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 Mercy Company - 7 Lights of a Prism
직장인밴드와 인디밴드의 구분이 점차 희미해지는 오늘날에도 홍대 인디씬에 레이블, 쉽게 표현하자면 소속사 같은 것은 존재한다. 실제로 메이저 회사처럼 밴드의 운영 전반부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고 주도적으로 활동의 판을 깔아주는 레이블도 존재하고, 일종의 크루처럼 소속 밴드의 독립적인 운영을 보장하되 필요한 부분에만 도움을 주는 형태로 운영되는 곳도 있다. 현재 밴드로 7년째 공연과 음반 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은 어떤 형태로든 이러한 레이블이 우리 팀에게도 필요한 단계가 왔다는 것이었다. 때마침 주변에 함께 오래 활동했던 밴드 해머링의 리더이자 기타리스트인 염명섭 형이 본인이 직접 레이블을 차렸다는 이야기를 우리에게 전했고, 소속 및 활동을 제안했다. 여러 조건을 꼼꼼하게 검토한 끝에, 서로에게 도움이 될 부분이 많을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신중하게 계약을 진행했다.
현재 소속된 팀은 우리와 해머링 포함 총 7 밴드인데 솔직하게 말해서 그중에는 이미 친한 관계를 유지하는 팀도 있고, 이름은 알지만 친분은 없는 밴드도 있으며, 아예 이번에 처음 알게 된 팀도 있다. 우리의 염 대표님께서는 호기롭게도 레이블 결성 후 3개월도 지나지 않은 시점에 모든 소속 밴드의 신곡이 들어간 컴필레이션 앨범의 발매 계획을 우리에게 발표하셨는데, 일단 알았다고 답변은 했지만 '이게 정말 될까?'라는 생각이 들 무렵, 한 마디를 조용히 덧붙였다. "다른 밴드들은 곡 이미 다 준비됐대." (...) 그렇게 얘기한 이상 우리는 의무감과 책임감, 하지만 그 무엇보다 앞서는 승부욕을 불태울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다른 팀은 이미 신곡이 있다고? 그러면 우리도 뒤처질 수는 없지!!'라는 상황에 놓이게 된 것이다. 어쨌든 다행히 우리 역시 만들어놓은 신곡들이 꽤 쌓여있었기에 작업은 원활한 편이었다고 생각한다. 중간에 소속 밴드 중 친한 사이인 R4-19의 보컬 명식이형과 연락이 몇 번 오갔는데 주된 내용은 "응. 당연히 아직 완성 못 했지." "가사 아직 안 썼는데?" 류의 말들이었기에 '아, 우리도 낚였구나.'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하여튼 우여곡절 끝에 모든 팀들의 곡들이 완성되었고, 일정에 전혀 뒤처지지 않은 상태로 7팀 모두의 신곡이 수록된 컴필레이션 앨범이 CD로 이 세상에 나오게 되었다. 각 팀의 곡들은 추후에 싱글 형태로 디지털 음원 플랫폼에 업로드될 예정이기에 아마도 당분간은 여기에 수록된 곡들을 듣는 유일한 방법은 이 CD를 통해서만인 것으로 알고 있다. 어쨌든 소속 밴드인 입장이긴 하지만, 꽤나 궁금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 역시 CD를 입수하기 전에는 다른 팀들의 곡을 전혀 들어보지 못한 상태였기에 받았을 때는 빨리 듣고 싶다는 마음뿐이었다. 사실 소속 팀 중에 친한 팀이 있다면 객관적인 시선을 갖기가 힘들고, 우리 노래를 스스로 리뷰하는 것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며, 안 친한 팀은 또 친하지 않은 대로 뭔가 말을 하기가 조심스럽기에 이 CD에 수록된 곡들에 대해 내 의견을 피력하는 것은 굉장히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된다. 그러나 왠지 이번 주 '마이 피지컬 로맨스'에서는 꼭 이 음반을 리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며칠 전에 강하게 들었기에, 최대한 처음 들었을 때의 그 감정 그대로 이 글에 옮기고자 한다.
01. Hammering - OMEGA
레이블의 수장이라 할 수 있는 팀 Hammering의 신곡 제목은 'OMEGA'이다. 평소와는 다르게 통통 튀는 베이스 슬랩으로 시작되는 특이한 곡인데 전체적인 곡 전개에서는 왕년의 뉴메탈 밴드인 Coal Chamber나 이후 세대인 Mudvayne이 살짝 떠오르는 부분도 있다. 두 기타리스트의 주고받는 솔로, 후렴구의 합창, 2절과 브릿지의 순서가 뒤바뀌어 있는 듯한 독특한 구성 등이 곡의 특이점인데, 곡을 처음부터 끌고 나가는 것은 보컬 유비의 특유의 창법과 에너지라는 생각이 든다.
