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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소소 Oct 01. 2021

10월 매일 한 줄 일기

10월 1일 : 10월의 첫날. 새로운 몸과 마음으로 닭강정을 먹자는 멈무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배달을 시켰다. 역시 맛있군. 저녁에는 유미의 세포들 보며 행복한 불금을 보낼 수 있다.


10월 2일 : 멈무의 현 직장이자 내 예전 직장 동료들의 결혼식.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들을 만났다. 결혼식을 보며, 우리 결혼하던 날이 떠올랐다. 결혼식 하루 전 호텔에서 엄마와 함께 보낸 밤, 동시 행진을 위해 대기하던 것 등등. 그게 벌써 반 년 전이라니. 시간이 참 빠르다. 앞으로 반 년 후에 나는 어떤 모습일까. 그리고 우리는 또 어떤 삶을 살아가고 있을까.


10월 3일 : 이 책의 제목처럼 살고 싶다. 매 순간 흔들려도 매일 우아하게. 책 속 여성들처럼 단단하고 품위있게. 책을 읽다 문득 고개를 돌리면 고된 일상에 지쳐 잠든 당신의 그늘진 얼굴이 보인다. 안쓰러운 마음에 쓰다듬는 손길 속 잔잔한 물결이 인다.


10월 4일 : 앞으로 어떤 삶을 살아가야할 지, 주어진 일 외에 또 어떤 일을 하며 살아갈 수 있을지 충분히 고민해보고 결정하기로 마음 먹었다.


10월 5일 : 장보고 돌아오는 길, 학교 운동장에서 뛰노는 아이들을 보니까 이젠 그저 흐뭇하다. 정말 나이 들었나보다. 오늘도 하늘이 너무 예쁘다.


10월 6일 : 기침이 좀처럼 멎지 않는다. 코로나 백신도 2차까지 맞았고, 열도 없고, 그저 알레르기성 비염과 그에 따른 기침뿐인데 올해 기침이 역대급인듯. 그나저나 오늘 세계증시도 바닷물처럼 짜고, 깊고, 차갑나 보다. 그렇다고 아직 바닥도 아니니 기회를 기다리면서 최대한 몸을 낮춰야겠다.


10월 7일 : 회사에서 1박2일 힐링캠프를 보내준 멈무는 도착하자마자 사진을 보내왔다. 산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 명상-요가-명상을 반복하는 일정이라는데... 힐링캠프 맞겠지?난 본가에 와서 엄마와 함께 베이킹. 밥통 카스테라. 달지 않아서 좋지만 시럽 뿌리면 더 맛있엉.


10월 8일 : 집에 오니 반가운 택배가 도착해있었다. 내 마음속 깊이 와닿을 책. 양다솔 작가님의 친필 사인과 맑고 풍요로움이 담긴 이 책은 조금씩 천천히 아껴가며 읽어야지.


10월 9일 : 오늘 아침부터 시댁을 가기 위해 분주했다. 시댁에서 점심을 먹고, 시할머님댁에 가서 인사드린 후 다시 시댁에 가서 어머님과의 티타임. 요즘 우리 집안은 열공 모드이다. 시어머님은 한식/떡 자격증, 늦둥이 시누이는 수능, 나 역시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했다. 쉬는 동안 좋은 책도 많이 읽고, 공부도 하며 자기계발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오늘도 맑은 하늘이 참 아름답다.


10월 10일 : 가난하게 사랑을 받고만 싶어.

며칠 전 보게 된 밤의 해변에서, 혼자.

처음 들은 후부터 이따금 곱씹게 되는 가사.

멜랑콜리의 계절, 가을이 왔다.


10월 11일 : 예전에 만났던 푸르른 제주의 하늘. 오늘 하늘은 흐린 잿빛이다. 약 기운에 몽롱하지만 오늘치 공부 분량을 마쳤으니 책 읽어야지. 그 후엔 또 다시 복습하겠지. 흑흑.


10월 12일 : 다람쥐는 그런 거 몰라ㅜㅜ


10월 13일 : 오랜만에 포스트잇에 암기할 것들 적어내려가고, 빨간펜, 검정펜으로 빼곡하게 한참을 필기하다 바라본 하늘이 너무 예뻐서 잠시 볼펜을 내려놓았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흘려보내기엔 지금의 이 시간이 너무도 소중하다는 것을 이제는 안다.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지는 시간의 힘은 그러나 모두에게 같은 결과를 선보이진 않는다. 조금 더 나은 내일을 위해. 오늘도 사부작사부작 시간의 길을 걷는다.


