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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털을... 밀자고?

by 방송과 글 사이

요즘 나 말이지, 하루 종일 쭈글쭈글 널브러져 있어. 마치 마른오징어처럼 바닥에 쩍 들러붙어 있는 느낌이랄까. 그러면 여집사가 꼭 한마디 하네.


“아유 까미야, 덥겠다~ 털 밀어줄까?”


뭐라고? 지금 이 더위에 정신까지 나갔니? 아니, 내 자존감의 근원이자 내 외모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 윤기 좔좔 나는 털을... 밀겠다고? 한술 더 떠서 여집사는 Chat GPT한테 내가 털 밀린 상상화를 그려달라고 하더라.


내 회색빛 벨벳 같은 털은 나의 자부심이란 말이지. 내가 이걸 하루에 몇 번을 핥는데, 그걸 밀자고? 집사들아, 고양이에게 털은 단순한 ‘덥고 시원한’ 문제가 아니야. 이건 체온 조절 시스템이고, 스트레스 조절 장치고, 자존심이란 말이지. 털을 빌 바에야, 선풍기를 하나 더 사서 나를 향하게 해줘. 그러는 게 좋겠어.


사실 더우니까 집사 침대에서 같이 잘지 말지 고민하고 있었어. 그런데 딱 타이밍 좋게 침구류를 여름용으로 바꿔놨더라. 까슬까슬한 그 촉감... 이게 또 의외로 고양이 취향 저격이야. 그래서 그 위에 철퍼덕 눕고 말았지.


우린 여름 되면 자동으로 바닥, 창틀, 세탁기 위, 욕실 타일... 이런 곳 찾아다니며 시원한 데만 골라 눕거든. 에어컨보다 더 정확한 시원한 자리 탐지 레이더가 장착돼 있다고. 그리고 오늘도, 나는 여집사 베개 위 한가운데 떡하니 자리 잡았어.


여집사는 베개 귀퉁이에 고개 끄트머리만 걸친 채 자더라. 으응, 불편하다고 투덜거리면서도 사실 좋지? 너무 좋아서 맨날 나랑 한 베개 쓰는 거잖아. 여집사야, 이건 네가 잘나서가 아니야. 까미가 선택한 거야. 명예롭게 여기고 감사하도록 해.

(Chat GPT 생성 이미지)

P.S.

고양이는 더위에 털을 밀면 시원해질 거로 생각하기 쉽겠지. 하지만 사실 고양이 털은 외부 온도로부터 피부를 보호해 주는 중요한 장치야. 특히 이중모를 가진 고양이들은 털 속 공기층이 체온을 조절해 주기 때문에 억지로 밀면 오히려 더 더위를 타고, 피부 트러블이 생길 수도 있어. 그러니… 털은 내버려둬. 선풍기나 에어컨이나 틀어줘. 그게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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