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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빨간약 Aug 13. 2024

고급 서비스의 마케팅

고객의 needs를 초월한 도전적 서비스

 제품이나 서비스의 가격을 책정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별도로 좀 더 깊이 있는 스터디가 있어야겠지만,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가격 = 품질이 정비례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율경쟁시장에서는 일반적으로 제품의 원가보다도 소비자가 느끼는 '브랜드 밸류'가 얼마나 높은 지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얼마 전 오랜만에 머리를 하러 미용실을 방문했다. 커트+클리닉+펌을 하는 데 약 30만 원의 비용을 지불했다. 머리를 다 하고 나서는데 앞 건물의 다른 미용실에 '펌 45,000원'이라는 입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과연 30만 원짜리 펌은 45,000원짜리 펌보다 6배 이상의 '예쁜 머리'를 내게 제공해 줄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 치더라도 수십만 원 이상의 부가 서비스를 내게 제공했을까? 대부분 시장에 형성된 가격은 실제 제품의 원가와 비례하지 않는다. 더욱이 실체가 명확하지 않은 서비스 제품의 경우 이런 일은 주변에서 흔히 발생한다.


재미있는 건 오히려 고가의 서비스를 받으면서 더 불편하고 경직된 느낌을 갖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더 재미있는 건 그러한 경직된 느낌을 편안하게 받아들인다는 사실이다. 그런 현상의 기저에는 다양한 사회적,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겠지만, 고가의 서비스 내에서 지켜질 거라 믿게 되는 안정감이라는 정서가 존재한다. 혹은 자신이 지불한 만큼의 비용과 기대에 대해 실패하지 않으려는 보상 심리인지도, 낯선 환경에 대한 방어 기제인지도 모른다. 나아가 고급 서비스의 경우 정중함을 넘어선 '무례함에 가까운 서비스'에 소비자가 맞춰야 하는 아이러니 한 현상이 벌어지기도 한다.


 본래의 서비스는 고객에게 노력과 긴장을 강요한다.
그러나 한편으로 긴장감을 동반하는 서비스 특유의 편안함도 있다.


'비싼 돈을 내면 고급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오해라고 한다. 재미있는 예로, 욕쟁이 할머니의 가게에 불편함을 느끼기는커녕, 오히려 할머니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컨셉화 되며 핫 플레이스로 여겨지는 현상도 발생한다. 마케팅 원론의 핵심은 늘 '고객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이라는 대명제에서 출발하지만, 특히 서비스 유형의 제품에서의 고객의 욕구란 과연 단순 명료한 하나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인가라는 퀘스쳔이 생긴다.


최근 글로벌 마케팅을 협업하는 다양한 업체들을 만나면서 크로스보더 마켓의 가능성과 동시에 그 시장의 한계에 대해 선을 긋는 의견을 많이 접하게 되었다. 물론, 나보다 먼저 시장에서 앞서 사례를 만든 이들이 경험한 한계는 분명한 현실이자 핵심적인 고려 요소일 것이다. 그러나 현재 형성되어 있는 현지 문화적, 정책적, 경제적 환경을 바탕으로 미래 비즈니스를 설계해야 하는 것인가. 단순히 판매 가격을 낮추는 것만을 비즈니스의 경쟁력이라 할 수 있는 것인가. 라는 것에 대해서는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마케팅은 셀링과 엄연히 다르다. 구매력이 낮고 디지털 및 쇼핑 인프라가 미비하다면 현재의 셀링은 힘들지 몰라도, 새로운 마켓을 창조하고 구매 허들을 낮추는 전략의 마케팅의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는 없다. 물론 지나친 낙관론일지는 몰라도 '과연 우리는 제대로 된 마케팅을 했는가'라는 물음에는 누구도 쉽게 대답하지는 못할 것이다.



* 참고 서적 「'투쟁'으로서의 서비스」- 야마우치 우타카



억지로 만족시키려 하지 마라.
고객과의 긴장감 있는 투쟁이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라.
그리고 그것이 곧 고객과 가치를 공동창조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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