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알고 지내던 친구와 거리두기를 시작했다. 서로 같이 했던 것들이 많은 만큼 추억도 산처럼 쌓여있는 관계였지만 만남 후에 늘 어딘가 모를 불편한 감정이 있었다. 알고 지낸 세월이 긴 만큼 쉽게 놓을 수도 없는 관계라 그런 감정을 외면하고 있었다.
그러다 인터넷에서 우연히 이런 글을 읽었다.
https://mobile.twitter.com/goodssalhapssal/status/1428720290712883212?s=20 (출처)
생각해보니 나는 그 친구에게 칭찬을 들어본 적이 거의 없다. 남에게 칭찬을 잘하는 편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순 없지만,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좋아한다 표현하고, 고맙다 표현하고, 그들이 하는 일을 늘 응원하려고 애쓴다. 이건 사실 무언가를 바라고 하는 행동이 아니다. 관계를 유지하려고 억지로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하면 늘 그들도 똑같은 행동을 보여줬다. 어린아이들만 칭찬을 좋아하는 것이 아니다. 어른이 된 나도 여전히 칭찬이 좋다. 누군가를 날 믿어준다고 말한다면, 믿어준 만큼 더 잘하고 싶어 진다. 오랜 세월 기억에 남는 말은 칭찬의 말이었다.
"너 잘하고 있어"
"진짜 멋진데?"
"당연히 믿지"
내가 그 친구에게 느꼈던 감정을 어렴풋하게 알게 되었다. 나만 칭찬하고, 나만 응원하고, 나만 그 친구와의 관계를 위해 노력하는 것 같은 서운한 감정. 유치하게 나 좀 칭찬해달라고 말하기에는 나는 너무 나이를 먹어버렸다. 그러고 싶지 않아 졌다. 나는 누군가에게 고장 난 칭찬 자판기가 되고 싶다. 빈말이라고 느껴도 분명 상대방이 기분 좋을 거라는 걸 안다. 살짝 얼굴에 미소를 띨게 분명하니까.
코로나19로 진행되던 거리두기는 해제되었지만, 나만의 거리두기는 이제 시작이다.
친구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했던 18살의 나는 어느덧 나를 존중해주고 칭찬해주는 벗이 최고라는 걸 알아버린 어른이 되었다.
잘하고 있다고 너는 역시 그럴 줄 알았다고 칭찬해주세요.
친구의 고장 난 칭찬 자판기가 되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