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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에서 폴(등산스틱)의 쓸모

by 도안
사진 출처 https://www.dynafit.com/en-us/trail-running-poles-this-is-how-to-run-with-poles


1월 한겨울에 태백에서 30킬로미터 트레일러닝 대회를 뛰었다. 대회 마지막 내리막길에서 왼쪽과 오른쪽이 아무래도 느낌이 달랐다. 폴을 확인했더니 왼쪽 손에 들은 폴의 끝부분이 부러져 있었다. 왼쪽과 오른쪽이 약 5cm쯤 차이 나는 듯했다. 한시간쯤 전에 급경사 길을 내려올 때 돌부리 사이에 폴이 걸렸었는데 그때 부러졌을 것이다. 부러진 폴 때문에 상실감을 느꼈다. 대회는 막바지여서 앞으로 내리막길 5킬로 정도만 뛰면 되기 때문에 폴이 없어도 된다. 그러나 지난 여름에 27만 원을 주고 샀는데 6개월 밖에 못 쓴 사실이 속상했다. 나는 폴을 적극적으로 쓰는 편이다. 부러진 폴 한 쪽은 버리고 다른 한 쪽은 챙겨 왔다. 똑같은 제품으로 사서 나중에 한 쪽이 또 부러지면 짝을 맞춰 쓸 수 있겠다는 생각이었다. 다시 구매하려고 보니 폴은 교체 부품으로도 팔고 있었다. 부러진 폴을 가져왔다면 교체 부품 2만 원정도가 들었것이었다고 생각하니 또 속상했다. 그러나 앞으로 한 달 반 후에 100km 트레일러닝 대회에 나가야 하기 때문에 다시 새 제품을 주문했다.


멋지게 보이려고 폴을 쓰는 건 아니다. 폴은 오르막길을 정복하고, 까다로운 지형을 헤쳐나가고, 균형 감각을 높이고, 상체근력을 개입시켜서 더 균형 있는 운동을 할 수 있게 한다. 스틱 stick이란 말을 많이 쓰는데 폴 pole이 더 통하는 영어표현이며 한국말을 찾는다면 '지팡이'일 것이다.


트레일러닝을 할 때 폴의 쓸모는?

트레일러닝 대회는 산에서 하기 때문에 지구력이 중요한 운동이다. 폴을 사용하면 몸의 하체뿐 아니라 상체의 근육이 개입된다. 폴은 지구력을 확장하고 어려운 지형을 지날 때 도움이 된다.

러닝 이코노미 향상:- 러닝 이코노미가 좋은 사람은 같은 거리, 같은 속도를 뛸 때 더 적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에 더 오래간다. 경사길을 올라갈 때 폴로 땅을 밀며 앞으로 추진해 나아가는 힘을 얻는다. 오르막길에서 폴로 하체의 체력을 아낀다는 뜻은 앞으로 남은 평지와 내리막길을 위해 다리에 힘이 비축된다는 의미이다.

안정성과 균형성 증대:- 자갈길이거나 지면이 고르지 못할 때 그리고, 미끄러운 내리막길에서 폴이 유용하다. 폴을 이용해서 땅을 짚으며 미끄럽거나 밟으면 꺼지는 지형 등을 느낄 수 있다. 낙엽이나 눈이 쌓여 있는 길은 그 밑에 무엇이 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불확실한 길을 갈 때 폴이 균형을 잡아준다.

근육과 관절 보호:- 등산은 한번 올라갔다가 내려오지만 트레일러닝은 산을 오르락내리락하게 코스를 만든다. 특히 산을 내려올 때 무릎과 발목의 관절에 큰 부담을 준다. 급한 경사길을 내려올 때 폴을 쓰면 체중을 상체로 분배시켜 하체의 스트레스를 줄인다.