10월 14일 : 빨간머리 앤 전시회에 갔을 때 벽면을 채우던 앤의 말들. 낭만이라는 단어를 즐겨쓰던 앤을 좋아한다.

주근깨, 빼빼 마른 빨간머리 앤. 실망하지 않은 날에도 책 속 문장을 읊조리곤 한다. 잊지 않기 위해. 오래오래 기억하기 위해서. 그리고 좋은 문장들은 종종 기록으로 남긴다. 기록은 언제나 기억보다 힘이 세다.


10월 15일 : 삶이 유랑하는 순간, 내 마음은 가난해지지 않는다.


10월 16일 : 순식간에 코끝이 시린 계절이 성큼 다가왔다. 이제 곧 아파트 단지 내 이곳저곳 반짝이는 빛들이 자리하겠지. 해가 갈수록 짧아지는 봄과 가을이 아쉽기만 하다. 불현듯 김광석의 <변해가네>가 생각나는 오후. 우우. 너무 쉽게 변해가네. 우우. 너무 빨리 변해가네.


10월 17일 : 나는 부족함이 많은 사람이다. 그런 내가 당신의 사랑을 넘치도록 받는다. 다른 이들과 소통하며 살아간다. 행복한 삶을 향해 한걸음씩 나아간다. 그것으로 족하다.


10월 18일 : 윰세를 보면서 가끔 생각한다. 내 안에도 저렇게 귀여운 세포들이 많이 살고 있으려나. 그래서 나를 걱정하고, 지켜주기 위해 힘쓰려나.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혼자 있어도 혼자가 아닌 기분이라서.


10월 19일 : 새로운 시작의 첫발을 잘 디뎠다. 그것으로 충분해. 아쉬운 것들은 계속 생각해뒀다가 반영하면 된다.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단 뭐라도 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10월 20일 : 하루의 루틴을 형성한다는 건 수고롭지만 제법 멋진 일이다. 아주 작은 성과라도 소중히 여기며 매일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행복의 시작인 것 같다.


10월 21일 : 조금 느리더라도 멈춰 있지 않고 나아간다면 그것으로 충분해.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우린 모두 잘 해내고 있다.


10월 22일 : 요즘은 심플하고 담백한 게 좋다. 그런 삶을 지향한다.


10월 23일 : 오랜만에 밖에서 꽉꽉 채운 시간 덕에

우리는 꽉찬 행복을 느꼈다.


10월 24일 : 어제 샘들이 그랬다. 둘 중 더 나은 선택은 없다고. 둘 다 고를 수는 없기에 내가 선택한 길이 최선이었음을 믿고,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10월 25일 : 매일 필사를 하게 되면서 일상의 특별한 평범함에 대해 생각해보게 됐다. 내게 주어진 매일이 소중하게 느껴진다. 오늘 내게 주어지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에 따라 내일의 내가 살아가게 될 모습이 달라지겠지. 조금은 무거운 얘기지만, 가끔은 그래서 더 힘이 나기도 한다.


10월 26일 : 세상에는 어둠 속에서 더욱 빛나는 것들이 있다. 낮에는 볼 수 없는 평범한 특별함.


10월 27일 : 시를 읽고 배운다는 건 내겐 어쩌면 무용하지만 어쩌면 꼭 필요한 일. 시 자체가 그렇다. 꽃과 닮았다. 어찌보면 쓸모 없지만 존재하는 그 자체로 아름다운 의미를 가진다. 열심히 들여다보고 가꾸다 보면 내 마음이 환해지는 일. 그래서 나는 꽃과 시가 좋다. 글이 좋다.


10월 28일 : 성장은 위가 아니라 아래로 깊어지는 일,

성장의 비밀은 뿌리에 있다. 아름다운 뿌리를 내리느라 오늘도 바쁜 사람들이 조금은 여유를 찾을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10월 29일 : 둘이 있을 때도 그렇지만,

혼자일 때 빛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10월 30일 : 유미의 세포들 속 세포들이 너무 귀엽다. 그리고 그들은 무조건적인 유미 편이라는 게 너무 좋다. 무조건적인 수용. 요즘 하는 공부에는 그런 개념이 있다. 나는 혼자 있지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것. 유미의 세포들을 보다 보면 그런 기분이 들어 한껏 힘이 나고,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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