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빨간약 Oct 07. 2024

급여, 지분, 인센티브 어떻게 정하지?

우리는 사업을 개시한 후 언제쯤부터 돈을 벌 수 있을까?

계획만 있을 뿐 손에 쥔 건 1도 없다. 그저 내 서재에 책상을 추가로 배치하고 사업계획서 하나를 만들다 말았을 뿐이다. 


강남에 오피스를 얻으려면 임대료가 얼마나 할까? 기본적인 책상과 노트북 등의 집기도 구매해야지. 직원들의 월급은 얼마나 줄 수 있을까. 그래도 기존 연봉보다 오백이라도 올려줘야겠지. 


소파에 드러누워 딩굴거리며 시작한 생각이었는데, 어느 새 머릿속이 복잡해져 몸을 일으켜 제대로 앉아 노트북을 켜고 엑셀 파일을 열었다. 우선 매달 들어가야 할 비용 항목을 적어 본다. 금액이 만만치 않다. 안 되겠다. 매출 계획을 세워 미리 계산기를 두드려놔야 조금이나마 안심이 될 것 같다.


첫 달에 열심히 영업을 시작하면 둘째달부터는 조금씩 워킹할 수 있겠지? 얼마의 매출을 해야 이익이 남을까. 3개월 후부터는 최소 3억의 매출을 찍고, 1년 후에는 월 매출 10억 이상은 찍어주면 어느 정도 먹고 살 수는 있을 것 같다. 써놓고 보니 숫자가 너무 보잘 것 없다. 이런 식으로 해서 회사의 모양새를 갖출 수 있을까.


일단은 매출이 없으니 당장 내 급여는 0으로 해야 겠다고 생각한다. 이런 내 생각은 바보같은 생각일까? 이 세상 사업가들 중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을 지도 모르지. 그런데 사실 나는 회사의 대표도 아닌데...? 그리고 다른 친구들은 높은 연봉을 주면서 나는 1원도 받지 않는 건 조직 분위기 상 역효과가 있을 수 있겠다는 정도의 생각을 하며 신입 초임 정도의 연봉을 내 이름 옆 칸에 적어본다.


일을 하면서 수익을 내기 전까지 급여를 받지 않아도 좋다는 생각을 한 이유는 '내 회사를 만든다'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오너십을 가진 직원'이 아니라, 일정 지분을 가진 오너가 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이다. 그러나 메인 지분을 가지고 있는 모기업 아래 자회사의 대표를 맡은 그녀가 나에게 얼만큼의 지분을 쉐어할 마음이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다시 일어나게 된 이유, 이 일에 함께 손을 잡은 이유가 그렇다는 사실을 명확하게 전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는 자회사가 실질적으로 분사하여 오롯이 자리잡기까지의 불확실함이 해소될 때까지 지분 쉐어를 보류했다. 그리고는 모기업 그룹사의 표준 급여 기준표를 반영하여 경력 단절 직전의 연봉보다 약간 낮은 금액을 연봉으로 책정하기를 제안했다. 서로에 대한 배려를 바탕에 둔 대화였지만, 오랜 시간이 흐른 후까지 행복한 미래를 그려나가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더 두터운 신뢰가 필요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함께 도원결의했던 창립 멤버들과는 1/n 씩 지분을 나눠가지자.

인센티브는 깔끔하게 그 해에 번 것은 1/n 씩 나눠가지고 털어버리자.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일을 하다 보면 생길 수 없는 수만가지 변수와 각자의 사정을 반영하느라 계산이 복잡해지게 되면, 우리가 바랬던 회사는 욕심과 갈등으로 쉽게 얼룩지고 말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런 우리의 생각이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어린 아이 같은 생각이 아니기를... 

그 과정에서 서로의 계산을 오해하지 않도록 흔들림 없는 무한 신뢰와 이해를 지켜갈 수 있기를 바래 본다.


그것보다 어쨋든,

일단 돈을 벌고 봐야 겠다.

이전 08화 2개의 길몽, 샤머니즘의 징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