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페이가 너무 적잖아.’
‘저 사람이랑 일하는 건 힘들 것 같아.’
예전의 나는 일이 들어오면 일단 핑곗거리부터 찾았다. 돈이 안 된다, 같이 일하는 사람이 별로다, 감정 소모가 심할 것 같다 등등 일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항상 차고 넘쳤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건 자기 합리화였다. 두려웠고, 자신이 없었다. 잘하지 못할 바에야 차라리 안 하는 게 낫다고 여겼다. 시작조차 못 하게 만든 건, 다른 사람이나 환경이 아니라, 나 자신이었다.
그런데 요즘은 다르다. 페이가 많지 않다. 함께 일하는 사람은 낯설고 불편하다. 주말에도 일할 수 있다. 계약 조건은 불합리하다. 그럼에도 그냥 한다. 만약 왜 이 일을 하고 있냐고 물어본다면 이렇게 답할 것이다.
“계속 일하고 싶어서요.”
“조금은 양보하더라도 여기서 살아남고 싶어서요.”
“인정받고 싶어서요.”
존경과 인정받고 싶은 욕구는 미국 심리학자 에이브러햄 매슬로(Abraham Maslow)의 5단계 욕구위계이론에서 4단계로 비교적 높은 단계의 욕구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타인으로부터 인정과 존중을 받으려는 욕구가 있다. 이 욕구가 충족되면 사람은 더 적극적으로, 더 창의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해나간다고 했다. 실제로 사람은 외부의 인정이 있을 때 낯설고 어려운 일에도 도전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한다.
인정받고 싶은 내 마음은 나를 지치게 했다. 동시에 앞을 향해 가게 만들었다. 때때로 일할 때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고, 존중해주지 않을 때마다 좌절하고 실망했다. “잘하고 있다.”라는 말을 듣지 못하면 쉽게 동력을 잃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매번 누군가에 듣지 못한다면 나 스스로 인정해 주면 되겠다 싶다. 옥상달빛의 <수고했어, 오늘도> 노랫말처럼 “아무도 너의 슬픔에 관심 없대도 난 늘 응원해 수고했어 오늘도”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을 이제 내 힘으로 말한다. 심리학자 크리스틴 네프(Kristin Neff)는 자기 자신에게 긍정적인 말을 건네는 습관, 즉 자기 자비(self-compassion)가 자존감과 회복 탄력성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나는 여전히 인정 욕구가 강한 사람이다. 한 가지 분명한 건 인정받고 싶어서 부단히 애쓰며 여기까지 왔고, 그 과정에서 꽤 많이 성장했다는 거다. 오늘도 나는 일터로 향한다. 불합리한 계약서 아래, 차가운 말들이 오가는 자리로. 하지만 그 안에서 묵묵히 일한다. “잘했어. 충분해.” 나는 나에게 칭찬하는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