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 경쟁으로 이노베이션에 실패하는 기업들을 위하여
아무리 호황을 누리던 기업도 시장의 변화에 발맞추지 못하면 순식간에 사라지는 사례는 셀 수 없이 너무 많다. 게다가 그 속도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전화는 보급률이 50퍼센트가 되는 데 50년이 걸렸지만, 인터넷은 불과 10년 밖에 걸리지 않았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DVD 시장의 규모는 넷플릭스와 같은 OTT 시장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압도적이었다. 그러나 모두가 알다시피 현재 DVD는 고대 유물만큼이나 잊혀진 존재가 되었다.
대부분의 기업이 '현재 돈을 벌어들이는 사업 부문'과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사업 부문'을 동시에 경영한다. 기존 사업은 당장의 큰 이익을 가져오기 때문에 기업 내에서의 입지가 크다. 따라서 당장 이익을 내지 못하면서 많은 인적/물적 자원을 가져다 쓰는 신규 사업은 상대적으로 위축되거나 발목을 잡히기 쉽다. 그러기에 지속 가능한 경영을 하는 리더라면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을 모두 놓치지 않을 수 있는 이른바 '양손잡이 경영'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실은 '양손잡이 경영은 불가능하다'라는 의견이 주를 이룰 정도로 어렵다. 경영학자 클레이튼 크리스텐슨은 "기업은 탐색과 심화를 동시에 할 수 없다. 신규 사업은 스핀 아웃(사내의 부문을 별개의 기업으로 독립시키는 것)"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기존 사업은 이미 시장에서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둔 분야이니 전문성을 더욱 심화하면 더 큰 이익과 규모를 확보할 수 있다. 효율만을 생각한다면 기존 사업의 심화가 더욱 의미 있다 보니 '괜히 딴 데 눈 돌리지 말고 잘하던 걸 잘 하자'라는 생각이 더 유혹적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이미 너무나도 변해버린 시대에 맞춰 기업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탐색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기조차 놓쳐버리는 경우가 발생하고 만다. 따라서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신규 시장을 창출해 낼 수 있는 신사업의 탐색에 '의도적으로' 더 힘을 줄 필요가 있다.
가장 효과적이고 아름다운 방법은 '조직의 이해'에 기반한 협업이다. 기존과 신규 사업은 태생적으로 분리된 조직 간에 경쟁적 관점에서 서로를 바라보기가 쉽다. 부서 존재의 목적과 KPI가 나란히 비교할 수 없는 서로 전혀 다른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숫자를 놓고 경쟁한다. 심지어 이들은 하나의 기업 내에서 존재하는 브랜드/제품이기에 같은 타겟 시장을 놓고 출혈 경쟁식 땅따먹기 게임을 하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미국의 신문사인 USA 투데이는 온라인 사업을 설립했다. 그러나 기존의 전통적인 종이 신문 사업은 온라인 사업을 경쟁자로 생각해 협력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특종을 웹에 속보로 내지 못하게 하며 언론사의 경쟁력이 추락하게 되었다. 이에 최고 경영자는 '우리는 신문이 아니라 네트워크다'라는 방침을 명확히 내세우고 사업부장을 교체했다. 이처럼 신규 사업과 기존 사업의 사이에서 반드시 일어나는 대립은 최고 경영자만이 해결할 수 있다. 기존의 각 사업부가 가지고 있던 방향성을 기업의 더 큰 성공의 방향성으로 통합하여 명확히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비슷한 예로 기존의 홈쇼핑 기업은 채널 별로 구분된 조직으로 운영되었었다. 책자를 통한 주문, TV홈쇼핑 방송, 온라인 쇼핑몰. 여기에 모바일 웹/앱까지 다양한 방식의 주문 형태가 등장하면서 조직은 혼란에 빠졌다. 고객들조차 어느 채널로 주문해야 같은 제품과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발생했고, 기존에 주도권을 잡고 있던 TV방송 사업부는 온라인 사업부에 실적을 뺏기지 않기 위해 고객 주문 편의를 의도적으로 감추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그러던 중 제일 먼저 모바일 확대와 함께 모든 채널 간 통합 시너지의 방향성을 제시한 홈쇼핑 사가 제일 먼저 시장의 변화 속에서 치고 올라갔다. 생각해 보면 조직 내 비즈니스 구분만 다를 뿐 같은 시장의 같은 고객이다. 고객은 눈으로는 TV 홈쇼핑 방송을 보면서 주문은 스마트폰을 꺼내 들어 이미 간편하게 가입되어 있는 앱으로 버튼 하나만 누르는 방식이 가장 편하다.
'공통의 비전' 아래 모두가 수긍할 수 있는 회사 차원의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는 최고 경영자의 역할이 가장 중요하며, 간부진을 끌어들여 열린 장에서 논의되어야 한다. 이때 기존 사업과 신규 사업의 추진 방향이 모순될 수밖에 없다는 공감대 또한 충분히 형성되어야 한다. 단순히 당장의 수익만을 숫자로 놓고 논의하게 되면 상황은 해결되기 어렵다. 기존 사업은 보다 심화된 전문성과 효율화 등이 요구되지만, 신규 사업은 낮은 이익에도 불구하고 탐색을 하는 방향성이 더 유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렇게 간부진 사이의 대립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사업 간의 균형을 잡지 않으면, 힘이 있는 기존 사업이 이겨 버리기 때문에 신규 사업과의 협업을 통한 미래의 시너지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조직 내부 간의 불필요한 갈등과 경쟁으로 인해, 쓰나미처럼 몰아치는 외부의 변화에 휩쓸려가지 않도록 기업이 지닌 강점을 이노베이션으로 활용할 수 있기를 바란다.
* 참고 서적 : 「리드 앤 디스럽트」찰스 오라일리·마이클 투시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