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화자찬 광고에서 스토리로 진화

면접자처럼, 간접광고, 스토리텔링 예시 도

<우리 제품에 대해 듣고 싶어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차갑고 혹독하지만 마케터가 매일 직면하는 현실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주는 잠재고객 에게 제품과 브랜드를 알리고, 브랜드를 믿음직한 조언자로 포지셔닝하는 과업을 수행해야 합니다. 지난 100년 동안 광고로 이 과업을 해결했지만 광고의 효과는 점점 약해지고 있습니다.

자랑만 늘어놓는 구직자, 경청하지 않는 면접관

구직자는 '나'라는 상품을 면접관들에게 팔아야 합니다. 신입 구직자는 학교에서 오로지 장점만 자세히 말하도록 훈련 받았습니다. 운이 좋아 열심히 들어주는 면접관을 만나면 상대방이 지칠 때까지 <나는 컴퓨터를 얼마나 잘 다루고, 유럽 배낭여행으로 인생 경험을 했고, 열심히 공부해서 전공지식도 많고, 이것, 이것, 이것까지 잘한다.>라며 말을 나열합니다. 경험이 적을수록 긍정적인 특징을 많이 나열하기에 급급합니다. 자랑을 늘어놓는 구직자에게 면접관의 마음은 이미 떠났습니다. 많은 면접관은 상대방의 단점을 찾아냅니다. 어떤 면접관은 구직자가 하는 말을 흘려 듣고 이력서를 보며 반박할 것을 생각하고 있을 것입니다. 경청할 줄 모르는 면접관을 탓하고 싶지만, 마케팅 자료를 보는 고객도 면접관과 비슷합니다. 사람들은 매사에 좋은 점과 나쁜 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좋은 점만 이야기하면 단점을 찾으려고 합니다.

양면광고와 단면광고

좋은 점만 나열 돼 있는 콘텐츠가 고객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요? 제품의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함께 제시하는 것을 '양면광고'라고 합니다. 예컨대 <우리 제품은 비쌉니다. 그러나 서비스는 최고 수준입니다. >라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단점도 함께 말하는 것은 고객의 저항을 줄이는 효과가 있지만, 광고주들은 대게 비싼 돈을 지불해야 하는 광고에서 단점까지 밝히는 것을 허용하지 않습니다. 단점을 말할 때에도 그것은 이미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거나 그럴 거라고 짐작하고 있는 것만 제시합니다. 결과적으로 '양면광고' 보다 좋은 점만 제시하는 '단면광고'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문제는 양면이던 단면이던 사람들은 점점 더 광고를 신뢰하지 않고 있습니다. 잠재고객은 면접관처럼 과장과 허풍을 찾아 반박하려고 합니다.

광고기법의 진화

<광고를 봐서 정말 다행이야>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을까요? 

2022년 우리나라 기업들은 광고에 총 13조 원을 쏟아 부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나 잠재고객들은 광고를 피하는데 돈을 씁니다. 콘텐츠 소비 시간이 가장 많은 유튜브에서는 광고 없이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유료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사람들은 광고를 피하기 위해 기꺼이 지갑을 엽니다. 광고가 즐거움을 방해하기 때문 입니다. 

마케터는 사람들이 좋아하는 콘텐츠들 사이에 광고를 끼워 넣는 방식으로 고객의 저항을 이겼습니다. 수십 년 전에는 45분 동안 방영되는 드라마의 처음과 끝에 광고를 여러 개 노출시켰습니다. 더 과감하게는, 관객이 드라마에 몰입하고 있는 순간에 즐거움을 끊고 광고를 노출시켰습니다. 

간접광고

관객의 저항을 더 줄일 수 있는 기법은 드라마 안에 광고를 녹여내기입니다. 간접광고 (PPL: product placement)는 제품이 소품으로 등장하거나, 제품 사용 모습을 보여주고, 브랜드 이미지나 명칭을 스토리에 자연스럽게 녹여내는 방법입니다. 관객은 무의식 중에 제품과 브랜드를 학습합니다. 최초의 간접광고는 스티븐 스필버그 감동의 영화 E.T.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영화는 스필버그 감독과 허쉬 초콜릿의 중대한 전환점이 되었습니다. 영화에서 주인공 엘리엇이 E.T. 를 유인하기 위해 초콜릿을 사용하는 장면을 보여 줍니다. 허쉬 초콜릿의 제품이었습니다. 많은 관객을 모으며 영화는 흥행에 성공했고 곧이어 허쉬 초콜릿의 매출은 300% 늘었습니다. 허쉬 초콜릿은 단 한 번에 광고로 환상적인 성공을 얻었고, 현재까지 전 세계 초콜릿 시장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간접광고는 대놓고 하는 광고보다 효과가 좋습니다. 그러나 간접광고가 남발되자 2010년 법으로 규제가 시행되었습니다. 방송법 제59조의 3에서 '오락과 교양 분야에 한정하여 간접광고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허용 대상 장르에 속한 프로그램 중 어린이 보도 시사 분야는 간접광고를 금지한다' 라고 정하고 있습니다. 법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돈을 받고 광고를 하면서 그 사실을 밝히지 않으면 적어도 사회적 지탄을 받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관객을 기만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관객은 광고를 싫어하고 마케터는 필사적으로 자기 존재를 알려야 하는 딜레마가 있습니다. 어떻게 극복해야 할까요?

