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여름에도 엄청나게 많은 비가 내렸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내내 온도가 떨어지는 밤만 되면 야행성 폭우가 쏟아졌다. 그 날도 대차게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설레는 마음으로 잠이 들었다. 그 탓일까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꿈 속으로 빠져들었다.
꿈 속에서도 어마어마한 폭우가 쏟아졌다. 급기야는 대홍수가 일어났고 육지고 바다고 지구가 온통 물에 잠겼다. 희한하게도 내가 있는 곳만 땅이 우뚝 솟아 있었는지 찰랑찰랑 발 아래까지만 물이 차올랐고, 그 곳에 서서 나는 온 지구가 물에 잠기는 것을 바라보고 있었다.
검색을 해보니 물에 잠기는 꿈이 길몽이란다. 많은 재물을 수확하는 운이 들어온다고. 창업을 앞두고 불안한 마음을 잠재우고자 좋은 꿈의 기운을 그녀에게 전했다. 나의 꿈 이야기를 들은 그녀 또한 물꿈을 꾸었다며 놀란다. 마침 새로운 사업을 위해 손을 잡은 두 사람이 동시에 꾼 2개의 길몽. 그날 밤 꿈 속에서 물이 차오르듯 가슴 속에 무언가 벅찬 것이 꿀렁꿀렁 차오른다.
"우리.. 대박날 것 같아요"
그러던 중 그녀를 만나던 날이었다. 차를 몰고 들어오는 그녀를 보자마자 눈이 휘둥그레졌다. 차 앞 범퍼에 어른 손바닥 5개는 되는 정도의 넓이에 새똥이 난사되어 있는 것이다. 정말 퍼질러 싸갈겼구나 싶은 모양새로 덕지덕지 휘갈겨진 새똥은 마치 고약한 심보로 일부러 심술을 부린 듯 하기까지 했다. 그녀의 차는 고급 외제차였는데 사실은 개인 소유가 아닌 기존 직장의 법인 차량이었다. '새도 아는 거지. 거지 같은 회사"
살다가 새똥을 맞아본 적이 있던가? 생각보다 많지는 않다. 새똥을 맞으면 기분이 거지같지만 그래도 매우 낮은 확률로 맞는 새똥은 행운을 가져다 준다는 말이 있다. 믿거나 말거나... 아니 사실은 말도 안 되지만 얼마나 많은 행운이 우리를 덮치려고 저렇게 새가 똥을 휘갈겼을까라며 한참을 웃었다.
가보지 않은 길 앞에 서 있는 우리,
그것이 물꿈이든, 새똥이든... 무언가를 시작하는 시점에는 근거없는 뽕이 차오르는 것도 꽤 괜찮은 일이다.
앞으로도 항상 이렇게.. 어떤 일이 벌어지든 웃으며 나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본다.
40대 아줌마가 된 우리는 더 이상 웬만한 일로는 약해지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