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걷고 싶은 올레길은 단순히 하루, 잠깐 걷는 것이 아닌 매일 나의 짐을 이고 걷는 그런 길이었으면 했으니까.
그렇게 약 1년이 흘렀을 때, 갑작스러운 휴가가 생겼다. 약 일주일의 휴가가.
한 가지밖에 생각나지 않았다. 오로지 올레길에 갈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밖에는.
아직 못 다 걸은 올레길을 완주하는 목표도 있었지만 조금은 지쳐있던 내가 온전히 가고 싶은 곳은 올레길이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앞뒤 보지 않고 일찌감치 예약도 완료, 코스도 다 정해놓고는...
막상 출발할 때가 되어서는 후회를 했다.
왜냐, 출발 당시 나의 상태는... 조금 번아웃이 온 듯 아닌 듯했는데. 그러다 보니 올레길이고 뭐고 그저 쉬고 싶던 마음이 컸던 것이다.
하지만 파워 J였던 나는 비행기고 숙소고 모든 것을 이미 예약을 해버렸고, 어쩔 수 있나. 가야지.
그렇게 출처도 없는 누군가에게 떠밀리 듯 출발은 했지만, 어깨를 누르는 배낭도 무거운 등산화도 껴입은 옷도 모두 후회가 됐다. 제주도에 도착하고, 올레길을 출발하기 전 날. 어쩌다 만난 이들과 웃고 떠들고 신나 보려 노력하면서도 계속 내일이 걱정됐다. 잘 걸을 수 있을까?
고민하다 어쩔 수 없이 출발한 두 번째 올레길의 첫날.
그렇게 출발한 올레길은 역시나 힘들었다. 생각보다 무거운 배낭, 오랜만에 신어 어색한 등산화, 추울까 싶어 껴입은 옷 등 불편한 이유는 한두 개가 아니었지만, 아마 마음의 문제도 있었으리라.
근데, 걸을수록 점점 좋아졌다. 점점 행복해졌다.
여전히 너무나도 예뻤던 제주도 풍경도. 아무도 없는 길에서 신나게 소리치며 노래를 부르는 것도. 늘 누군가를 신경 쓰고 곤두서 있던 내가, 아무도 신경 쓰지 않고 어디든 철퍼덕 앉아서 쉬던 나의 모습도. 순간 끌리는 장소에 앉아 내 눈앞에 보이는 풍경을 끄적끄적 그림으로 담는 것도. 새로운 제주의 모습도.
반나절도 지나지 않은 시간에 이 길이 너무나 익숙해진 듯 자연스럽게 스며들던 내 모습이, 어제만 해도 걷는 것이 두려워 걱정하던 모습과 겹쳐져 우스워지면서 행복해졌다.