광고에서 스토리텔링으로

광고에서는 기업이나 제품의 특징과 우수성을 설명하 고 여러 번 반복하여 메시지를 강제 주입합니다. 반면 콘텐츠 마케팅은 스토리를 이용합니다. 스토리는 고객에게 방해가 아니라 즐거움을 주고, 몰랐던 것을 알려주고, 긍정적인 감정을 갖도록 합니다. 좋은 콘텐츠는 잠재고객이 원하거나 필요로 하는 내용을 스토리로 전달합니다. 스토리는 사람들의 환영 받습니다. 

 

광고를 봐서 정말 다행이야. 

<광고를 봐서 정말 다행이야>하는 광고들이 드물게 존재합니다. 위생용품 브랜드인 도브가 그 예입니다. 도브는 2004년 진정한 아름다움(Real Beauty)이라는 캠페인을 시작하였고,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마케팅 캠페인으로 손꼽히고 있습니다. 

도브는 10개 국가에서 3,000명의 여성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하였습니다. 오직 2%의 여성만 자신을 아름답다고 여기는 당황스러운 통계결과가 나왔습니다. 도브는 여성들의 낮은 자아존중감 문제에 대처하고, 아름다움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일으키게 할 수 있음을 기회로 보았습니다. 

도브 간판광고

캠페인은 우선 다양하고 현실적인 여성들의 이미지로 간판광고를 시작하였습니다. 기존의 뷰티산업이 제시하던 아름다움의 기준을 버렸습니다. 여성들이 자신감을 회복할 수 있도록 자극했습니다. 다른 뷰티산업 기업들이 제시하는 비현실적인 외모는 여성들이 성취할 수 없는 기준이었습니다. 도브는 다양한 여성들의 현실적인 몸매를 긍정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사람들을 기분 좋게 만들었습니다.  

2013년 '도브 진정한 아름다움 스케치'(Dove Real Beauty Sketches)라는 동영상 광고로 캠페인을 이어 갔습니다.   

큰 방에 길 자모라(Gil Zamora)가 앉아 있고, FBI 훈련을 받은 경찰 화가의 소개로 동영상이 시작됩니다. 다양한 여성이 한 명씩 방에 들어오고 커튼 뒤에 있는 화가에게 자신의 모습을 묘사합니다. 다음은 그 여성을 처음 보는 사람이 같은 화가에게 여성을 묘사를 합니다. 나중에 여성들은 다시 방으로 모입니다. 방에는 자신이 묘사한 초상화와 처음 본 사람이 묘사한 초상화가 나란히 걸려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의 초상화를 보고 반응하는 여성들의 모습을 봅니다. 다른 사람이 묘사한 나의 초상화가 실제모습에 가까웠고 더 매력적이었습니다. 마지막에는 하얀 배경에 <당신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아름답다.>라는 한 줄의 메시지로 끝납니다. 

 (도브 광고 영상 링크) 

자기가 묘사한 초상화와 처음 본 사람이 묘사 초상화(출처 도브)

사회적 실험을 담은 이 동영상은 누적조회수 7,000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다양한 나라의 사람들은 이 영상을 자발적으로 번역하여 퍼뜨렸습니다. 아름다움이 포토샵과 소셜미디어의 필터링된 사진으로 왜곡되고 있음을 일깨웠습니다. 여성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 더 잘 알아야 한다는 깨달음을 주었습니다. 

동영상에서 도브는 자사의 제품 특성이나 우수성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습니다. 대신에 보통 여성들의 스토리를 통하여 강한 감정적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보는 사람들이 공유하도록 만들었습니다. 댓글에는 아름다움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어 고맙다는 의견이 대다수입니다. 잠재고객인 여성들이 광고에 고마움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도브에 호감을 가질 것이고 진열대에 있는 여러 브랜드 중에 도브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좋은 점만 말하는 광고에서 고객과 관련 있는 혜택을 전달하는 스토리로 방향을 잡았다면 콘텐츠 마케팅에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고객은 광고를 회피하지만 스토리는 공유합니다. 도브의 공유된 스토리는 브랜드 자체를 믿음직한 조언자로 포지셔닝 하였습니다. 사업주는 스토리텔링 기술을 갈고 닦음으로써 효과 있는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수요를 창출하고 잠재 고객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