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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식인 줄 알고 달려갔는데, 아니라고?

by 방송과 글 사이

나는 원래 집사가 부른다고 절대 가지 않아. 고양이란 원래 그래. 우리한텐 내 이름을 알아도 반응하지 않는 게 예의거든. 부르면 간다? 그건... 간식일 때만 예외지. 근데 이상하게 여집사가 남집사나 언니를 부를 때는 그 말이 내 귀엔 다르게 들려.


“까미 간식 줘.”


그렇게 들려. 이상한 일이지. 특히 밤. 조용해지면 더 잘 들려. 고양이 귀는 밤에도 민감하니까. 여집사가 누굴 부르기만 해도 그건 내겐 신호야.


“지금 간식 타이밍이다.”


오늘도 희망을 안고 달려가. 허탕일 때가 더 많지만. 고양이는 기억보다 습관에 더 기대는 동물이라 ‘혹시나’라는 기억이 매번 날 움직이게 해.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있는 여집사 옆을 나는 슬슬 어슬렁거려. 고양이는 원래 눈치 보는 데 능하니까. 내가 뭘 원하는지 알 만도 한데, 여집사는 모르는 척을 하네. 그래서 난 힌트를 줘. 혀를 살짝 날름날름. 이건 우리끼리도 부드러운 요청 같은 거거든. 막 들이대는 것도 아니고, 딱 귀엽게.


여집사가 물을 마시러 일어나면 그 타이밍을 절대 놓치면 안 돼. 뒤를 쫓아가서 기다리면 겨우겨우 눈곱만한 트릿 서너 개. 썩 만족스럽지 않지만 언젠가는 동결 건조 생선 한 마리를 줄 거란 희망을 늘 품고 있어.


요주의 구역이 있어. 바로 남집사 방. 거긴 간식을 종종 주는 구역이지만 주의가 필요해. 발톱 깎는 트랩 구역이기도 하거든. 고양이는 원래 자기 몸 만지는 거 싫어해. 특히 발. 그건 내 사냥 감각의 핵심인데 거길 막 만지고 자르면 불쾌 그 자체. 그래도 간식 앞에선 내가 좀 약한 편이야. 알면서도 들어가. 결국 갇히고, 잔혹한 발톱 깎기 타임.


그런데 가장 속상한 건 집사들이 가끔 이러는 거야.


“까미, 간식 달라고 부비부비하는 거지?”


아니거든. 진짜 아니거든. 내가 집사들 곁에 가는 이유가 항상 간식 때문은 아니야. 때론 그냥... 집사 옆에 있고 싶어서인 거야. 고양이도 외로움을 느껴. 말로 하진 않아도 가까이 있는 걸로 마음을 전하거든. 내 사랑 표현을 너무 간식으로만 환산하지 마. 서운하다고.

KakaoTalk_20250610_124609483.png (Chat GPT 생성 이미지)

P.S.

고양이는 하루 루틴과 패턴에 아주 민감해. 특히 ‘밤마다 간식이 나올지도 모른다’라는 기억은 절대 잊지 않아. 혀를 날름거리는 행동은 단순히 귀여움 발산이 아니라, 긴장하거나 관심을 끌고 싶을 때 하는 신호야. 물론 간식 때문일 때도 있고. 사실... 거의 간식 때문이지. 인정할게.

- 까미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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