.
한쪽에서 공사를 하고 있었는데 포크레인에 'HYUN DAI'라는 글씨가 쓰여 있다.
별아, 저거 한국에서 만든 거야.
괜히 뿌듯해져서 자랑을 했다.
하지만 별과 엠은 바로 시름시름 고개를 꾸벅이더니 잠에 빠져든다.
잘도 잔다, 저 둘은.
차만 타면 자동이구나.
뒷자리를 보니 시트가 거의 직각이라서 별이 고개를 숙인 채로 자고 있었다.
엠에게 별의 머리를 기대 달라고 말했다.
별은 잠에서 깨운다고 생각했는지 짜증을 냈다.
결국 엠은 별을 무릎에 뉘었다.
고속도로에서 안전벨트를 매야 할 텐데...
걱정은 됐지만 할 수 없지, 뭐.
그것보다 베트남 고속도로 풍경을 보지도 않고 자는 거냐,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난 그냥 잘 수 없다.
전부 눈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풍경은 지루했다.
우리네 시골 풍경과 거의 비슷하다.
가끔 보이는 집의 모습이, 아, 여기가 베트남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 했다.
참, 이곳에서 보다 보니 느낀 점.
베트남은 알파벳을 차용해서 문자를 쓰나 보다.
덕분에 읽기가 수월하다.
최소한 어떻게 읽는지는 짐작이 간다.
찻길은 좁은 2차선이다.
우리가 탄 차가 다른 차들을 하나씩 추월하면서 나갔다.
그렇게 한참을 가다 보니 다시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거의 다 왔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썸 데이즈는 주변에 아무것도 없는 것 같다.
식사를 하려면 시내로 나와야 한다고 들었다.
차를 탄 상태로 갈만한 곳을 체크했다.
코너에 커다란 카페가 눈에 띄었다.
나중에 여기까지 와 봐야지.
그런데 이동을 하려면 오토바이를 빌려서 타라는 말을 읽었다.
오토바이까지 탈 자신은 없다.
택시를 부르면 되겠지, 하고 생각했다.
차는 다시 외진 길로 접어들어서 한참을 달렸다.
엠과 별에게도 거의 다 왔다고, 잠에서 깨라고 알렸다.
그렇게 달리던 차가 어느 시골길로 접어드는가 싶더니, 갑자기 멈췄다.
뭐야, 다 온 건가.
멈춘 곳 앞엔 커다란 건물이 있고, 그 위엔 베트남 국기가 펄럭거렸다.
그 안에서 얼굴이 검게 그을린 아저씨가 나와서 트렁크를 열고 짐을 챙겼다.
이곳인가 보구나.
왜 사람들이 제대로 찾기 어려웠다고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외진 곳인 데다 간판도 제대로 없다.
한쪽 벽면에 조그맣게 이름이 쓰여 있다.
'some days of silence'
그 소박한 모습이 더 마음에 들었다.
안전하게 운전해 준 기사님에게 돈을 지불했다.
깜언, 감사합니다.
그리고 문턱을 넘어 리조트 안으로 들어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