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목석 May 24. 2022

잔소리는 딱 한소리만

절대 덧붙이지 말기

"숙제는 했니?"

"아직요."

"씻기 전까지 해라. 한 시간 남았다."

"네..."


주중 오후 7시부터 9시까지 나와 딸의 대화이다. 집에 오자마자 내 핸드폰을 가져가서 로블럭스나 몰랑이 거래 등을 하는 딸을 그저 내버려 둔다.

무분별한 핸드폰 사용에 질색하는 부모님들은 아동학대라고 생각할 정도로 우리 집은 "Phone free" 지역이다.

하지만 예전부터 어떤 이상한 믿음이 있었다.

딸아이가 알아서 핸드폰 사용을 잘할 거라는,

자신의 일은 하면서 게임이나 유튜브의 유흥을 즐길 거라는,

하고 싶은 일을 실컷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내가 줄 수 있는 그나마 부모의 권리라는,

오은영 선생님이 이 글을 보시면 또 다른 금쪽 처방을 주실 수도 있겠다만, 어찌 됐든 나의 교육관(?)은 그렇다.


하지만 아주 가끔 조급함이나 두려움이 밀려드는데,

내가 이러고 있는 것이 과연 옳은 것인가?

누군가 뒤에서 욕하지 않을까?

전문가들도 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고 했는데 아이를 너무 믿는 것인가?

어른이 조금 관리를 해줘야 하는가?

이런저런 생각이 나면 아주 살짝 신경질적으로 변해 잔소리를 한다.(남편에게도 신혼 때 잔소리를 잘 안 해서 옆에서 보시던 시어머니가 부인이 잔소리도 좀 하고 그래야 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관심이 없는 것이 아니라 워낙 알아서 잘해서 말할 필요가 없어서였는데...;;)


"할 건 하고 하고 싶은 일 하자."


단호하게 두 문장 이내로 마지막 최후통첩을 날린다. 하지만 그녀는 미동이 없다. 그럼 순간 '욱'하는 마음에 몇 문장이 더 떠오른다.


'네가 그러면 엄마 앞으로 핸드폰 안 준다!'

'도저히 못 참겠다. 얼마나 계속할 거니?'

'그러니, 매일 숙제를 자기 전에 하지!'

'집에 와서 먼저 숙제하고 휴대폰 하면 안 되냐?'


너무 많다. 너무 많아.

다다다다 뱉어내고 싶은 말이 입술 바로 근처에 와있다. 입이 근질근질하다는 말이 딱 와닿는다. 하지만 절대 내어놓지 않는다.

그러지 않아도 시간에 딱 맞춰 겨우겨우 숙제를 하고 씻고 평화롭게 자는 날들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오늘도 잔소리를 1절만 해서 다행이다.

그러기 전에 나나 잘하자.(은근 SNS 중독자임;;)


귀칼봐도 사랑해. 나도 미성년자 영화보고 그랬자너. 엄마 몰래 여성중앙 맨 뒤에 있는 시크릿북 훔쳐보고 그랬으니;;





이전 05화 우리네 인생은 X 같거나, 아름답거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