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MBTI, I형이지?”
어느 날 아이가 갑자기 물었다. 순간 당황했다. 최근에 비용을 들이고 했던 MBTI 검사에서 나는 분명 E(외향형) 성향이 아주 강했다. 그런데 왜 아이의 눈엔 내가 내성적인 I로 보이는 걸까?
어렸을 때부터 사회 초년생 시절까진 확실히 I(내향형) 성향이었다. 늘 소심했고, 낯선 사람과의 대화가 너무 힘들었다. 긴장되다 못해 아예 피하고 싶었다. 신입 시절 출장을 다녀온 팀장님이 나를 불러 세웠다.
“니 손가락 부러졌어? 왜 문자 한 통 없냐?”
혼나면서 뻔한 변명조차 하지 못했다. 그 뒤로 억지로 팀장님께 문자를 보내긴 했지만 문자 하나 보내는 것도 내겐 고역이었다. 회의에 들어가면 식은땀이 나고, 발표라도 할라치면 목소리가 심하게 떨렸다. 하도 긴장해서 스피치 학원이라도 가야 하나 고민될 정도였다. 그랬던 내가 사회생활을 하고,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점점 달라졌다. 억척스럽고 외향적인 아줌마가 되어갔다. 최근에는 아이 교회 합창단에 너무 만족해서, 교회에서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홍보를 했다.
“합창단 정말 좋아요. 우리 애가 다니는데 얼마나 행복해하는지 몰라요.”
옆에서 듣고 있던 아이가 내 옆구리를 툭툭 찔렀다.
“엄마, 이제 그만 좀 말하고 다녀.”
내 생각엔 좋은 걸 공유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강의를 들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굳이 나서지 않아도 되는데 꼭 손을 들고 질문을 했다. 강의가 끝나고 친하지 않은 사람까지 붙들고 이 얘기, 저 얘기 다 털어놓고 집에 돌아왔다. 불현듯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가 왜 그랬을까? 그렇게까지 얘기할 필요는 없었는데...’
그저 사람들을 만나고 이야기하는 게 좋았다. 하지만 너무 지나친 내 모습에 스스로 환멸을 느꼈다. 실제로 심리학 연구에서도 외향형 사람들은 다양한 사람들과 소통하며 에너지를 얻지만, 때로는 지나친 개방성이나 과도한 의사소통으로 인해 타인의 경계를 침범할 수 있고 본인 역시도 피로감과 불만족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심리학자 아담 그랜트(Adam Grant)의 연구에 따르면, 외향형이라 해도 외부 자극과 혼자 있는 시간 사이의 균형을 찾을 때 삶의 만족도가 더 높아진다고 한다. 다시 말해, 외향적인 사람도 ‘내면을 돌보는 고요한 시간’이 꼭 필요한 것이다.
“엄마, 요즘 친구들 잘 안 만나네?”
“예전엔 사람들을 만나야만 충전된다고 생각했는데, 이젠 혼자 있어도 좋아.”
이젠 굳이 상대가 원하지 않는데 애써 다가가지 않는다. 무리하게 약속을 잡지 않는다. 외부에서 받은 에너지만큼, 혼자 있을 때도 나를 충분히 채운다. 외향형이라고 해서 늘 밖으로만 달릴 필요는 없었다. 나는 E와 I 사이에서 균형 잡는 연습을 한다. 외향적인 나와 내향적인 나 사이, 그 중심에서 나를 돌본다. 내 삶을 스스로 조절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