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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ottleJune Jun 17. 2021

나의 수집품으로, 내 과거의 기록으로

잊을 만 하면 찾아오는 텍스트 컨텐츠

모처럼 쉬는 날 분리수거를 마치고 아파트 현관문을 지나치는데 우편함에 반가운 얼굴이 있습니다. 

최근 정기 구독을 신청한 잡지입니다. 어지간한 고지서는 이메일도 아닌 카톡으로 오는 시대에 살다 보니 우편함은 몇 년간 알 수 없는 광고지들과 한 달에 한번 들어오는 아파트 관리비 고지서를 받아낼 뿐입니다.

최근 들어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다 보니 영상 콘텐츠, 게임에 질릴 대로 질려버린 상태였고 두툼한 책들은 가까이하기엔 먼 존재입니다.

집에 들어와 잡지를 펼쳐보니 종이와 잉크 냄새가 기분 좋게 올라옵니다. 

읽기에 겁나지 않는 두께, 언제든 덮어버려도 흐름을 따라갈 수 있는 이야기. 


내가 선택하지 않은 수많은 콘텐츠와 상품을 강요당하는 시대에서 어쩌면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 여가생활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음악 앱의 추천이 영 탐탁지 않아 음악잡지를 구독한 탓도 있습니다.


새로 나온 국내의 음반. 그리고 평론가의 첨언을 읽다가 몇 번이고 일어나 집안일을 합니다. 빨래를 널기 전 마지막으로 읽었던 문장이 머리를 떠나지 않습니다.


'재즈라고 부를 수 있는지 의아해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분명 팀명엔 재즈라는 단어가 들어갔는데..? 핸드폰을 꺼내 음악을 틀어 세탁기 위에 올려놓고 다시 빨래를 널기 시작합니다.

수건을 털자 작은 파열음이 들리며 음악이 들려옵니다. 몇 차례 반복하며 튀는 물방울. 안경에 내려앉은 물방울 들은 햇빛을 받아 다양한 색으로 빛납니다.

이제야 그 문장의 의미를 알겠습니다. 음악의 인트로와 악기의 소리는 재즈로 받아들여지기도 하지만 보컬과 이따금씩 들려오는 사이키델릭 사운드는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하게 합니다.


빨래를 모두 널어놓고 다시 잡지를 이어서 읽어봅니다.

'전통적인 시각에서의 재즈가 아니다.'

모든 의문이 풀립니다. 다양한 관점과 시각에서 누군가는 사이키델릭으로 혹은 인디, 누군가는 재즈로 즐기는 시간이었을 겁니다. 새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일을 하고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오는 순간엔 하트를 꾹 눌러 플레이리스트에 저장합니다.


어느덧 해는 아주 조금의 흔적만 남긴 채 시야에서 사라지고 있습니다.

잠시 소파에 앉아 하루를 돌아보니 오늘은 드라마와 영상 콘텐츠, 게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하루였습니다. 이 잡지를 보며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고 답을 찾는 것이 원하던 것이 아닌가 생각해봅니다. 편리한 손바닥 안의 세상에서 스스로 소화하기 힘든 양을 받아내며 익숙함을 잊고 있지 않았나 돌이켜봅니다.


문득 아련한 기억이 떠오릅니다. 

주말에 기분 좋게 들어오는 햇살과 바람. 마일스 데이비스의 3cd 패키지와 cd플레이어, 그리고 음악 잡지 한 권이 함께했던 군 시절입니다. 가끔은 나에게 집중할 수 있도록 하나만의 기능을 해줄 수 있는 무언가와 하루를 함께하고 싶어 졌습니다.

책장에 자리 잡고 있는 옛날 잡지와 이제 새롭게 자리하는 잡지를 보며 몇 년 후, 몇십 년 후에도 뜨문뜨문 자리를 채워나가며 나의 수집품으로 때론 내 과거의 기록으로 자리해주길 바라봅니다.


경기남부재즈 - 오디오청년

https://youtu.be/CU-kCjqFtD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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