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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칭 Jul 24. 2019

확 깨는 로맨틱 코미디, 우리 사이 어쩌면


클릭을 주저하게 된다. 명색이 로맨스 영화인데, 너무 평범해 보이는 (안 잘생긴) 아시안 커플이라니. 그러나 결과적으론 내 안의 인종주의, 외모지상주의를 깨닫게 해 준 영화. 스테레오타입을 확 깨주는 이런 작품, 환영한다. 이 영화를 시작으로 앨리 웡의 팬이 됐다.


남사친 엄마의 집밥


남녀칠세부동석은 옛 말, 칠세부터 단짝 친구였다. [사진 넷플릭스]


주인공 사샤(앨리 웡)와 마커스(랜들 박)는 둘도 없는 단짝 친구다. 사샤는 중국+베트남계 미국인이고, 마커스는 한국계 미국인.


부모님이 바쁜 사샤는 마커스 엄마 주디가 챙겨주는 한국식 집밥을 먹으며 한 식구처럼 자란다. 둘은 서로를 짝사랑하지만 한 순간의 실수로 연락을 끊는다.


그로부터 15년. 사샤는 요식업계의 셀럽이 됐다. 차리는 식당마다 성공하며 약혼자 브랜든 최(대니얼 대 김)와 함께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그런데 이 남자, 결혼을 앞두고 새로운 환경에서 떨어져 지내보자고 제안한다. 그래야 서로 운명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나.


세기의 커플로 주목 받았는데... [사진 넷플릭스]


백마 탄 왕자는 지겹다


암튼, 쿨한 척 받아들이고 속으론 울며 고향으로 돌아온 사샤. 그곳엔 변화를 거부하는 첫사랑 마커스가 있다. 아빠랑 같이 배관공 서비스 일을 하며, 16년 전 시작한 밴드 역시 동네를 벗어나지 않은 상태.


가난한 배관공과 갑부 여자 스타 셰프의 로맨스가 가능할까? 이런 생각이 드는 건 내가 속물이어선가 싶어 심장이 살짝 쫄아드는데, 영화는 이렇게 말해주는 것 같다.


아빠랑 동업하는 마커스. [사진 넷플릭스]


"아니! 너는 염병할 '백마 탄 왕자'라는 판타지에 세뇌가 된 거야."


그래. 이젠 백마 탄 공주도 등장할 때가 됐지, 암만.


물론, 사샤가 천상계의 미모였으면 이런 상황이 영화적으로 납득이 안 됐을지도 모르겠다. 둘 다 근본적으론 (외모가) 평범한 인간이니 신분(?)의 차이를 극복하고 사랑할 수 있을 거라는 현실감이 든다. (아, 역시 나는 외모지상주의에서 못 벗어나는 건가.) 


로맨스물은 로맨스물이다


이럴 땐 셀럽 같지 않다. [사진 넷플릭스]


이 영화는 로맨스의 법칙을 따르긴 한다. 한쪽이 짝을 잃었는데, 나머지 한쪽은 다른 짝이 있고, 마침내 자유로운 몸이 되어 마음을 고백하려는 찰나 상대에게 새 애인이 생기는 식이다.


사샤의 새 애인으로 깜짝 등장하는 게 키아누 리브스인데, 그게 또 이 영화의 꿀잼 포인트다. 저녁 약속 장소로 킬러 존윅이 걸어들어온다고 생각해 보라. 게다가 키아누 리브스는 이 영화에서 제대로 망가져준다.


존윅이 내 남자친구라니... [사진 넷플릭스]


이 영화는 아무튼 로맨틱 코미디이니 해피엔딩으로 나아가는데, 두 사람이 진실한 첫사랑을 다시 찾아나가는 과정이 웃기면서도 감동적이고 설득력도 있다.


백인이 아닌 아시아인의 시각


아시아인과 그들의 문화를 백인의 시선이 아닌, 아시아인의 시선으로 그렸다는 점에서도 공감할 지점이 많다. 주연을 맡은 앨리 웡과 랜들 박은 영화의 각본과 제작에도 참여했다.


둘은 영화에서처럼 아시아계 미국인이고, 오랜 친구이자 동료이기도 하다. 그래서 깨알같이 실감나는 묘사가 가능했던 것 같다. 백인의 시선을 의식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일종의 통쾌함도 준다.


헤어질 때 몰던 그 차 아직도 모는 마커스. [사진 넷플릭스]


남자 주인공 랜들 박은 2014년 영화 <디 인터뷰>에서 김정은 역을 맡았던 배우다. <인터뷰>는 당시 군소 극장에서만 조촐하게 개봉했다. 김정은을 우스꽝스럽게 그린 게 컸다. 미국 소니 픽쳐스 해킹 사태가 일어났고, 이 대대적인 사이버 공격은 북한의 소행임이 드러났다. '최고 존엄'을 모독한 대가였다.


랜들 박은 당시 김정은이랑 안 닮아서 아쉽다는 평을 듣기도 했다. <앤트맨과 와스프>, <아쿠아맨>에도 출연했다. 이번 영화에선 딱 맞춤형 옷을 입은 듯하다.


앨리 웡은 베트남+중국계 미국인으로 코미디언, 배우 겸 작가다. 2016년 넷플릭스 스탠드업 코미디 <베이비 코브라>가 히트하면서 완전히 떴다. 이에 대한 리뷰도 조만간 쓸 테니 기다려주시라. 우리나라에선 볼 수 없는 수위라는 것만 먼저 귀띔한다. 


와칭 방문해서 더 많은 리뷰보기 


제목   우리 사이 어쩌면(Always Be My Maybe)
감독   나흐나치카 칸
각본   앨리 웡, 랜들 박, 마이클 골람코
출연   앨리 웡, 랜들 박, 제임스 사이토, 키아누 리브스, 대니얼 대 김
등급   15세
관람   넷플릭스

평점   IMDb 6.9  로튼토마토 90% 에디터 꿀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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