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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찬닢channip Dec 08. 2020

핀란드에서 커피를 마시기 시작했다

커피 소비의 공룡 국가

 커피를 제대로 마시게 된 것이 대략 일 년이 되었다. 지금이야 코로나가 퍼지고, 사회적 거리두기라는 정책으로 카페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그래도 종종 카페에 들러 커피 원두를 사 오고 늦지 않은 오후에 집에서 드립 커피를 손수 마시는 것이 일상이 되었다. 마시다 보니 커피의 선호도가 생겨서 스타벅스에 가도 오늘의 커피를 마시고, 다른 카페에 가서도 커피의 산미를 고려하며 주문하는 일이 잦아졌다. 

 카페인에 민감하여 학부 시절 동안 커피숍을 가도 차를 마셨던 내가 커피를 이렇게 구체적으로 마시게 된 계기는 핀란드 교환학생 시기에 거의 매일같이 커피를 접하면서 시작하였다. 한국 사람들이 카페에서 모임을 하면 커피를 많이 마신다고 해도 커피를 안 마실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해외에서 여행을 하면, 피로한 몸을 쉬기에는 카페만 한 장소가 없고 실제로 몸이 카페인을 필요로 한다. 또한 교환학생 동안 잘 모르는 친구들끼리 만나서 지내다 보면 한국식 술자리는 없지만 커피 자리는 필연적이기에 그냥 커피를 마셨다. 어색할 때마다 커피를 홀짝이는 것은 덤이다. 

핀란드의 1인당 커피 소비량은 압도적이다

 실제로 핀란드 사람들은 커피를 자주,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마신다. 아침에 일어나서, 점심에 밥을 먹고, 그리고 저녁에도 마신다. 술자리 행사에서도 커피를 준다. 앞서 글을 썼던 핀란드 학교 행사에서도 분위기가 많이 가라앉을 때쯤에 후식처럼 커피를 주었다. 그날의 기억이 잘 생각나지는 않아서 어쩌다가 커피가 나오게 된 영문인지는 모르겠으나, 시기를 가리지 않고 커피를 마신다는 것은 확실하다고 생각한다. 1인당 커피 소비량이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순위가 떨어져도 최상위권을 유지하는 것이 우연은 아닐 것이다. 이 사람들에게 물과 같다고도 생각이 든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이 그렇듯이 차가운 커피를 마시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또한 이탈리안 에스프레소 형태의 커피(스타벅스 종류)보다는 산미가 있는 것을 선호한다고 한다. 또한 경험으로 판단컨대, 뜨거운 커피에 그냥 우유를 부어서 마시는 것을 선호하는 듯하다. 이것은 카페라떼나 카푸치노가 아니다. 우리가 마시는 라떼 종류는 우유를 스팀하여 커피에 붓는다면, 냉장고에서 갓 꺼낸 우유를 커피에 넣어 마신다는 것이다. 후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놀랍게도 한국 스타벅스에서도 이런 취향의 고객들을 위해서 커피 반납대에 우유를 통에 담아두고 있었다. 친구들을 따라서 마셔보니 나름 우유의 고소한 맛이 씁쓸함을 잡아주어 위장에 부담이 덜한 듯했다. 하지만 내게 선택권이 있다면 그냥 라떼를 마실 것이다. 이외에도 카페나 편의점에 가도 보온 통에 담긴 커피를 쪼르르 내려서 받는 형태도 많다. 나에게는 무슨 행사장에서 스테인리스 철통에 담긴 뜨거운 물을 부어서 마시는 믹스커피 느낌이라 그런지 '맥심이 없는 인스턴트커피는 이렇게 대중화되는구나'라고 생각되었다. 

에스프레소와 겨울에 먹는 패스츄리 종류의 빵. 핀란드 사람들이 에스프레소를 잘 마시진 않는 것 같다.

 이 시국에도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온 핀란드 친구와 몇 번 만날 기회가 있었다. 마침 한 번은 중간고사 시험 기간이었는데, 힘든 점을 말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였다. 공부해야지, 공부해야지, 라는 말을 서로의 입에 달고서 밤 9시가 되어서 헤어질 때 핀란드 친구가 말한 것은 다음과 같았다.

"일단 커피부터 마시고 공부해야겠어"



https://www.baristainstitute.com/blog/jori-korhonen/september-2018/finnish-coffee-culture-one-ki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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