02. Markros Inc. - Good Signal
가사와 사운드부터 정서까지 뭔가 고전적인 열혈 만화 주인공의 이야기를 담은 듯한 분위기가 느껴지는 곡이다. 현대적인 요소가 거의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1부터 99까지의 모든 부분을 레트로한 느낌으로 우직하게 채워 넣은 점이 이 곡의 핵심적인 개성이자 어필하는 포인트라는 생각이 든다. 밴드 Downhell 출신의 보컬 Mark Choi를 필두로 연주 멤버들 모두 화려한 이력을 자랑하는 이들이기에 사운드와 연주 및 가창의 탄탄함은 기본으로 깔고 가기에 안정적인 느낌을 준다.
03. Flint - Rain
노머시 컴퍼니의 가장 젊은 피라고 할 수 있는 Flint의 곡 'Rain'은 모든 밴드의 수록곡 중 가장 귀에 잘 들어오는 후렴구 멜로디를 자랑한다고 생각한다. 20대의 뮤지션만이 이야기할 수 있는 가사와 정서가 곡 전반에 진하게 녹아있다는 감상이다. 모던록과 얼터너티브 사이의 미묘한 장르의 경계선을 수시로 넘나드는 전개를 보이는데, 듣는 이에 따라 다소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 사랑노래의 가사가 때로는 하드한 느낌의 사운드와 절묘하게 어우러지는 것이 인상적이다.
04. VENEZ - Persona
2012년 TV 프로그램 '탑밴드' 시즌2를 통해 알려진 밴드 VENEZ가 오랜만에 내는 신곡이다. 2번 트랙인 'Good Signal'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결을 보여주는데, 연주적인 부분에서는 ONE OK ROCK 같은 트렌디한 밴드의 느낌이 나는 것과 대조적으로 보컬 라인은 굉장히 고전적인 느낌을 주기에 JAM PROJECT의 'Hero' 같은 인상이 느껴지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애니메이션의 OST라고 상상하면서 가상의 애니 오프닝을 상상하면서 듣는 것도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다.
05. Nuclear Idiots - Firecracker
우리 곡이기에 좋은 말을 하기에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고 비판을 하자니 영화 '베를린'의 자아비판의 시간 같은 느낌이 들어 쉽사리 뭔가 말을 꺼내기가 어렵다. 기존의 뉴메탈 색채의 곡과는 좀 다른 일렉트로닉 요소와 인더스트리얼 요소가 강화된 트랙이다. 비트는 보다 스트레이트하게 구성했고, 의도적으로 이전 세대의 밴드 스타일을 오마주한 부분도 있다. 가장 무게를 중점적으로 둔 부분은 청량하고 시원스러운 느낌, 흥겨움을 전달하는 것에 포인트를 주었는데 이 부분이 청자에게 잘 전달되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06. R4-19 - One By One
노머시 컴퍼니에서 헤비함을 담당하는 세 축이 Hammering, 우리, 그리고 R4-19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이 중에서도 R4-19은 세 밴드 중에 가장 확실하게 '조져주는' 맛이 두드러지는 팀이다. 이 곡 역시 밴드 특유의 내달리는 전개와 '폭력적인' 사운드가 이전에 R4-19이 발매한 트랙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반복적인 후렴구는 역시나 캐치하고, 2절에서는 다소 코믹한 전개가 치고 나오는데 듣는 이들에 따라 이 부분에서 살짝 웃음이 나올지도 모르겠다.
07. Ceight - W
Flint와 Ceight는 노머시 컴퍼니에 소속된 밴드 중 여성보컬이 곡을 이끌어나간다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밴드의 느낌은 많이 다르다. Flint가 모던하고 풋풋한 느낌이라면, Ceight는 하드록에 가까운 연주에 좀 더 고풍스럽고 굵직한 느낌의 보컬이 어우러져 독특한 조화를 보여준다. 얼핏 듣기에는 멜로디컬한 보컬라인의 전개로 무난하고 듣기 편하다는 느낌이 있지만 연주적인 측면에서는 굉장히 다채로우면서도 화려한 색깔이 느껴진다. 각기 다른 개성을 갖고 있는 7개의 트랙 중 마지막 트랙을 장식하기에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최대한 객관적으로 각 트랙에 대한 리뷰를 작성했는데, 당연히 개인적으로는 좋게 들리는 부분도 있고 '이 밴드는 여기에서 이런 전개를 하네?' 하면서 놀라운 부분도 있는 반면에 개인적인 호불호에서는 취향에서 벗어나는 측면도 없지는 않다. 사실 위에 언급한 장점에 속하는 부분 역시 듣는 이에 따라서는 불호의 영역에 속할 수 있는 부분도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는데, 락이라는 음악 장르 자체가 원래 모든 이에게 어필하는 것은 아니기에 이러한 호불호의 영역은 청자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11월 25일 이번 주 토요일에 이번 컴필레이션 음반 발매를 기념하는 공연이 열린다. 위에 언급한 7 팀이 모두 참여하는 공연인데 혹시라도 궁금증이 생기시는 분들을 위해 예매 링크를 올리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이 날 찾아오셔서 인사라도 나누면 즐거운 자리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https://tickets.interpark.com/goods/230151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