폴은 경사가 급한 등산로를 오를 때 많이 쓴다. 더 빠르고 효율적으로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폴은 장거리 트레일러닝에서 더 유용하게 쓰인다. 대회 후반부에는 힘이 빠져서 평지에서도 걷게 될 수 있다. 폴을 사용해서 지면을 밀고 나갈 수 있다. 100km 대회는 대부분의 선수가 밤까지 뛴다. 바닥이 잘 안 보이는 산길을 걸을 때 폴이 안정성을 높인다. 내리막길에서 균형을 잃지 않고 관절에 부담을 줄일 때도 폴을 써보라. 산에서 일어나는 사고는 대개 등산할 때보다 하산할 때이다.


어떤 폴을 선택하고 어떻게 써야 할까?

트레일러너들이 가장 많이 쓰는 브랜드는 '블랙다이아몬드'와 '레키'이다. 중국의 '오니지'가 UTMB 공식 스폰서로 들어가며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폴은 구성이 간단한 편이며 최첨단 기술이 들어간 제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브랜드 이외에도 좋은 제품들이 있을 것이다.
폴을 선택할 때 고려해야할 점들이다.

소재:- 첫 번째로 고려할 점은 소재이다. 카본과 알루미늄 제품을 많이 쓰인다. 카본이 알루미늄보다 인장강도와 항복강도가 약 2-10배 정도 더 좋다. 그리고 카본이 더 가볍다. 카본 소재인 경우 가격대는 20만 원을 넘어선다. (개인적으로 나는 좋은 것을 써서 오래 쓰자는 생각으로 카본 소재의 비싼 제품을 선택했지만, 6개월 만에 부러져버렸기 때문에 이번에는 10만 원 대의 제품을 선택했다)

접이식 & 길이 조절:- 두 번째로 고려할 점은 접이식인지, 길이 조절이 가능한지이다. 1자로 된 폴은 휴대가 불편해서 트레일러닝용으로 거의 쓰지 않으며 3단 접이식을 선택해야 한다. 폴의 길이는 평지에 섰을 때 팔의 각도가 90도가 되어야 한다. 오르막길에서는 약간 짧게, 내리막길에서는 약간 길게 하는 것이 좋다. 길이를 자유자재로 조절가능한 제품들은 상대적으로 더 고장이 잘난다는 단점이 있다. 자신의 키에 맞는 제품을 사서 써보고 자신에게 더 편안한 길이를 찾아보아야 한다.

어떤 활동:- 걷기(예: 노르딕 워킹), 등산, 트레일러닝에 따라 폴을 다르게 선택할 수 있다. 많은 짐을 지고 등산을 한다면 1자로 되고 강철 소재의 폴을 선택하는 것이 경제적이다. 트레일러닝은 걷고 뛰고를 반복하기 때문에 휴대가 편하고 가벼운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폴의 사용법을 충분히 익히지 않으면 짐이 될 수 있다. 폴의 손잡이에 있는 스트랩(끈)은 장식이 아니다. 폴을 조절하고 힘을 전달하려면 스트랩에 손을 올바로 끼우고 있어야 한다. 폴을 짚을 때는 발과 교차되거나 양쪽 폴을 동시에 사용하는 기법이 있다. 보통은 왼발이 나갈 때 오른손에 폴로 땅을 짚는다. 그러나 오르막에서는 두 폴을 동시에 쓰는 기법이 효율적이다. 양손으로 폴을 앞 계단에 놓고 당기며 올라가고 두서너 발 옮기며 뒤로 밀고, 다시 양손을 앞으로 가져온다. 매우 미끄럽거나 경사가 가파른 길에서는 왼발 나갈 때 왼손 오른발 나갈 때 오른손으로 땅을 짚을 수도 있다. 돌부리가 있고 땅이 매우 고르지 못한 길(예:-한라산 현무암길)을 갈 때는 폴을 자유롭게 쓰며 주변 지형에 감각을 익히는 용도로 쓰기도 한다.


폴의 쓸모는 편안하고, 힘을 더 낼 수 있고, 안정성을 높이는 것이다. 평소에 폴을 다양하게 사용해 보며 리듬감을 익힌다면, 도전적인 트레일러닝을 완주할 때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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