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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쁜 척 그만하고 나랑 놀자니까

by 방송과 글 사이

여집사가 또 아침부터 그랬다. 책상 앞에 턱, 붙어서 꿈쩍도 안 한다. 고개는 노트북 화면에 고정, 손은 키보드 위에서만 바쁘다. 나랑은 눈도 안 마주치고, 내가 뭘 하는지 관심도 없어.


나? 심심했지. 지루해서 앞 발가락이 저릴 정도였다고. 한계에 이르렀어. 책상 위로 폴짝. 내가 위엄 있게 올라앉은 순간에도 여집사는 “하아…” 한숨 한 번. 그래도 내가 키보드 위를 걸어 다니며 내 존재감을 뿜었지. 근데 여집사는 또 눈썹만 살짝 들썩이지, 말도 안 해. 툭툭. 앞발로 손등을 건드렸다.


“까미야, 안 돼! 나 일해야 해!”


에계계, 그 한마디로 끝이라고? 좋아, 그렇다면. 가볍게 깨무는 것까진 해봤잖아. 이번엔 조금 아프게, 진심을 담아 여집사의 손가락을 콱 깨물었다.

“아야! 까미, 너 진짜 왜 그래!”


피가 맺히진 않았지만, 흠칫 놀란 여집사 표정. 아주 만족. 그래, 내 기분을 좀 느껴봐야지. 그러더니 여집사가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어. 잠시 후 꺼내든 건 낚시 장난감. 그래, 이제야 나랑 놀 생각이 났구나.

근데 뭐? 여집사의 눈은 화면에 고정한 채, 손만 까닥까닥. 그것도, 진짜 생선 낚듯이 ‘까닥~’ 아니고 대충 “여기서 놀아~” 하는 느낌으로 휘적휘적. 어이없어서 쳐다만 봤다. 심지어 내가 뛰어들 생각도 안 하니까, 장난감을 내 눈앞까지 끌어다 주더라.


이건 진심이 아냐. 이건 그냥... 타협이야. 나, 까미는 타협하지 않아. 그래서 결국 어깨로, 등으로, 머리로 올라갔다. 온몸으로 붙어 봤지만, 여집사는 낚시 놀이만 까딱이며 또다시 “까미, 제발…” 하고 내쳤어. 나는 물러서지 않고 책상 위를 사수했지.




갑자기 여집사는 냉장고 문을 열더니 간식 통을 흔들었다. 그 치명적인 소리. 나를 내쫓기 위한 미끼인 줄 알면서도 이미 발이 움직이더라. 고소하고 바삭한 그 유혹에 넘어가고 말았지.


순간 철컥. 문이 닫혔어. 간식으로 나를 낚아? 문 닫고? 아까 낚시 장난감으론 안 돼서, 이번엔 진짜 먹을 걸로? 너무해. 심지어 내가 진심으로 울었는데도 문은 열리지 않았어. 한참 기다리다 졸음이 와서 문 앞에 몸을 웅크리고 잠들었지.


언제였을까. 문이 열리고, 여집사가 조심스럽게 내 옆에 앉아 날 쓰다듬고 있었어. 이번엔 건성건성 아니고 진짜였다. 날 위한 손. 내가 원하던 그 손. 때마침 초6 언니도 왔어.


“까미야, 생선 줄까?”


냄새부터 이미 반칙이었지. 흥! 칫! 뿡! 삐졌는데 안 먹을 거야... 분명히 다짐했는데, 나도 모르게 순삭 했어. 내가 먹은 거 아무도 제발 모르게 해 줘.


(Chat GPT 생성 이미지)

P.S.

우리 고양이들은 '낚시 장난감'이 아니라 ‘관심’을 낚고 싶어. 눈 안 마주치고 건성으로 휘적이는 건 그냥 벽에 대고 혼잣말하는 기분이야. 낚시 놀이? 눈빛 먼저 주고 시작해. 그럼 내가 먼저 뛰어들 거야.

- 까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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